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 고스란히 간직한 백두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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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고스란히 간직한 백두학원
  • 정희영
  • 승인 2013.07.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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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학교가 <근현대사> 교과서에 수록되기를…

  백두 금강 영봉은 우리의 기상  
  압록 두만 흐름은 우리의 발전
  금수강산 삼천리 무궁 낙원에
  문화의 금자탑을 굳게 세우세
  
한반도 전체를 자신들의 교정으로 생각하는 학교, 그 한반도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학교, 그리고 그곳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는 학교, 오사카시 스미요시구에 있는 백두학원 건국초·중·고등학교의 교가다. 교문을 들어서면 곧바로 필로티, 필로티에서 중앙현관으로 들어가 2층 체육관으로 올라가면 무대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애국가 그리고 왼쪽에는 한글로 교가가 새겨진 대형 액자가 걸려있다.바로 이곳이 일본 정규 사립학교이기도 한 백두학원 건국학교다.

설립 및 인허가 순서대로 따져 본다면, 해외에서 가장 먼저 동포들의 손으로 세운 학교, 그래서 한국학교라고 불리기보다 민족학교라고 불리는 학교,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모두 같은 교가를 부르는 학교, 바로 건국학교다. 


초대 교장 이경태의 글에 현제명이 곡을 섰다. 건국학교의 설립은 1946년 3월 1일이다. 2006년 발간된 백두학원 창립 60주년 기념지 『건국』에는 “… 이 무렵(연대는 확실치 않지만) 이경태 교장이 작사한 교가를 서울로 보내어 유명한 현제명 선생에게 작곡을 부탁하였다. 현 선생님은 흔쾌히 승낙을 하시고 즉시 작곡을 해보내주셨다고 한다. … 해방 조국의 새로운 기수들! 평화롭고 부강한, 그리고 문화의 향기 드높은 살기 좋은 낙원, 조선! 원대한 이상과 포부에, 끊어 오르는 정열과, 두 번 다시 식민지 민족으로 나라를 빼앗기는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한 심정에서 전력을 기울여 탄생한 것이 이 교가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1948년 3월 25일 건국중학교 제1회 졸업식이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교가는 1947년을 전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제명이 서울대 음대 초대학부장이었던 시절로, 건국학교는 당시 교가를 한국 최고의 대학교에 의뢰하여 작곡을 부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주와 상애함은 우리의 걸음
 근검과 정상함은 우리의 일상
 건국의 종소리에 힘을 다하여
 새로운 우리나라 굳게 세우세

 자주, 상애, 근검, 정상은 건국학교 교훈이다. 《세우자 나라를, 建國》 참으로 특별한 학교다. 
 학교법인 백두학원 건국학교는 교가 이외에도 또 한곡의 특별한 노래가 있다. 

 작별의 날 희망의 길 서로 다 다른들
 잊을소냐 우리 갈 길 겨레의 가는 길
 자유의 기 높이 들고 진리의 노 저어
 금수강산 평화의 종 힘차게 울리리

 역시 초대 교장 이경태가 작사하였고 곡은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다. 올드 랭 사인은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의 가곡으로 1788년에 작곡되었으며 지금의 애국가(안익태 작곡)가 나오기 전인 1900년을 전후하여 애국가를 이 곡조에 따라 부르기도 했던 의미 있는 곡이기도 하다. 나라를 빼앗긴 백성들은 민족의 울분을 이 곡에 담아 불렀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쥐어 안고 이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해방되고 태극기를 흔들며 목이 터져라 불렀던 애국가도 이 곡조의 노래였다.

물론 1946년 1월 14일 태극기가 처음으로 중앙청 국기봉에 올라갈 때 불렀던 노래도 바로 올드 랭 사인 곡에 가사만 애국가였다. 안익태 선생님이 작곡한 애국가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불린 것은 1946년 12월 12일 입법의원 개원 때이고,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과 함께 대한민국 국가로 불리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그 뒤에도 계속해서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2013년 현재 건국초등학교는 64회 졸업식을, 중학교는 66회, 고등학교는 65회를 맞이했다. 환갑을 넘어 고희를 바라보는 건국은 해방의 기쁨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올드 랭 사인의 반주에 맞추어 여전히 매년 졸업가를 부른다.

졸업식 연습을 할 때 학생들에게 졸업가에 담겨있는 의미를 설명하며 참 어려웠던 단어가 있다. 
“겨레!”.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저학년 학생들에게 겨레를 일본어로 어떻게 번역해야할까 고민하며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한 조상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들. 동포 민족’. 아무래도 동포, 민족으로는 뭔가 부족한 “겨레”…. 계속해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어원을 찾아봤더니 ‘겨레’ - ‘가르다’에 말바탕을 두고 있으며, ‘몸’에서 갈라져 나간 ‘가지’가 ‘겨레’라고 한다.

예를 들면 ‘한겨레’, '배달겨레‘ 등이 있다. 이렇게 예쁜 우리말을 70여 년 전 가슴 저며가며 부르던 그 멜로디 그대로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 날, 졸업생들의 선창을 시작으로 재학생 그리고 학부모 교사 모두가 이 노래를 함께 부른다.  그들에게 역사는 잊혀진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끊임없이 다시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무한경쟁의 세계 질서 속에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교육에 모든 힘을 쏟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 그 힘은 바다 건너 일본 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70년 가까이 강한 자생력으로 민족 정체성을 지키며 동시에 일본 현지 사회에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배움의 요람, 백두학원 건국학교! 오늘의 건국이 설립 당시의 건국 그대로 일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건국학교가 우리들과 더불어 그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느끼고 배울 수 있는 학교로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자랑스럽고 가슴이 벅찰 따름이다.

[글=정희영(부산공업고등학교 일본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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