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사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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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사는 싸움
  • 코리아나뉴스
  • 승인 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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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자본이 국경이 없어지고 거대화되면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자는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제 세계무역기구 WTO는 노동자 농민이 아무리 반대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한국도 칠레와의 무역협정인 FTA가 결국 국회를 통과하여 비준되었다. 농촌출신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헌정사상 유례없이 단결을 해도 어쩔 수 없는 대세였다.
이런 추세는 동포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동포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패시픽 유니온은행과 동포자본으로 설립된 최초의 은행인 한미은행의 합병도 결국 자본의 대형화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에겐 후유증이 많다. 2백5십여명의 직원들이 직장을 잃기 때문이다.
이런 가혹한 현실일수록 노동자들은 단결을 원하게 된다. 자본 앞에선 노동자들이 너무나 초라한 탓이다.
아씨마켓의 분쟁도 처음엔 노조설립문제로 시작되었으나 결국 공익소송으로 가고 말았다. 이번 기회에 양 측 모두 상생의 원리에 입각하여 타운의 경제를 살리는 현명한 해결을 해주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 8시간 노동도 투쟁의 결과
이념적으로 노동자와 농민을 편드는 공산주의는 이제 존재의 근거를 잃었다. 구 소련을 위시한 동구 공산권의 몰락이 바로 그 예이다. 북한도 비슷하다. 김정일 독재하에 많은 국민들이 굶주리며 죽어가고 있다. 이는 공산주의가 생산성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물자를 통제배급하고 소비를 할 수 없으며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공산주의라는 정치적 체재는 변하지 않아도 경제는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등소평의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쥐를 잡아야 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이론'이 구체적으로 실천되어 경제가 부흥하고 있어 세계가 놀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에선 철강재 등이 원자재 파동을 불러 올 정도로 중국이 싹쓸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개발이 진행되는 곳에선 노동자의 인권이 상당히 무시될 것이다. 한국도 박정희 정권의 개발정책기엔 많은 인권의 희생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암흑기에도 노동자들은 침묵만 하지 않았다. 1970년대 청계천 피복공장의 전태일의 분신자살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 이후에도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로 오늘날의 현실이 있다.
미국은 훨씬 이전부터 그랬다. 1886년 당시 노동자들은 거의 노예의 수준으로 하루에 12시간에서 16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을 했지만 그들이 받는 임금은 최저생활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노동과 자본은 숙명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5월 1일 미국의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을 위해 총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 때 경찰은 과잉진압을 하여 노동자 6명이 총에 맞아 죽었고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모두 체포되었다.
당시 현장에 폭탄이 터지고 경찰의 몽둥이가 춤을 추었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시카고에 있었던 〈피의 헤이마켓 사건〉이다. 이 사건이 원인이 되어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을 일하도록 되었다. 이렇게 자유는 쟁취하여 얻어지는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아씨마켓'의 노동조합 설립도 그 출발점은 이와 같다.

◎ 위생처리에 문제가 많았다
이번 공익소송의 주요 쟁점은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들을 팔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다른 마켓에서도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우선 갤러리아마켓의 매니저 Mrs 임은 "예전보다 더 신경을 쓰고 조심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납품업자로부터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을 받기도 하는데 대부분 한국에서 오는 수입품이라 즉시 반품을 하기가 곤란한 것도 있어요. 저희 마켓에서는 처음부터 꼼꼼하게 체크를 하지만 실수 할 수도 있지요. 특히 한국의 상품은 유효기간이 아닌 제조일자가 인쇄되어 있어 혼동을 가져올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유효기한이 지났다고 판단이 되면 바로 폐기처분을 하거나 반품시킵니다."라고 했다.
가주마켓의 MR 김 매니저도 비슷한 설명을 하면서 "각 품목별 담당자가 스탁을 하는데 주로 히스패닉 사람들이 합니다. 그러나 한국식품의 경우 제조일자 때문에 혼동을 하기 때문에 한인 직원들이 다시 한 번 체크를 하지요."라고 하였고, 한남체인의 홍종권 총매니저는 "예전부터 철저히 검사를 했으나 요즘은 더욱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수시로는 물론 랜덤으로 자주 합니다. 그러나 워낙 품목이 많다보니 만에 하나 눈에 뜨이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나 소비자에게 눈속임하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체크가 소극적이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찾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아씨마켓'소송으로 많은 자극을 받았음을 시인했다.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에 대해 피고측인 '아씨마켓'에선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위생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 한 예로 '아씨마켓'의 정육부(Meat Market)는 지난 2004년 1월 27일부터 1월 29일까지 3일간 영업정지를 당했는데 그 이유가 쥐, 벼룩, 잡스런 곤충과 같은 유해한 해충이 전염되고 오염되기 쉽다는 LA카운티 환경위생국의 판정에 의한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인타운의 다른 대형마켓은 이런 조치를 당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특히 정육부는 육고기의 신선도와 함께 청결이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곳인데 3일간씩이나 폐쇄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검사가 나왔을 때 이 정도 상태라면 평상시의 청결과 위생도 짐작이 간다. 왜냐하면 검사가 나왔을 바로 그 때가 마켓에선 최악의 청결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보통 때도 이와 비슷하였다면 소비자들은 지저분한 육고기를 사 먹은 셈이다. 즉 '아씨마켓'은 위생당국의 경고를 받았지만 아직 소비자로부터 심한 질책은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소송으로 만천하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 노동상담소는 동포사회를 이해해야
노동상담소는 한인타운의 취약한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 왔다. 그러나 동포 업주들도 아직 영세하여 미국의 대기업이 취하는 종업원들에 대한 완전한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원칙의 자'로 재단하기보다는 상식적인 관념으로 봐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학생이나 때론 불법체류자들도 현금을 주고 취업을 시켜야 한다. 이런 부분은 양측 모두 덕이 되지만 원칙으론 문제가 된다. 만약 이를 악용한 착취현상이 발생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여간 이런저런 문제로 현재 노동상담소에 체류중인 사건은 대략 100군데 정도가 된다고 한다.
박영준 소장은 "보통 한 케이스가 진행되면 2∼3년이 걸리므로 숫자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들도 동포사회를 잘 이해하고 영세업주들의 고충도 다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협상하는 쪽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실제로 40%는 정도는 서로 합의하여 해결하고 있는데 어떤 업주는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 우기는 것이지요. 만약 노동상담소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노동자들이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란 논리입니다. 그러나 모두 어려운 형편에 있고 기본적인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라며 최근엔 라티노 노동자들의 상담이 매우 높아져 약 50% 가량이 된다고 했다.
박 소장은 다시 "상담을 의뢰하는 직종은 주로 식당이 많지만 그 외 페인트업, 청소업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노동상담소는 타민족 노동자들과 동포업주간에 벌어지는 여러노사간의 갈등 및 문제들이 타운 내에서 자체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역할을 감당해내려고 합니다."라고 했다.
노동문제는 업주로서는 골치 아픈 일임에 틀림없다. 종업원들이 일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듯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삼성그룹은 다른 어떤 회사보다 대우가 좋지만 노조만은 절대 허용 않겠다는 의지를 관철하고 있다.
모든 일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볼일이다. 과격한 노동문제도 문제이지만 이윤에만 급급해서도 안된다. 이제 이민 백년을 갓 넘어선 한인타운은 서로 상생(相生)과 화합의 논리로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 프랑스 혁명 때 왕비 마리 앙트아네트 처럼 배고픈 군중들에게 "빵이 없어 배가 고프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않은가?"하는 전혀 상대의 입장을 모르는 헛소리는 나오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