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날벼락 징집’에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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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날벼락 징집’에 술렁
  • 김진이
  • 승인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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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민권자인 박모(28)씨는 작년 2월 결혼준비를 위해 잠시 한국에 들렀다가 법무부로부터 출국 정지조치를 당하고 징병검사를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2월 5일 박씨가 “징병검사 연기신청을 거부당하고 출국정지 조치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며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살된 아들을 한국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뵙게 하려는 했던 캐나다의 조모(46)씨는 최근 병역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한인회나 대사관 측에서는 가족모두가 영주권자고 영구 귀국이 아니므로 병역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답을 보내오긴 했지만 조씨는 결국 귀국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번에 한국에 나가면 아들이 좀 서툰 한국어를 배우고 오도록 6개월 정도 체류를 시킬 참이었던 조씨는 한국에 다니러갔다가 갑작스레 징병대상이 돼 출국금지까지 당했다는 소문들을 접하면서 조씨는 이번 계획을 취소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최근 이중국적자나 재외동포들에 대한 병역법이 개정되고 행정이 강화되면서 미국, 캐나다 등 한인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작년 9월 병무청은 비리로 얼룩졌던 병역행정을 개혁하기 위한 12가지 중점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2008년까지 추진되는 과제는 특히 병역면제를 위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혐의로 여론의 화살을 맞았던 가수 유승준씨와 같은 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국외 체류자에 대한 엄격한 병역관리를 제도화했다.

국외 이주자들이 기존 1년 이상 국내 체류할 경우 병역 의무가 부과되던 것을 2005년부터는 6개월 이상 국내에 머물 경우 징집대상이 된다. 국외에서 전 가족이 영주권 취득해 체류하고 있는 경우 병역이 면제됐던 것을 연기처분으로 변경시켜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국내에서 활동하게 되면 병역의무가 되살아난다. 병무청은 올해 2월부터 개정된 법률안을 적용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를 ‘유승준법’이라 부르기도.

앞으로는 만 35세 이전에 귀국해 1년 이상 체류하거나, 취업 연예계종사 등 영리활동을 할 경우에도 병역의무를 져야 한다. 병무청은 이중국적자들이 만 18세 이후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뒤 외국인 신분으로 국내에 입국해 영리활동을 하는 걸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의도다. 병무청 국외자원관리과 문병민 과장은 “이중국적을 가진 남자는 17세에 국적 선택을 하게 되고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경우 35세까지 병역의무를 지게된다”며 “최근 이중국적자들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대상자들에 대한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외동포 사회 일각에서는 원칙만을 고수하는 정책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대안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미주한인회 총연합회(회장 최병근)는 최근 미 시민권자의 한국군 징집 문제와 관련, 대안을 마련하고 3월중 이를 한국 정부에 제시할 계획이다. 미주총연이 작성한 ‘시민권자 한국군 징집에 관한 제안서’는 재외동포 2세가 한국에 장기 체류할 경우 단기 기본 훈련 후 국방부 산하 교육기관에서 영어강사로 복무시키고 복무기간을 6개월로 조정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코리아나뉴스 정채환 발행인은 “외국에 사는 시민권자가 미처 모르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바로 징집을 할 것이 아니라 과태료를 물게 하고 신고를 마치도록 도와주어야 정상적인 업무처리라고 본다”며 “보통 몰라서 신고를 하지 않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을 바로 군 입대를 시키기보다는 벌금을 내게 하고 재교육을 시키고 사전에 충분한 홍보도 필요하지만 사후에라도 쉽게 이런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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