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회문제,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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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회문제, 청년실업
  • 엄인호 경제학자
  • 승인 2013.09.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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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문제는 글로벌화와 정보화된 오늘날 거의 모든 나라가 안고 있는 사회 문제인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이 정체되었고, 고용 없는 성장현상으로 인한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세계 전체 실업자수는 2012년 말 기준으로 약 1억 9,720만 명인데 그 중 약 38%(7,420만 명)는 청년들(15~24세)이고, 나머지 62%(1억 2,250만 명)는 25세 이상 성인들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하면 오늘날 청년실업자 수가 2007년도에 비해 약 400만 명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세계 청년 실업률이 2007년 11.7%에서 2013년 1월 기준으로 12.7%로 증가했고, 2017년에는 12.9%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선진국 클럽인 EU(27개국)의 평균 청년 실업률이 23.6%로 세계 전체 평균치보다 거의 2배가 높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국가 채무 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그리스 청년실업률(65%)은 물론 스페인(55.5%), 이탈리아(38.7%), 그리고 포르투갈(38.6%)도 특별히 높은 청년 실업률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빚 많은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는 유로존의 경제위기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10년 그리스의 국가부도로 촉발된 유럽의 재정난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로 연결되는 유로존 불안이 아직도 진행형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한때 유로존의 4대 경제 대국 이였던 스페인(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다음)의 옛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에너지 부족으로 고질적인 무역적자를 겪으면서, 경기 침체로 소비와 투자가 줄다 보니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인력감축, 해고 위기에 소비 지출은 더 감소, 다시 기업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높아진 실업률 때문에 급등한 실업 수당 지출로 더 긴축을 해야 할 형편이다.

프랑스(26.9%)와 영국(21%), 그리고 북부 유럽 국가들 스웨덴(23.5%), 덴마크(15%), 핀란드(20.5%) 등도 청년 실업률이 OECD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하면 독일(7.9%)과 스위스(6.2%)가 유럽에서 가장 청년 실업률이 낮은 국가 중 하나라고 한다. 미국(16.8%)과 캐나다(14.5%)의 청년 실업률은 OECD 평균치보다는 다소 높지만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캐나다의 경우, 2012년 말 기준 청년 실업률이 13.9%였으나 2013년 7월 현재로는 14.5%로 상승하였다. 그 이유는 대학 졸업과 여름방학에 쏟아져 나온 학생들 때문이라고 한다. 평균 청년 실업 기간이 약 11주 정도, 대졸에 비하여 고졸이 2배 이상 직업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 교육 과정과 견습 과정(실무 경험 취득)을 묶어서 Co-op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공계 대학 또는 경영대학 출신들은 대부분 취업을 보장 받지만 인문계 출신들은 취업난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등학교 선생, 저널리즘, 생물학, 법과대학 출신들이 공급과잉으로 취업난을 겪고 있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2013년 7월 현재 10.5%(2007년 보다 1.7%포인트 증가)임으로 통계 숫자로만 볼 때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때 대단히 양호한 편이지만, 과거 수년 동안 대학 졸업자(전문대, 4년제 대학, 대학원 포함) 중 군입대자나 대학원 진학자 등을 제외한 취업대상자(48만 3,702명) 중 평균취업률이 60%를 약간 밑돌고 있다. 대졸 10명 중 4명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된다는 뜻이다. 점점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 금융 위기 이전(2007년)과 비교하면, 남유럽 국가들(이탈리아 제외)의 청년 실업률은 모두 2배 이상 증가 하였고, 기타 OECD 국가들 대부분은 2013년 현재 모두 악화된 상태에 있다. 금융위기 이후 청년 실업률이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경기 침체의 탓이다. 경제 성장이 고용 증가의 해답이다. 국가 부채율이 높은 남유럽 국가들과 프랑스는 경기 부양책을 쓸 재원조차 없다.

