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회 ‘김치잔치’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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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2회 ‘김치잔치’를 마치고…
  • 이인주 마틴한인회장
  • 승인 2013.04.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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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계 이민자도 별로 없는 시골… 한국문화 알리기 더없이 좋은 곳"

테네시주 마틴한인회는 지난해 3월 24일 첫 ‘김치잔치’를 벌인데 이어 올해 3월 30일과 4월 6일 두 번에 걸쳐 김치잔치를 성공리에 잘 마쳤다.

올해는 부활절 관계로 참석치 못한 사람들을 위해 부득이 두 번씩이나 치르게 된 고된 행사이기도 했지만, 작년에 비해 더 많은 참여율과 관심을 보였다.

우리지역 위클리 카운티 판사 타미 모어는 이번 행사에 적극적 후원자이기도 했다. 작년행사에 참여했던 몇몇 분들도 다시 참석해 주셨으며, 새로 오신 분들도 모두 김치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무척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흑인 아저씨 한분은 친구들과 세인트루이스 구장에서 개최되는 야구경기 관람조차 포기하고, 이번행사에 또 참석해 주셨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아직 김치는 이곳 사람들에겐 생소한 음식이고, 일단 맵다는 것과 서양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독특한 맛과 향 때문에 선호도는 낮지만, 차츰차츰 김치의 맛과 효능을 알리고 경험케 하여, 친근감 가는 음식으로 이 지역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 행사의 목적이다. 또한 다른 한국음식도 함께 알리는 좋은 기회다.

이곳은 한국식당도 한국 식품점도 없다. 운전해서 최소 약 두 시간은 가야만하고, 큰 시장은 애틀랜타시에 있는데 7시간 거리이다. 그래서 우리도 아이들 학교 안가는 주말을 이용해 쇼핑을 간다. 행사를 하는 경우, 1주일 전에 이런 큰 시장에 다녀온다.

우리가 김치잔치를 하게 된 동기는 한국 사람은 물론 다른 동양계 이민자도 별로 없는 시골이지만, 오히려 이런 곳일수록 제2의 외국문화를 알리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마냥 소박하기만한 이곳 미국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는 좋은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문화로 지역사회에 다가가는 것이야말로 더욱더 지역 사람들과 친교를 맺는데 있어서 몇 배의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가을에 이런 잔치를 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추석, 할로윈, 추수감사절, 연말연시의 분주함 때문에 너무 춥지 않은 꽃피고 새우는 즐거운 봄으로 계절을 선택했다. 작년에는 더웠는지 일주일전에 시장 봐온 배추를 시원한 곳에 뒀는데도, 반이 넘게 썩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양의 조절과 경비지출 조절이 어려웠으나 우리의 음식문화를 알린다는 열정과 미국인들의 반응과 호응도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올해에는 작년 행사에서 미숙했던 부분을 보충했다. 예를 들어 날씨가 작년보다 좀 추웠지만 그 많은 배추를 다 냉장고에 보관했다. 그리고 경비지출을 좀 낮추면서 좀 더 효율적이고 성과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도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뭔지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예를 들면 김치가 김치만이 아닌 김치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더 흥미를 끌게 했다. 김치볶음밥과 즉석 김치부침개 그리고, 처음 시도해본 김치 햄버그를 선보임으로 그들의 눈과 맛에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아주 제격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곁들어 불고기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으며, 바로 구워 맛도 보게 했고, 물론 잡채도 곁들였다.

즉석 김치부침개는 빼 놓을 수 없는 참석자들의 즐거움이었다. 고소한 냄새와 먹음직스런 오렌지색의 부침개는 입맛을 돋우었으며, 빠른 손놀림으로 구워내는 동료 한인들(유인숙, 이지선 사무총장, 변경미 교수)을 지켜보는 것만도 잔치분위기의 훈훈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김치를 주제로 한 간단한 점심식사와 한국과자를 후식으로 하여 한국음식의 맛과 궁금증에 대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잔치는 절정을 이루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만든 김치를 바라보며 마냥 뿌듯해 했고, 맛을 봐 달라며 우리에게 한입 뚝 떼어 주는 인정스러움과 자신감 넘치는 그들의 모습은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처음 만든 그들의 솜씨였지만, 정말 보통김치보다 더 맛난 그런 김치였다. 아마도 정성과 열정이 가미되어 맛의 효과를 더 살렸을 것이다.

김치잔치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미리 준비해둔 한국산 예쁜 나무젓가락 세트를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또한 본인들이 직접 만든 김치는 모두 가져갔으며, 김치가 발효하면 김치볶음밥, 김치부침개, 김치찌개를 끓이겠다며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보람을 느꼈다.

두 차례에 걸쳐 김치 실습에 적극 참여한 사람들 30명과 일반 게스트를 포함시키면 총70여명이 달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네다섯 살 된 어린 두 소녀가 어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김치를 만드는 아주 정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실습생 모두에게 김치에 대해서 명 강의를 해주신 마틴한인회 이혜영 부회장님의 열정과 강의 내용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중간 중간 필기도 하며 열중하는 실습생들의 모습도 참으로 보기 좋았다.

행사가 끝나자 모두 아쉬워하는 표정들, 내년을 꼭 기약하며, 한 분 한 분 힘껏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하고, 서로 어깨도 두드려주며 서로 고맙다는 인사로 행사의 막은 이렇게 내려졌다.

이번 행사로 남은 이익금은 크지는 않지만, 한 푼 한 푼 너무나 소중하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이익금 전액을 UTM(테네시대/마틴캠퍼스) 내 현재 임시 한글 수업반을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한 기금마련에 보태기로 했다. 벌써 한글기금이 1,750불 정도가 모여진 걸로 알고 있다. 조만간 대학교에 청원서를 내어 한국어를 정식과목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행사에 정말 수고가 많으셨던 분들을 소개하자면 마틴한인회 이혜영 부회장님, 이지선 사무총장님, 그리고, 유인숙 사모님과 변경미 교수님께 진심으로 많은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분들이야 말로 묵묵히 국위선양에 앞장서는 무보수의 훌륭한 봉사자이시고, 애국자들이시다. 정말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기사제공=이인주 테네시주 마틴한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