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입각 실패, 복수국적 전면 허용 기회로
상태바
김종훈 입각 실패, 복수국적 전면 허용 기회로
  • 이계송
  • 승인 2013.03.12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훈의 입각이 실패로 끝났다. 한 마디로 아쉽다. 그의 입각을 환영하고 성원한 사람이었기에 더 더욱 씁쓸하다. 스스로 물러난 이유가 석연치 않음은 별개의 문제다. 모든 국력을 국제화에 쏟아 붓는 듯 보였던 조국의 모습이 아직은 허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 허망했다. 하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일지로 모른다. 이번 일로 명백히 드러난 것은 복수국적(이중국적) 문제가 이제는 훨씬 더 개방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한국의 국적법은 그동안 상당한 진전을 보았다. ‘이중국적’이란 용어가 ‘복수국적’으로 바뀐 것도 하나의 예다. ‘이중’이란 단어가 ‘이중성격’, ‘이중인격’처럼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이중국적자는 이중국적을 갖고 이중인간으로 양다리 걸치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인식되었던 저간의 사정을 헤아린 것이다. 이런 인식은 문제의 양면성을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일반적 정서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또한 복수국적에 대한 한국인들의 저항 심리는 일제의 잔재라 할 수 있다. 오로지 천황과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이 절대적인 선이라고 가르쳤던 일본의 국가지상주의가 그것이다. 그러한 국가지상주의가 5·16군사독제의 통치이념으로 이어졌고, 한국 국민들 의식 속에 계속 자리 잡게 되었다. 70년대 미국 이민자들을 향해 조국을 버린 사람들이라는 오명을 씌운 적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1세기, 글로벌시대, 국경의 의미가 엷어지고, 글로벌 코리안이 주창되고 있다. 그동안 해외동포들의 숫자는 720만으로 늘었다. 이제 국가지상주의나 민족주의는 역사의 유물일 뿐, 세계주의가 대세가 되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복수국적의 부정적 측면을 양보하고 긍정적 측면을 적극 부각시켜야할 때가 온 것이다. 법적인 조치들을 개방적인 방향으로 추진해온 만큼 본국 국민들의 정서에도 적극 호소해야 한다. 사실 김종훈은 미국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였다. 새로운 복수국적법에 따라 세계적인 과학자로서 복수국적이 허용되는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정서상 미국국적을 포기한 것인데, 일부 정파에서 ‘국민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도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720만 해외동포들은 소나 말처럼 풀이 많은 곳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다. 가난했던 조국을 떠났을 때의 심정은 당사자 외에는 모른다. 그래서 고향 떠나 사는 사람들처럼 독종들은 없다. 그들은 조국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한인회가 없는 곳이 없고, 조국의 앞날이 곧 자신들의 앞날이었다. 조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면서 누구보다 기뻐했던 사람들이 해외동포들이다. 또한 그들의 국제적 경험은 국제화를 주창하는 대한민국의 아주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이것이 전면적 복수국적 제도의 실시를 주장하는 주요 이유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국민정서나 단점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처럼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을까?” 실사구시(實事求是), 글로벌 코리아는 국적에 상관없이 글로벌 인재들이 가세할 때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는 주장을 일반 국민들도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성과 다원주의, 자기 정체성까지 허물 수 있는 유연성, 옛날식 애국주의에서 벗어나 세계주의를 지향하는 움직임들을 적극 장려하고 홍보해야 한다.

복수국적에 대한 요구는 또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행복 추구권에 해당된다.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고통이 없는 상태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실현하는 권리’로서,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급부를 구하는 적극적 권리의 성격은 없지만, 행복추구활동을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로 보고 있고, 행복추구권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주체가 된다’고 되어 있다. 복수국적제도의 전면적 실시가 적극 검토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계송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대변인]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