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빨간구두’ 연극공연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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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빨간구두’ 연극공연 펼친다
  • 박경란 재외기자
  • 승인 2013.08.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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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간호요원회, 다음달 7일 특별공연

베를린이 분단과 통일이라는 도시의 오명을 씻고 예술의 도시로 거듭난 지 오래다. 그래도 영 체감이 되지 않는다. 생존의 윤리에 저당 잡힌 이민자들에게 예술을 향한 시선은 그리 녹록치 않은 법이다. 그저 먹고 살기 바쁜 이국생활은 문화와 예술을 사치적 낭만의 범주에 한정시키곤 한다. 하지만 누구나 예술적 욕망이나 동경은 잠재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은, 시간이 흘러도 해묵은 청춘의 기억을 떠올리며 되새김질 할 줄 안다. 
 
연극 속 순자. 독일 올 때 겨우 스무 살이었던 아가씨가 지금 초로의 할머니가 되었다. 청춘의 시기에 스멀거렸던 연극에 대한 꿈이 초로의 나이에 꽃으로 피어났다.  다음달 7일 열리는 베를린 간호요원회(회장 김금선) 문화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베를린의 빨간구두’ 연극공연 준비 모습이다.

베를린 간호요원회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의료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의 화합을 위해 72년 설립됐다. 독일 전역을 통틀어 최초의 한국인 간호사 모임이다. 그동안 가야무용단을 창설, 한독 문화교류의 첨병 역할을 했으며, 한인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꽃꽂이 강습, 건강교육 세미나, 요리교실을 비롯해 일일 커피타임과 어르신을 위한 일일여행을 통해 친목과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

간호요원회는 특히 매년 열리는 문화행사는 베를린 한인사회를 하나로 연결하는 뜻깊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초창기에는 ‘경로잔치’라는 이름으로 나이 들어가는 선배들을 위한 위로와 감사의 자리였지만, 이제는 노년의 시기에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공감의 장으로 발전했다.

이날 문화행사에는 파독 50주년을 기념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1세대를 비롯한 2,3세의 문화공연 등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치게 된다.

간호요원회 회원들이 준비한 특별공연은 연극을 사랑하는 파독 간호사 출신 회원들이 극단 ‘살푸리’의 강수기 대표와 연출가 디히트마 렌츠의 지휘 아래 펼치는 ‘베를린의 빨간구두’라는 제목의 연극공연이다.

파독 간호사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토해내는 자전적 실험극이다. 이 연극을 통해 그동안 털어놓지 못한 독일에 온 진정한 속 이유와 그 당시의 애환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독일 동포사회의 근간은 파독 간호사와 광부다. 서베를린에서는 1966년 126명의 파독 간호사가 첫 발을 내디딘 후, 베를린 동포사회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당시 파독된 간호사들은 40년 이상을 간호시설에서 일하고 퇴직을 했다. 파독 당시 필리핀 국민소득 170불, 태국 220불일 때 한국은 겨우 76불에 불과했다.

가난한 나라, 가족, 형제를 위해 떠나온 이도 있지만,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해 만리 길을 택한 이도 있다. 이젠 그 당시보다 더 부강한 나라, 가족이 되었지만 이들의 노후는 희열보다는 상실의 쪽에 가깝다. 시간의 파도에 풍화된 수고의 잔재들이 지금 그들의 노년에 깃들어 있다. 이 연극은 그들 자신의 ‘떠나옴’의 근간을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힐링을 체험하고 관객과 공감하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베를린 간호요원회 김금선 회장은 “이번 문화행사를 통해 이민생활의 스쳐지나간 희노애락의 삶을 더듬어보고 향수에 젖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며, 바쁜 시간 속에서도 짬을 내어 행사에 참여해주시길 거듭 부탁했다. 노년의 문턱에 선 어르신들에겐 공감의 창을, 젊은 차세대들에겐 소통과 화합의 공간이 될 이번 행사에 고국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을 기대한다. 행사 문의는 베를린간호요원회(0163 1964 060)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