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북한식당에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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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북한식당에선 지금...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3.10.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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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60곳의 음식점이 스파이 활동의 아지트이자, 외화를 획득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미국의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인 워싱턴프리비컨(WFB)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한, 미국 정부와 정보 당국은 북한이 네팔에서 캄보디아, 중국에 이르기까지 60개의 국영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라는 사실과 대부분 중국에 있는 이 국제 식당 네트워크가 북한 스파이의 소굴인 동시에 북한 정권에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경화를 보내는 본거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 프놈펜에 있는 평양고려식당의 모습. 캄보디아에는 모두 5개의 북한식당들이 있다.
또, 북한식당은 중국에만 44개가 있으며 캄보디아 및 베트남에 각각 5곳, 그리고 방글라데시, 미얀마, 미얀마, 네팔, 인도네시아, 라오스에 한곳씩 있으며, 이들 레스토랑은 연간 최대 18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주장했다.

이들 레스토랑 네트워크는 정찰총국, 구체적으로는 북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경화 수집과 해외 스파이 활동을 총괄하는 정보 파트인 39국에 의해 관리되고 있고, 북한 해외 식당이 돈세탁 등의 불법 활동에도 연관돼 있으며 북한 정보 관리나 요원들의 회의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한국 여행객들을 염탐하는 것도 식당의 임무 중 하나로, 식당 여종업원 등은 여행객으로부터 기업 비밀 캐기에 중점을 둔 정보 수집 활동 훈련을 받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라고 이 매체는 부연했다.

▲ 수도 프놈펜에 주재한 북한대사관의 모습. 한때 시하누크전국왕의 사저였다.
필자가 사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도 북한식당이 3군데 있다. TV에서만 보던 북한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과 평양랭면 같은 북한음식을 맛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교민들도 종종 찾는다. 솔직히, 미국발 기사내용처럼 식당 여종업원들이 여행객들로부터 기업정보수집정보를 얼마나 캘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진위여부를 떠나 여느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식당들과는 북한식당들이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은 분명하다. 손님들이 들어올 때 마다 종업원끼리 서로 눈으로 수신호를 보내는 일도 자주 목격했다. 그래서 늘 뭔가 숨기거나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어쩌면 필자에게 남은 몇 년 전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연거푸 발생했던 지난 2010년 당시, 현지 한인회가 주축이 되어 북한식당 출입금지캠페인을 벌이고, 규탄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신원을 알 수 없는 북한사람들이 교민식당과 업소를 무단침입해 성명서와 포스터 등을 제거하고, 남한교민들을 협박한 일들이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북한식당 남자종업원들이었다. 이런 사건들이 대외적으로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갈 때 마다, 캄보디아에 사는 우리 교민들 역시 북한식당을 사이에 두고, ‘일희일비’하며 냉전시대의 아픈 현실을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현재,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도시 씨엠립에도 2곳의 북한식당이 더 있다. 비록, 운영주체는 조금씩은 다르지만, 냉면을 비롯한 비슷한 메뉴의 북한 음식들을 팔며, 식사 후 북한여성들의 30분 가량의 춤과 노래 공연이 고정 레퍼터리로 하루 2~3번 정도 펼쳐진다는 점은 똑같다.

▲ 메콩강변에 나란히 펄럭이고 있는 태극기와 인공기의 모습.
그리고 이 곳에 일하는 여성 대부분은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다. 거의 대부분 평양 출신이며, 소위 출신성분이 좋다는 집안의 자재들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예고나 2년제 예술전문대학을 갓 졸업한 그야말로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들이다. 간드러지는 가창력에 화려한 율동, 피아노와 가야금, 바이올린 연주 솜씨까지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처음 북한식당이 생기던 당시만 해도 서비스는 고사하고, 남한손님들을 경계하며, 심지어는 쌀쌀맞게 대하던 그녀들이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자본주의의 속상을 이해한 듯, 식탁을 오가며 한 병에 50불이 넘는 비싼 들쭉술과 산삼주를 권하기도 하고, 단골손님들에겐 스스럼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손님 테이블에 앉는 경우는 없다. 늘 서서 응대한다. 간혹 오가는 대회속에서도 그저 “그립다”는 말 외에 고향에 관해서는 더 이상 말이 없다. 북한식당 여종업원들과 우리 교민들 사이에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다. 그녀들이 그리도 위대하다는 조국의 현실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는 것이다. 적어도 남북과 관련된 정치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대신 그녀들이 먼저 꺼내는 단어들은 따로 있다. ‘우리 민족끼리’ 라는 단어라든지, ‘조국 통일’같은 표현들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짧은 대화는 결말이 한결 같다. 늘, 대화 끝은 왠지 허무한 느낌이 든다. 아마 그녀들도 마찬가지로 공허한 느낌이 들 것이다. ‘민족 통일’이라는 대전제에 대해서는 서로 같은 꿈을 꾸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통일방식이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서로가 느낌으로 잘 알고 때문일 것이다.

작년에는 그 북한식당 여종업원들 중 한명이 남한으로 탈출했다는 소식이 교민사회에 삽시간에 퍼졌다. 더욱 필자를 충격에 빠뜨린 건 자유를 찾아 떠난 그녀가 평소 북한체제의 우월함에 대해 긍지를 갖고, 당돌하리 만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종업원으로 기억되기에 더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일이 뜬 소문이 아닌 사실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탈북을 도왔던 북한출신 한국 국적자가 프놈펜 경찰에 잡혀 인신매매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다 풀려 났다는 소식이 교민사회를 넘어 한국의 중앙 일간지와 KBS방송까지 보도했다.

오늘도 프놈펜 왕궁 앞 강변에는 백 여개가 넘는 만국기들이 시원한 메콩강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태극기가 북한 인공기와 함께 사이좋게 나란히 바람에 날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둘 다 ‘KOREA’라는 영문 명칭을 쓰지만, 공식 국가명칭의 공식영문 약자로 우리는 R.O.K 북한은 D.P.R.K을 쓴다.

따라서 이런 알파벳 순서로 만국기를 게양하는 국제 관례를 따른다면 태극기와 인공기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좀체 힘들다. 어쩌면 ‘킬링필드’라는 오랜 내전을 겪으며, 민족상잔을 아픔을 너무나도 잘 아는 이 나라 국민들의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개성공단 조업 재개와 더불어, 4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가 싶더니. 지난 달 결국 무산 되고 말았다는 인터넷 기사를 접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남북 통일은 참으로 요원하다고들 말한다. 최근 이산가족상봉이 무산되는 바람에 다시 남북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북한식당을 찾는 교민들도 많이 줄어든 편이다.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함께 가야할 우리 핏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오직 정략적인 목적으로만 남북관계를 교묘히 이용하려 드는 김정은과 북한 당국의 이런 태도가 그저 한심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4,000여 킬로 인도차이나반도를 감싸고 유유히 흐르는 메콩강변에 펄럭이는 저 태극기와 인공기처럼 우리 민족이 보다 진실된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이제라도 통일을 향한 진지한 발걸음을 한걸음씩이라도 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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