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스스로 노인을 위하는 사회가 돼야”
상태바
“노인 스스로 노인을 위하는 사회가 돼야”
  • 계정훈 재외기자
  • 승인 2013.05.04 1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이심 대한노인회 중앙회장

노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인 문화 전도사’를 자처하며 미국과 브라질을 거쳐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대한노인회 중앙회 이심(74·사진) 회장. 이 회장은 짧은 일정에 빡빡한 시간을 소화하면서도 피곤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고, 스스로 활력을 충전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충만해 있었다.

이심 회장은 1일 오전 한인묘원, 한인 골프장, 한국학교, 한국병원 등을 방문한 후, 대한노인회 아르헨티나 지회 인증서를 전달하고, 참석 노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시간은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길어졌다. 그러나 참석 노인들은 궁금함이 다 해소되지 않은 듯 보였다. 한인회가 준비한 만찬장에서 노인들이 궁금해 하는 몇 가지 질문을 보충해 보았다.

- 대한노인회장은 어떤 방법으로 선출되나?
: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대한노인회는 1개 직할 지회, 16개 시·도 연합회, 244곳의 시·군·구 지회를 비롯해 2,000여 곳의 읍·면·동 분회가 있다. 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대의원은 244곳의 지회, 각 도의 16개 연합회, 중앙회 16명의 이사, 도합 300여 명의 대의원이 선출하며 연임할 수 있다.

- 이번 출장길에서 뉴욕을 비롯해 브라질 등에 해외 지회가 설립됐다고 들었다. 임기 중에 외연을 확장하는 인상을 주는데 특별한 목적이라도 있는가?
: 임기 중 집중적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한 목적은 있다. 지금의 노년세대는 우리의 국력이 신장되는 데 크게 기여했던 분들이다. 헐벗고 굶주린 상태에서 비참한 전쟁을 경험한 세대로 분명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확고한 국가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일했던 분들이다. 해외에 사시는 분들에게 늦었지만 관심을 갖고, 자긍심을 살려 그들의 경륜을 사회가 흡수해야 한다. 국가의 인적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에 내외국민이 따로 없다.

노인들이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는데 뒷방 늙은이로만 머물러선 안 되고 동기를 부여하고, 교육을 통해 의욕을 살려 건강하고 활기찬 보람된 여생에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 노인들이 함께 즐거운 사회가 목표고, 이젠 노인들도 먼저 변해야 한다. 그동안 쌓아온 능력과 지혜를 발휘해 스스로 보람을 찾는 노인들이 늘어나야 한다.

- 그 변화의 방법은?
: 아르헨티나 노인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재산이 많거나, 과거 출세하고 이름을 얻었던 분들, 건강한 이들은 노인회에 잘 나오지 않는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해 보면, 이들에게 노인회에 “가입하라”고 하면, “내가 먹을 게 없어 거길 가나?”라고 말한다. 과거 이름 좀 냈거나 건강한 이들은 “내가 어떻게?” 이런 식이다. 그러나 이분들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상실감이 더 크다. 이들이 소외된 노인들과 교류하고, ‘봉사’를 통해 소통해야 한다. 노인이라고 해서 자기계발 없이 사는 것은 개인은 물론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면적으로 들여다보면 정신적으로 더 불안한 이들이 그들이다. 아르헨 지회도 노인이 노인을 위하는 마음이 앞서 있어야 바람직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말씀 드리면 신앙생활도 노인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간담회 자리에 스님이 한 분 계시던데 정말 좋은 인상을 받았다.

- 아르헨 노인회를 방문한 소감은?
: 여기 오기 전 지회 가입을 두고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교민사회 의식 있는 어른들과 지도자들이 나서서 갈등을 보란 듯이 해결 한 점에 대해서 양쪽 다 높이 평가한다. 갈등의 해결은 큰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다. 설득의 묘, 내 의견을 접고, 발전적인 의견에 귀를 열어 둔 점은 교민사회의 성숙도가 그만큼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좋은 인상을 받았고, 더 진취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 임기 중 꼭 이루고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
: 해외 노인 문제를 전담하는 ‘복지청’ 설립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금 노인 인구가 세대 구성의 10%를 넘었다. 대한노인회가 260만명 회원과 600여만명에 달하는데 노인 전담부서가 없다는 것은 OECD 회원국으로 부끄러운 부분이다. 제도적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위해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지회의 국고지원 등 정책적으로 확실히 뒷받침 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은 부양의 대상이 아니다. 경륜은 경험에서 얻어진다. 노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로 젊은이들도 인식해야 한다. 대한노인회는 지회의 교육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위해 발전적 비전을 제시하고, 노인들의 역량을 모으는 일에 힘을 쏟고자 한다. 또 노인 스스로 사회의 주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이 걱정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 사회의 자산 개념으로 다가가려는 분명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대한노인회 중앙회 이심 회장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임기는 2014년 2월까지이며, 연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회장은 간담회가 끝나고 한인회가 마련한 만찬에 부인회원들이 수고한 점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아르헨티나=계정훈 재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