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끊긴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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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끊긴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
  • 김태진
  • 승인 2013.11.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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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있어 연계성과 지속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교육 효과를 최적의 수준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의 성장 시기에 맞는 교육 과정 및 교육 방법을 도입하고 다양한 활동 및 아이디어를 동원하며, 학습자의 흥미와 필요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등 더욱 의미 있는 교육이 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끊임없이 펼친다. 그렇다면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도 이러한 교육적 원칙에 의해 실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대부분의 주말한글학교가 가진 큰 숙제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급감하는 피라미드형의 학생 분포일 것이다. 어릴 때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별 저항 없이 한글학교를 다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한국어 배우기를 싫어하고 주말 활동으로 운동이나 음악 등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의지가 반영되면서 한글학교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학부모는 자녀와 한국말로 일상대화가 되는 것에 만족하고 한글학교를 포기하지만 솔직히 고급반이 되었다 해도 실력이 월등한 것은 아니다. ‘땅을 샀어요’의 뜻은 알지만 ‘대지를 구입했어요’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수준이니 고급 단계에 올랐다 해도 이제 겨우 산 하나를 넘은 것이건만 3, 4학년을 끝으로 그만두는 학생이 태반인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게 초등학교 고학년, 혹은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한국어 교육이 끊어지고 이는 고등학교 때까지 지속되어 한국어 교육은 장기간의 단절기를 맞는다. 그리고 이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즈음 스스로가 정체성 문제에 눈을 뜨면서 자신의 뿌리인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곤 부모님과의 단순 일상 대화를 구사하는 한국어 실력으로 다시 대학에 개설된 한국어 강좌의 문을 두드린다. 한국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은 잘 하지만 읽기·쓰기에서의 실력이 부족한, 입말과 글말의 불균형 때문에 다시 초급부터 공부를 하게 되고 결국 한글학교를 그만두었을 때의 한국어 실력 그 자리를 맴돌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어 교육 과정에서 허리가 잘려버린 결과는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간만 못하니라.’는 한국 속담이 여실히 적용되는 예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주말 2~3시간의 한글학교 교육으로 재외동포들의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한국 초등학생이 아무리 한국어를 잘한다 해도 대학생 수준의 어휘와 문장을 구사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는 학생의 발달 정도에 맞는 체계성을 가지고 학습자 사고가 발달되는 단계에 따라 어휘 및 문장 구사 수준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결국 언어 교육 또한 학생의 발달 정도에 맞게 지속적으로 교육되어져야 완벽한 실력을 갖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의 대표 기관인 한글학교 교육에 있어 지속성과 연계성을 이루어 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 나갈 필요가 있겠다. 협상이나 토론, 문서 처리 능력까지 가능한 최고급 수준의 이중언어 능력자가 필요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서 더욱더.

최근 들어 교육부 재외동포교육과 주요 사업으로 현지 중고등학교에 한국어 학급 개설이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진정한 한국어 세계화는 재외동포 뿐만 아니라 현지 중고등학교에서 제2·제3외국어로 채택되어 가르치고 배울 때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니 아주 고무적인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이 노력으로 미국의 경우, 2012년 한 해에 30여 개가 증가하여 2013년 현재, 100여 개의 학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즉 재외동포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도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현지 교육의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글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이어 중급 혹은 고급으로 연계될 수 있는 여건이 당장 마련될 수 없겠지만, LA나 뉴욕 같은 동포학생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연계성 있는 교육을 펼쳐나갈 계획 또한 함께 추진함으로써 실력 향상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볼 수도 있겠다. 이는 한글학교는 외교부, 현지 한국어 학급은 교육부가 주관하고 있어 통일적인 추진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럴 때 ‘연계’를 통한 운영의 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한국어 학급 개설이 미비한 여러 지역들은 한글학교 교육이 해당 교육청의 ‘외국어 학점 인증’을 받는 조건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한글학교 간 협력과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한글학교를 다닐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하는 등, 허리가 끊긴 한국어 교육의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차원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과거 부모 및 가족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현장의 교육은 아직도 제자리이다. 산재한 군소학교 등 한글학교가 풀어야 할 문제가 매우 많지만 끊어진 허리를 잇는 방법을 모색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부처 간 연계를 통한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나아갈 때 축적된 여러 문제들도 해결됨과 동시에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이 보다 완성된 교육으로 거듭나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김태진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사무국장, 전 맨해튼한국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