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건국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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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건국학교
  • 정희영
  • 승인 2013.07.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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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건국학교가 근현대사 교과서에 수록되기를…

▲ 백두학원 건국중·고등학교 전통예술부 공연 안내 파워포인터 1쪽.
「본교는 개교 이래 68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학교입니다. 조국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고대부터 국제교류의 거점인 나니와항 오사카에 세워졌습니다. 한국과 일본, 아시아의 가교가 되고자 한국의 전통타악기와 민속무용 습득에 힘쓰고 있습니다.…」라는 일본어 안내 방송과 함께 태극기가 휘날리는 교정을 파워포인트로 보여주면서 오사카 백두학원 건국중·고등학교 전통예술부의 공연은 늘 시작된다.

오사카 백두학원 건국학교는 일본의 학교 교육법 1조의 적용을 받는 1조교다. 즉, 일본의 사립학교다. 1946년 개교 후, 조국은 한국전쟁으로 혼돈 속이었고 국제적으로도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1951년, 스스로의 힘으로 1조교의 자격을 획득하였다. 사실상 해방 전, 일본에서는 우리 동포 자녀들이 일본 중·고등 교육기관에 입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한다. 아무리 성적이 우수해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중·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는 극히 드물었다. 백두학원 건국학교는 우리 손으로 일본인 이상의 교육을 우리 동포 자녀들에게 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1945년 학원 창립 준비 단계에서부터 오사카부에 학교 설립 허가 신청을 제출했다고 한다. 일본의 학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의 보통 학교와 동등한 법적 자격을 갖고 안정된 생활과 존경받는 구성원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민족교육을 위해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일본교육역사를 백두학원 건국학교가 처음으로 다시 쓴 것이다. 

▲ <건국>이라는 한글이 크게 새겨진 전통예술부 전용 차량이 처음 학교에 오던 날! 연습 중이던 학생들과 기념촬영.
최근 들어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건국학교 및 관서지역 민족학교의 1조교와 관련된 부분이 자주 거론된다. 각종학교와 달리 일본 학습 지도요령에 따라야 하고 민족교과인 한국어와 한국사 시간을 제외한 수업의 대부분이 일본어로 진행되고, 일본 정부의 검정 교과서로 수업되는 건국학교 등이 일본학교(?)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자란 우리들이 가장 쉽게 범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재외동포들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부분에 대한 실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조국에 대해 매일매일 생각하고 배우며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저 자신의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심각한 고민 한번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동포들에게 내뱉는 말이 있다. ‘동포들의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염려된다. 걱정스럽다.’ 이제는 그것도 도가 지나쳐 민족교육의 길을 약 70여년 가까이 묵묵히 의연히 걸어오고 있는 한국학교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 오사카시 스미요시구에서 발행되는 신문 기사의 일부 구청장님과 함께 한 전통예술부와 취주악부.
건국학교 초빙 교원으로 근무하면서 놀란 것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1조교의 힘이다. 백두학원 건국중·고등학교 전통예술부는 <건국>이라는 한글이 아주 크게 새겨진 동아리 전용차량이 있다. 오사카부의 「열심히 한 학교」 지원금으로 2013년 3월 마련한 것이다. 오사카부가 한국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백두학원 건국중·고등학교 전통예술부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지원한 것이다. 즉, 백두학원 건국학교는 1조교이기에 일본 교육법 내의 모든 자격을 동등이 가지고 있으며 당당히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다. 1조교이기에 건국학교는 모든 일본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에 한국인이지만 참가 자격이 있고 건국학교의 3대 동아리인 전통예술부와 취주악부 그리고 배구부는 오사카부의 대표로 일본의 전국대회에까지 나가고 있다.
 
매년 오사카사학예술문화연맹이 주최하는 오사카사립중·고등학교 예술문화축제에도 백두학원 건국중·고등학교 전통예술부와 취주악부는 초대받고 있다. 특히 지난 해 2012년 제 26회는 NHK홀을 빌려 열릴 만큼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때문에 평년과 달리 평소 그 기량이 특히 뛰어난 사립학교만을 별도 선발하여 초대하였다. 기라성 같은 일본사립중·고등학교 문화예술동아리들의 향연에 백두학원 건국중·고등학교 전통예술부가 오프닝을 맡았다. 오사카사립학교 이사회 이사장의 인사가 끝나고 무대의 막이 올랐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우리 학생들의 오프닝 연주에 대회장을 찾은 수많은 일본인들은 술렁이기까지 했지만, 동아리 지도자인 차천대미생님의 창작곡 <건국 북놀이>라는 제목의 연주가 끝나고 나서 대회장이 떠나갈 듯 터져 나온 박수 소리는 지금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악기 등을 정리하고 있을 때, 함께 출연했던 다른 사립학교 담당선생님께서 매우 공손하게 “올해도 건국이 해냈군요. 대단해요”라는 인사를 해주었을 때의 뿌듯함!

▲ 오사카사립중·고등학교 예술문화축제(NHK홀)에서 오프닝 연주를 하고 있는 건국중·고등학교 전통예술부.
어느 날 스미요시구(백두학원 건국학교가 위치한 지역) 구청장님이 동아리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오신다는 전화를 받았다. 모두들 퇴근한 오후 늦은 시간, 동아리 연습도 거의 끝날 무렵, 요시다구청장님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오셨다. 아이들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시고 스미요시구의 자랑이라며 활짝 웃으시던 모습, 한국어와 일본어를 유창히 구사하는 학생들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시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이렇듯 백두학원 건국학교는 지역사회는 물론이며 오사카부 전체의 대표로 일본 땅에서 멋지게 한국을 배우며,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이태리, 이스라엘 다음으로 세계 4번째인 해외동포 대국이며, 본국 인구 대비 해외동포 비율로는 이스라엘 다음으로 2번째로 많다. 특히 일본에만 66만여 명이 살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 조국의 경제적, 정치적 발전에 있어서도 재일동포가 감당해야 할 몫은 상당하며, 이런 의미에서 동포들은 우리의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한국만 ‘잘’ 모르는 학교,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학교, 백두학원 건국학교! 그들의 강한 생명력이 더욱 힘을 발할 수 있도록 맑고 투명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하며, 진정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지 이제는 조국인 우리가 먼저 고민해야할 차례가 아닌가 한다.

정희영(부산공업고등학교 일본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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