경제가 성장하면 실업률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들의 경우 실제 고용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대의 취업 유발 계수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생산과정에서 과거 100년 동안 기계가 노동력을 많이 대체하였고, 일부 3D(Dangerous, Difficult, Dirty) 일자리는 기계에 의해 대체되었고, 선진국들의 수많은 제조업은 수익성이 높은 곳을 찾아서 해외로 떠났기 때문이다. 20세기 말에 다가온 정보통신혁명과 글로벌화가 맞물려 자본, 기술, 정보, 지식을 세계 어느 곳이든지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자, 손익계산이 빠른 기업들은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하면, 임금이 비싼 선진국의 노동력을 임금이 싼 해외노동력(예,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으로 대체하여 높은 수익성을 얻는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오프쇼어링(offshoring) 또는 오프쇼어 아웃소싱(offshore outsourcing)이라고 부르는데, 본사에서 하던 업무 중 일부(비 핵심업무로써 부품생산, IT서비스, 경리/회계업무 등)를 인건비 및 기타 생산비가 저렴한 다른 나라로 시설을 옮긴 후 생산품 또는 서비스를 조달 받는 공급사슬(supply chain)을 만들어서 높은 수익을 얻게 되었다.

오프쇼어링의 효과는 선진국의 잘 훈련된 비싼 인력(고학력-고임금 직종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경리/회계사, X-ray 전문의사 등)을 인도 또는 중국의 값싼 인력(고학력-저임금)으로 대체하여 인건비를 절약하는 것인데, 기업들은 높은 수익을 얻어 더 부자가 됐지만, 그 대가로 선진국들은 많은 일자리를 상실하였다. 오프쇼어링으로 상실된 일자리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미 노동성과 보스톤에 있는 Forrester Research의 추산에 의하면, 2010년 한해 동안 약 160만개의 고급일자리(주로 전문직종 white color jobs)가 미국에서 해외로 이동하였다고 한다. McKinsey Global Institute에 의하면 2000년대에는 오프쇼어링으로 약 50%의 생산비(임금, 토지세, 재료비, 물류비, 창고비, 전기 및 통신료 등)를 절약한다고 한다. 생산비 절약 이외에도 세금 면제 혜택을 주재국 정부로부터 받게 되고, 노동 및 환경관련 규제가 없든지 미국보다 덜 까다로운 것도 해외로 이동하는 이유인 것이다.

높은 인건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높은 법인세(35%)는 수십 년에 걸쳐 미국 기업을 해외로 쫓아 냈다고 볼 수 있다. 다국적 기업간에 인수합병(M&A)을 한 후 낮은 세금을 찾아 유럽(아일랜드, 영국 등)으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들도 많이 있다. 1960년 대에 글로벌 대기업 20개 가운데 17개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었으나 2010년 이후 6개 기업만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높은 인건비와 법인세율은 수많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예, IBM, Coca-Cola, Google, Microsoft, Intel, Caterpillar 등)이 해외에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하게 만들어 준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본사로 이윤을 들여오지 않고 있다. 세금 35%를 기피하기 위해서 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보도한 바 있다.

한국의 현실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시대에 해외인력의 활용 없이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1980년대 이후 한국 기업들이 외국으로 들고 나간 투자자금은 약 2,000억불이 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상이 지난 5년 새 빠져나간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는 제품의 80%, 현대자동차는 약 절반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휴대폰, TV, 냉장고는 각각 77%, 93% 그리고 75%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국내 인건비 상승, 노동시장 경직성, 그리고 통상마찰 회피 등이 국외 생산의 주요 요인이지만 국낸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장래가 불확실해지자, 한국 기업들도 현금자산을 곳간에 쌓아 두면서 투자를 억제함에 따라 투자 및 고용은 동반 부진 상태가 되었다. 높은 청년실업률은 고용 없는 성장시대의 산물인데 일자리의 절대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된다.

