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공동체'만 시작해도 민생문제 해결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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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제공동체'만 시작해도 민생문제 해결가능"
  • 이우태 기자
  • 승인 2014.04.1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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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동 박사 통일강연, 고정관념 탈피해 공동이익 관점에서 시작해야

▲ 재미동포 외과의사 오인동 박사가 지난 17일 오후 4시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제58차 재외동포포럼에서 '재외동포가 바라보는 통일방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서 오인동 박사는 "남북 모두 발상의 대 전환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북한이 통일되면 남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은 도대체 누가 했는지...!”“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산다고 다들 아우성인데,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하면 되지 않나요?”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고정관념을 일깨우는 이 같은 도발적 질문으로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고 있는 재미동포 외과의사 오인동 박사가 지난 17일 오후 4시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재외동포신문과 재외동포포럼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민족 평화통일연대(이사장 김성곤 의원 민주당)가 후원하는 ‘재외동포가 바라보는 통일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행사를 후원한 김성곤 평화 통일연대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통일문제는 남북한 양 당사자보다 한 발짝 떨어져있는 재외동포가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오인동 박사가 바로 그런 분 아닌가 생각된다. 재외동포로써 오랫동안 통일문제를 연구해오신 분께서 방안을 제시하는 만큼 함께 듣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고 말했다.
 
▲ 오인동 박사.
오인동 박사는 자신이 준비한 스크린 자막을 열고 곧바로 강연을 시작했다.
 
"의원회관까지 와서 의사가 무슨 통일문제를 얘기하느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40여년을 살았다. 미국 시민권자로 비교적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다 보니 양쪽의 문제점과 해결방안도 눈에 들어오더라.

1992년 재미한인의사회(KAMA)학술교류 방문단으로 북한에 처음 가봤다. 그 뒤 인공 고/무릎관절 치환수술을 전수하러 평양의대대학병원을 드나들며 고향인 남한과 타향인 북한 동포들을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사람들 모두 잘 먹고, 잘 놀고, 마음 편하게 일하며 사는 것을 동경한다.

그래서 통일의 당위성 뿐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 와 연계해서 국내외의 통일경제 관련 연구업적을 닥치는 대로 통독했다. 경제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자본주의 남한은 실업, 양극화, 민생복지 문제를 고민하고 군사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북한은 이른 바 핵과 경제건설을 병진해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해 나가겠다고 하더라.

내가 내린 결론은 남북 양쪽 다 민생경제가 중심 과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따로 고민하지 말고 단박에 이뤄지기 어려운 통일이 아니라 ‘남북/북남’ 경제공동체‘만 운영해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6.15선언 정신에 따라 남북이 현 체제와 정부를 유지한 채 내가 주장해온 통일의 첫 단계인 ’남의 연합제와 북의 연방제‘에 맞게 "남북연합방"을 하면 된다.

’연합방’은 영어로 Confederation이다. ‘연합방’은 남북이 평화공존을 하자는 것이고 이미 해 본 일이기도 하다. 김대중-김정일-노무현 정부 10년(1998-2007)처럼 남북이 교류와 협력기조 아래 왕래하던 시절로 돌아가면 된다.

우리 민족에게는 남북이 함께 써 보지 못한 기본자산이 있다.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토지와 천연자원, 남과 북의 기술과 인력이다. 이 자산을 활용해 경제공동체를 한 10년 정도하면 현재 남한 1인당 GDP 2만여 달러(북 600달러)는 불변가로 5만여 달러가 되고 남한의 국내총생산(GDP)1조 달러(북 150억 달러)도 시작년도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다.
 
남한의 2%대 경제성장률은 10%대로 북한의 1%대 경제성장률도 남한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남한에서는 실업 문제와 민생 복지문제가 해결된다. 북한의 주민생활도 급격히 향상된다. 어떻게 가능할까? 현재 북한의 생활필수품은 대부분 중국제다. 기본 시설이 열악해서 생산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방 경제공동체’운영을 시작하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 북한의 시회기본시설(인프라)을 개선하고 확충하는 일이다. 도로, 철도, 교량, 항만, 전기, 방송통신, 상하수도, 중화학공업 등 사회간접자본(SOC)를 확충해야 한다. 이런 전국규모의 토목건설 사업에는 엄청난 자본과 기술, 그리고 인력이 필요하다. 자본은 남한이 투자하고 인력은 남과북이 함께 충당하면 된다.

통일비용 하면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어왔다. 인구, 국토, 경제를 합한 차이가 1:3정도이던 동‧서독이 갑자기 통일하면서 화폐를 1:1로 교환하고, 근로임금도 동일하게 지급함으로써 막대한 통일재원이 투입됐다. 그럼에도 독일은 지금 세계4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제기하는 조국의 단계적 통일 과정은 독일의 경우와 완전히 다르다. 즉 ‘연합방 경제공동체’는 남북 정부와 체제의 특성이 유지된 채 이기 때문에 여러 추가 이득까지 가져다준다. 어떤 이득일까? 북은 토지가 국유이기 때문에 사회기본시설이나 상공업단지 구입비용이 없다. 땅도 남한에 비해 24%나 더 크다. 인구도 남한의 절반인 2,500만 뿐이다.

남북 주민들의 거주이전의 자유가 허용될 통일의 날에는 커다란 축복이다. 남북 합쳐 7,500만에다 재외동포까지 8,000만이 넘는 규모의 인구는 노동력과 내수시장이 동시 확대로 물품 생산비 절약효과를 가져온다. 경제 선진국 이탈리아의 인구는 6,100만, 영국이 6,300만이니 남북연합방 조국은 프랑스 보다 크고 8,200만 규모의 독일과 비슷하다. ‘연합방 경제체제’10년에 GDP2-3조 달러가 되면 조국은 세계 5대강국의 반열에 우뚝 서게 된다.

오인동 박사의 거침없는 강연에 30여명이 둘러 앉은 자리 일부에서는 강연내용에 당혹스러워 하며 표정이 일그러지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는 사람들이 엇갈려 간담회실은 강연 내내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강연이 끝난 후 질의 응답시간에서는 자신을 ‘빵가복음 선교회 목사’라고 신분을 밝힌 서창수 목사가 기다렸다는 듯이"오 박사님의 강연은 잘 들었다. 오래 전부터 익히 들어 본 내용이다. 그런데 대안이 뭐냐. 대안이 없다"고 마치 작심하고 따지 듯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오 박사는 자신의 강연내용의 핵심을 조목조목 되짚으며 "지금까지 내가 말한 내용이 대안"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서창수 목사는"여기가 마치 평양 같다. 평양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라며 오 박사의 강연내용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최 측인 본지 이형모 대표가 중간에 나서 "여기는 토론회 자리가 아니고 강연장이니 만큼 짧게 질문만 해 달라"고 자제를 요청하는 등 '통일담론'은 그 어느 자리에서나 예민한 주제임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강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