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정계에 도전하는 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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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정계에 도전하는 한인들
  • 계정훈 재외기자
  • 승인 2013.08.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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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알레한드로 시의원 후보와 백두진 연방하원의원 후보

이민 역사가 반세기가 지난 아르헨티나 동포사회에서도 정치에 뜻을 두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정치력 신장은 모든 동포들이 긴 안목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야 될 부분이다. 만약 정계에 한인들이 진출한다면 앞으로 한인사회를 바라보는 현지인 정치인들의 시각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한인들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 김 알레한드로
이번 2013년 10월 총선에는 김 알레한드로(36) 변호사가 한인교포 2세로는 최초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원에 도전하며, 백두진(45) 씨가 뚜꾸만 주에서 연방하원의원에 출사표를 던져 기대감을 주고 있다.

부에노스시 시의회는 상원과 하원이 나뉘어져 있지 않은 단원제로 모두 60명의 시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연방 국회의원 선거처럼 예비 선거제도가 없고 오는 10월의 총선에서 현재 총 60석 중 절반인 30석이 새로 선출된다. 시의원 선거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차지하는 형식으로 임기는 4년이다. 김 알레한드로는 집권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당(FpV)' 후보로 오는 8월말 정식 후보 등록을 마치고 출마하게 됐다.

김 씨는 부모님이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다음해인 1977년 아르헨티나에서 출생했다. 빨레르모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 중이며, 결혼해 돌이 된 아들이 하나 있다. 지난 몇 년간은 한인사회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 싶어 상인연합회와 한인회의 일원으로 봉사를 해왔다. 금년에는 한인회와 상인연합회 부회장을 맡아 한인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김 씨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이민 초창기 세대이신 부모님의 이민 생활을 지켜보며 정치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다. 동양인 이민자로서 수많은 어려움, 인종 차별, 부조리를 겪는 부모님의 모습은 어린 마음에도 늘 안타까웠다. 언어가 모자라고 얼굴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 이를 호소해도 아무도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가 약자라는 사실이 싫었다. 그래서 “뭔가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정치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이다.

한인회나 상연회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해 일해 온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하는 김 씨는 지금은 무산이 되었으나 운전면허청에서 한국어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주선하기도 했고, 이민청에 로비를 해 이민자 집단으로는 최초로 한인만을 위한 단독 이민청 이동 차량이 파견되어 약 1.200여명의 한인이 새 영주권 발급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바 있다. 치안부와 접촉해 아베자네다 한인상가 치안 문제의 심각함에 대해 치안부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설득을 한 적도 있다.

▲ 백두진 씨
한편 백두진 연방하원의원 후보의 경우, 뚜꾸만 주에는 연방하원의원 4석이 배정됐으며, 백 씨는 이번에 뻬론당 계열 반대파 인사들로 구성된 '문화교육노동당'의 1번 후보로 공천됐다. 현재 뚜꾸만 주에는 모두 17개의 정당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이 중 6개 정당 정도가 본선거에 진출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는 8월11일 치러지는 예비선거에서 뚜꾸만주 선거인 1백만 명의 투표 중 1.5% 이상의 득표를 해야만, 10월 27일 열리는 총선에 진출할 수 있다. 뚜꾸만주에는 현재 주지사 호세 알뻬로비치가 이끄는 집권당(FPV)파 이외에 모두 2개의 뻬론당 계열 반대파 정당들이 선거에 나섰는데, 그는 이중 반대파에 소속돼 있다.

백 후보는 “현재 저를 믿고 따르며 아낌없이 후원을 하고 있는 당원들의 대부분이 기독교 계통의 인사들”이라며 “때문에 이번 선거의 구호도 '동성결혼 반대, 마약 반대, 낙태 반대' 등이고, 개인적으로도 진취적이면서도 절제된 생활과 근면을 강조하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긍정적으로 여기며, 아르헨티나의 사회 발전과 안정을 위해 필요한 가치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제가 속한 당은 지난 2012년 집권당에서 추진한 바 있는 마약 소지 합법화 반대운동을 꾸준히 했으며, 결국 법안이 무산되어 매우 기뻤다”고 덧붙였다.

백 후보는 백흥주와 차금순 씨 사이의 장남이며, 아래로는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는 남동생 백수진이 있다. 그의 가족은 지난1976년 아르헨으로 이민 왔다. 그는 산띠아고 델 에스떼로 가톨릭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현재 뚜꾸만에서 건축자재 판매사업을 하고 있다.

백 씨는 평소부터 정치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사회에 한인들이 당당하게 뿌리를 내리고 살려면 현지 정치 상황에도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한인 교포들이 차별을 당하고 억울한 상황에 처해도 이를 해결할 만한 정치력이 없어 늘 숨을 죽이고 참아야 하는 상황을 반전시키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지난 1999년 페르난도 델라루아와 에두아르도 두알데 후보가 맞붙은 대선 당시, 십팔기 총재 유수남씨의 자제 유대원씨와 함께 두알데 진영 선거운동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당시 선거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등 허드렛일을 해보기도 했고, 매우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그 뒤로도 유력 정치인의 비서로 2년 정도 일하며 차츰 인맥을 쌓고 주위의 신임을 얻게 됐다. 이후 정치와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며 현재까지 오게 됐다.

그는 뚜꾸만 주 문화교육노동당의 하원의원 후보로 나선 뒤, 현정부에 반기를 들며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선거에 나선 최근 촉망 받고 있는 세르히오 마사 띠그레 시장 측근을 비롯해 대표적인 반대파들과 접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