높은 실업률(특히 청년실업률 15-24세)에 고심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제조업 살리기의 일환으로써 오프쇼어링을 한 제조업을 국내로 “U턴”시키려는 전략-“리쇼어링(Reshoring)”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외국으로부터 미국내로 생산기지를 옮겨 일자리를 가져오면, 세금을 감면해주고 반대로, 오프쇼어링을 하는 회사들에게는 세금부담을 늘리겠다고 오바마 행정부는 발표한바 있다. 리쇼어링 정책의 일환으로써 예산 4,500억불을 투입, 제조업에서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할 계획을 발표하자 이미 저임금 노동시장의 매력을 상실한 중국에 있는 글로벌 제조업들(GE, GM, Google, Apple 등)이 국내 “U턴”전략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영국,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일본에서도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경쟁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 “U턴” 정책이 청년실업해소에 과연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 것인지? 계산 빠른 기업가들은 법인세 인하에서 얻어지는 혜택과 오프쇼어링에서 얻을 수 있는 생산비 절약을 저울질할 것이다. 미래전략 전문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앞으로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과 수출지향적 경제구조를 갖춘 국가들이 현재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예,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 있는 16개국). 어느 한나라가 기존 중국의 역할을 모두 다 담당하기는 어렵지만 몇 개의 나라가 협력하는 형태의 Post China가 오프쇼어링 행선지로 등장할 것으로 볼 때, “U턴” 정책의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뿐만 아니라 “U턴”의 효과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고용인력이 옮겨가는 것임으로 글로벌 시장 전체의 일자리 수는 거의 변함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법을 놓고 경제학자들과 정치가들간에 긴축재정정책이냐 또는 경제성장정책이냐로 갈라졌다. 긴축파의 대표 논객은 하바드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인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미국의 공화당 그리고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동조하고 있다. 남유럽의 국가 부채율이 높은 나라들(예,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과 프랑스는 긴축재정정책을 택하도록 강요를 받아서 실업문제가 더욱 악화되어 남유럽국가들의 경우 청년실업률이 2배 이상 뛰었다. 그와 반대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과 통화 양적 완화를 동시에 완화해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을 세워 5년이 지난 2013년 미국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만이 금융위기의 핵심해법으로 주장해온 성장파의 좌장격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 교수(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경기침체(저성장) 때문에 국가 빚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긴축파들의 긴축재정정책을 비판해 왔다. 유럽과 미국의 상반된 정책효과가 보여주듯이 경제성장이 청년실업해소의 해법인 것이다. 경제가 성장한다 해도 글로벌시대에는 취업유발계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 내에 고용증가가 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청년실업문제는 글로벌위기라는 성격상 각 나라가 개별적인 해법을 찾는 것보다는 협동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높은 실업률과 숙련된 기술자 부족현상이라는 세계경제구조의 모순해결이 시급하다. 교육기관이 배출하는 인력과 직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는 인력간의 기술격차(Skills Gap) 때문에 발생하는 미스매치(Mismatch)가 과거 5년간 청년실업률을 약 30% 상승시켰다. 독일과 스위스가 청년실업률이 낮은 이유는 탄탄한 제조업 기반, 재정건전성, 그리고 학교 정규교육과정에 견습프로그램(Apprenticeship)을 융합시켜 교육과 기업간의 기술격차를 줄인데 있다. 정책적으로 정부, 교육기관 그리고 기업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장기적 인력 수급계획을 수립한 후 학교에 커리어 가운셀러 들과 긴밀한 정보 교환을 해야한다. 미스매치를 줄이는 것이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또 다른 해법인 것이다.

대학진학율이 높은 한국의 경우는 '개인 커리어 야망과 기업이 필요한 인력간의 미스매치'가 고질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인력 및 숙련공(용접, 배관 등)이 대폭 부족하여 골병을 앓고 있는데, 취업 희망자들은 생산기술직을 외면하고 와이트 칼라 일자리를 쫓는 한국사회의 고질병을 치유할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국내 대졸자 10명 중 4명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수인재들이 이공계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를 기피하고 의대, 법대, 경상대 위주로 몰리는 것이 한국 특유의 “미스매치” 현실이다. 활발한 “경제성장”이나 “미스매치” 해결책이 없는 한 청년실업문제는 계속 글로벌 사회의 심각한 두통거리로 남아있을 것이다.

엄인호(전 캐나다 연방정부 국제무역위원회 수석경제학자, 전 오타와상록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