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과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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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과 박근혜 대통령
  • 이신욱 박사
  • 승인 2013.05.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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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181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세계최초의 국제회의인 빈회의가 열렸다. 빈회의의 주요목적은 유럽의 현상유지와 함께 나폴레옹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유럽 질서의 원상회복이 주요 목적이었다. 영국을 비롯한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등 승전국들에 비해 당시 패전국 프랑스의 입지는 매우 어려웠다.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전쟁을 거치면서 프랑스는 국가재정의 고갈로 국민들은 굶주림에 직면했고 국제적으로 나폴레옹 전쟁에서 패전하여 연합국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프랑스는 간단히 극복했다. 위기극복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샴페인이었다.

유명한 와인의 한 종류로 세계화시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사랑받고 있는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수도사 ‘동 폐리뇽’이 1688년 개발한 새콤하고 신선한 맛의 거품와인이다. 18세기까지 프랑스 지방와인에 불과했던 샴페인은 ‘미망인 클리코’라고 불린 한 여성에 의해 빈회의에 알려졌다. 클리코 부인은 오스트리아 빈에 유럽의 왕들과 정치가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거품와인인 샴페인을 빈회의에 가져갔다. 당시 프랑스는 패전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내수시장이 위축되어 샴페인을 마실 수 없을 지경이었다. 따라서 샴페인의 새로운 판로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빈으로 달려간 클리코 부인은 뛰어난 사교술을 바탕으로 샴페인을 적극 홍보하여 빈회의의 공식 만찬주가 되게 하였고, 샴페인의 뛰어난 맛에 반한 유럽의 왕들과 정치가들의 프랑스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샴페인을 통해 패전국 프랑스는 연합국들의 징벌에서 벗어나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오히려 샴페인의 대유행으로 인해 경제회복에 큰 계기를 삼을 수 있었다. 클라코 부인의 지혜가 패전의 멍에를 쓴 위기의 프랑스를 구하고 경제부흥을 이끈 것이다.

위의 일화에서 프랑스는 지금 대한민국과 유사하다. 지난 2월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불운하게도 북한핵실험으로 촉발된 제2차 북핵위기에서 출발해야 했다. 북한은 서울불바다와 같은 전쟁위협을 연일 계속하고 있고 심지어 한국을 볼모로 미국에 대한 핵전쟁 위협도 서슴지 않고 있다. 더구나 남북화해의 증표였던 개성공단마저 폐쇄되어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고, 한반도는 언제 정상화될지 모를 지경이다. 지난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방문은 날로 증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전략적 동맹국인 미국과의 협의를 위한 것으로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한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의 영어연설은 듣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뿐만 아니라 양국의 국민들과 재외교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국전쟁으로부터 경제발전과 부흥에 협조한 동맹국 미국에 대한 감사의 표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과 핵위협에 대한 한미공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행에 대한 의지는 ‘신뢰와 원칙’으로 대변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연설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핵 실험과 북한의 전쟁위협이라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상황에서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의 인내와 비핵화에 대한 결연한 의지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큰 지지를 받고 있다. 핵실험과 전쟁위협으로 일관하던 북한정부도 ‘핵보유와 경제개발’ 병진정책을 내놓으며 북핵위기의 출구전략으로 평화와 한반도 안정을 모색하고 있고, 지난 24일 북한은 군부대표 최룡해를 파견하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고 있다. 핵과 전쟁으로 위협하던 북한이 오히려 대화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대화 기류는 미국과 한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다음달 초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다음달 말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한반도 평화구축에 중요한 만남이 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중국방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와 원칙’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적극지지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보편적 원칙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뢰와 원칙’의 남북관계는 필수라 하겠다.

샴페인을 통해 빈회의에서 위기에 처한 패전국 프랑스를 살리고 오히려 경제부흥의 기회를 가져온 클리코 부인의 지혜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와 원칙’은 전쟁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원하고 오히려 21세기 경제발전과 남북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언젠가 다가올 통일의 샴페인을 터트리는 남북한 국민들과 재외동포들을 상상해본다.

[이신욱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