"적당주의, 룰 불감증 사회가 참사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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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주의, 룰 불감증 사회가 참사 불렀다"
  • 이계송 해외편집위원
  • 승인 2014.04.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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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송 해외 편집위원(미주총연 대변인)
세월호 참사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나는 이 사고는 한국인들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적당주의와 준법정신의 결여가 사회 전반에 쌓이고 쌓여 이 엄청난 사고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미국의 공원, 자전거를 타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은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교통사거리 정지 표지판에서 정지하지 않은 미국인들은 하나도 없다. 미국인들은 룰을 지키는 일이 체질화 되어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은 룰 교육만 받는다고 할 정도로 룰 교육이 철저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되어버린 재미한인동포 가정의 2세들이 자기들끼리 나누는 부모들 대한 조크를 들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아빠는 나에게 부패 식당에 들어갈 때 7살이라고 해라 한다?” “우리 엄마는 극장에서 큰 소리로 영식아 영식아 그렇게 부른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공공장소에서는 큰 소리로 떠들어서는 안 된다....이런 룰이 몸이 베인 우리 아이들에게는 한인부모들의 그런 모습이 거시기하게만 보이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선박운행과 관련된 모든 룰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업주는 룰이 있었지만 적당히 넘겨도 안전했고 그래서 돈벌이가 더 되었을지도 모른다. 감독 행정기관 역시 선박회사를 룰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적당히 봐 준 것이다. 선박회사 직원들 역시 룰이 있었지만 룰을 무시하고도 고객들의 안전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룰 불감증에 빠진 것이다.

이것이 어찌 세월호 경우만 해당될 것인가. 사회 전반에 걸쳐 사소한 룰은 지키지 않고 적당히 넘어갔기에 세월호 선박업주도 그렇게 했을 것이고, 그런 룰 안 지키는 적당주의 습관이나 관습들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이다.
 
안전사고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순간, 다시 말하면 안전의 루틴(routine)이 반복되는 동안에 예기치 않게 발생한다. 그래서 세상살이에는 절대 안전한 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 수많은 위험의 순간을 넘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행로 자체가 험로이며, 누구도 위험으로부터 자유로 수는 없다. 조물주가 우리 인간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면 물가에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바로 인간세계다. 그래서 사고를 당하고 얼마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망각하고, 그러다가 또 다른 사고를 당하며 사는 게 인간사회의 모습이다.
 
특히 현대 산업사회는 안전지대가 없다. 농사나 지어먹고 살던 시대와는 달리 곳곳이 사각지대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각종 대형 사고는 모두 산업화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을 게 있고, 편리한 자동차가 흉기나 다름없는 것처럼 좋은 것을 즐기면 그만큼 지불을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고속성장으로 부(富)를 즐기게 된 한국인들이 안전사고의 고통 또한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보다 앞선 나라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선진국과의 후진국의 차이는 안전의 빈도수, 그리고 안전대책과 사후 처리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어떤 룰이든 룰을 지키는 일이 생활화 되어 있어야 한다. 웬만한 룰은 지킬 필요 없이 적당이 넘어가야 요령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한 안전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작은 룰이라고 생각하는 룰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더욱 더 그렇다. 어찌 사소한 룰이 있으며 큰 룰이 있을 것인가? 룰은 지키라고 되어있다는 인식, 룰을 지키는 것은 결국 자기 안전을 위해서라는 인식이 몸에 배어있어야 한다.
 
룰 불감증에 걸려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이번 사건에서 어른들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모자라게 보일 정도로 룰을 지키는 모범부터 보여주라. 그래야 아이들도 배워 익힐 것 아닌가.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룰 지키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라. 세월호 참사 희상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