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학교는 일본 정규 사립학교이면서도 민족학교, 한국학교라는 정체성을 갖는, 지구촌에서 보기 드문 특별한 학교이다. 1946년 일본 오사카에 개교 이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30여 년간 자주 중립적 건학 이념을 실천하여 왔다. 건국학교는 개교 당시 100% 재일조선인을 위한 학교로 언젠가 교사·학생·학부모 모두가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조선인 학교라는 강한 정체성을 지닌 곳이었다. 1951년에는 일본 학교 교육법 제 1조에 의한 사립학교의 법적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당당히 일본 사회 속에서 민족교육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고국은 완전히 2개의 나라로 분단되었지만, 건국학교만큼은 많은 재일조선인들의 희망과 꿈대로 통일된 조국의 학교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학교를 지켜왔다. 하지만 2세, 3세를 거치며 일본 속 차별 등의 현실 속에서 점점 동포들의 발길이 건국학교를 떠나가기 시작했고 모든 구성원의 만장일치라기보다는 시대적 요구에 의해 중립학교로서의 역사를 접고 1977년 8월 15일 한국학교가 되었다.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상승하고 건국학교의 동아리 가운데 하나인 배구부가 일본 전국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등의 이유로 순수 일본인 학생들의 입학이 하나둘 시작되었다(1991년 『학교계획』을 보면 그 이전에는 없었던 <학생실태> 조사 결과가 실려 있고, 그 가운데 <학생 구성 분포>라고 하여 일본인이 한 학년에 1, 2명씩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지금의 건국학교는 재일동포 자녀는 물론이며, 그 어떤 특별함을 찾아 건국학교로 일부러 오는 일본인 학생들이 약 1/4이나 된다. 즉, 일본인들이 한국을 배우기 위해 스스로 건국학교를 찾고 있다. 게다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부모와 함께 한국에서 온 본국반(한국에서 온 편·입학생을 건국학교에서 통칭하는 말) 학생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즉, 2013년 현재 건국학교는 재일동포는 물론 순수 일본인, 본국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사들 역시 재일동포, 일본인 그리고 한국 초빙교사들이 함께 근무하는 다문화 학교다.
68년이라는 세월 속에 건국학교는 개교 당시와는 너무나 달라진 시대적 상황과 구성원의 변화라는 현실 속에서도 건학 이념을 지켜나가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즉, 민족어 보전을 위해 개교 당시부터 한국어 이머전 교육(일본인 학생들에 대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이머전 교육은 논외로 한다)에 충실해 왔던 건국학교는 역으로 한국에서 편·입학하는 학생들을 위한 외국어로서의 일본어 이머전 교육 및 그들에 대한 초기 지원은 일본 내 대부분의 한국 학교가 그러하듯 극히 미비했다.
현재 건국학교는 8,90년대 우수한 주재원 자녀들만 소수 편·입학하던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부모의 국제결혼 및 경제적 이유 등으로 학생의 기대나 희망에 따른 도일이 아닌 경우가 적지 않으며, 동학년 본국반 학생 수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2013년 건국학교 -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포함 -『학교계획』에 의하면 본국반 26.2% 재일동포 51.6%, 일본인 22.3%). 재일동포 교사들, 초빙 한국교사들, 일본인 교사들 대부분이 이중언어 구사자인 학교 내에서 대부분의 활동이 우리말로 가능한 환경이다. 그래서 새로 들어 온 본국반 학생들은 일본어를 몰라도 친구들과의 대화나 교사들과의 대화 등 개인적인 학교생활은 유지해 갈 수 있지만, 수업은 주로 일본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혀 알아듣지 못해 심한 거부감이나 큰 부담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적지 않은 학생들이 수업 회피 등의 모습을 보여 전체적인 학습량이 떨어지고 심한 경우 2-3년이 지나도 일본어가 전혀 늘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1951년 일본의 학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의 보통 학교와 동등한 법적 자격을 갖고 안정된 생활과 존경받는 구성원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민족교육을 위해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일본교육역사를 백두학원 건국학교가 처음으로 쓴 것처럼, 2013년 백두학원 건국학교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교육의 변화를 앞서 걷고 있다. 한국사회는 최근 들어 다문화 사회와 관련한 민족정체성 논의들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한국 학교가 있다. 그동안 한국만 잘 몰랐던 일본 속 한국학교,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백두학원 건국학교는 교육의 힘으로 찬란한 전통을 미래로 이어가며 이 순간도 의연히 실천하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참고문헌
정희영(2011) 일본 내 민족학교 한국인 일본어 학습자 현황 분석 및 개선안 - 오사카 백두학원 건국학교를 중심으로-, 일어일문학 50. 대한일어일문학회
정희영(2012) 개별화 수업을 기반으로 한 기초 일본어 수업에 관한 연구 - 오사카 백두학원 건국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일어일문학 55. 대한일어일문학회
정희영(부산공업고등학교 일본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