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한인사회의 구심점, 이동섭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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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한인사회의 구심점, 이동섭 회장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3.0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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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카오 진출 1세대 한국인, 이동섭 마카오한인회장

홍콩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마카오(澳門·Macau)는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신화를 쓴 한국영화 ‘도둑들’의 주무대이기도 했다. 홍콩 느와르 영화(Film noir)를 많이 봐서일까? 카지노 도시, 마카오는 한탕을 노리는 불순한 군상(群像)들이 백주대낮에도 활개를 치는 무법지대 이미지다.

이런 곳에서 무려 20년 넘게 한인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동섭(사진) 회장의 마카오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는 20대 초반 1980년, 홍콩에서 열린 태권도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한 후 인근 마카오에 태권도 시범단으로서 들렀다가 마카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금까지 눌러앉게 됐다.

태권도 고수답게 현재 이동섭 회장은 ‘마카오 치안경찰국 무도총교관’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부업으로는 경찰장비를 한국에서 수입해 납품하는 무역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단기 유동인구를 제외하면 마카오에 정착한 한인은 어림잡아 500여명, 여행업을 비롯해 무역회사, 자영업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식당 12개, 여행사 5개, 교회 2개, 미장원 1개, 옷가게 1개, 무역회사 4개… 한국에서 온 신부님이 4명…” 현지 한인들의 분포를 물어보자 이 회장의 입에서 마치 녹음한 듯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온다. 오랫동안 한인회장직을 수행한 만큼 작은 규모의 마카오 한인사회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현지 한인들이 가장 큰 불편을 느끼는 점은 총영사관이나 분관이 없는 여타 지역처럼 마카오에도 영사관이 없어 배를 타고 홍콩까지 가야 한다는 것. 다행히 홍콩총영사관에서 한인사회에 관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마카오를 들러 대소사를 챙기는 덕분에 그나마 다른 지역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특히, 카지노의 도시답게 각종 사건·사고가 빈번하다. 도박으로 여비를 탕진해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는, 구덩이에 빠진 한국인들을 구휼하는 것은 한인회장 몫이다. 본인 사업에 신경 쓰기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이들을 돌보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 비록 육두문자가 간헐적으로 튀어나오고, 거친 말로 인해 오해도 받지만 가슴만은 한국 특유의 ‘정’으로 가득 찬 동네 친숙한 형님이다.

이동섭 회장은 지난해 도주범 김 모 씨를 현지에서 잡아 모국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고, 제6회 ‘세계한인의 날’을 맞이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한때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과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국내 언론지상에 도배가 돼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기도 했던 이 회장은 한국경찰과 긴밀하고 지속적인 공조를 통해 범인들을 잡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마카오의 카지노는 1962년 카지노 왕, ‘스탠리 호’(何鴻桑)가 면허를 받은 후 2001년까지 독점체제로 유지돼 왔다. 하지만, 1999년 12월 마카오가 중국으로 반환된 후 초대 행정장관을 지낸 ’에드몬드 호’는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마카오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야침 찬 계획을 발표하고, 카지노 독점체계를 허물었다. 이후 윈리조트, 갤럭시, 베네시안, MGM 그랜드 등의 업체가 진출하는 것을 기점으로 마카오 경제도 더불어 상승바람을 탔다. 공식적으로 마카오 GNP의 40%가 도박을 통해 들어온다고 한다.

이동섭 회장은 “예전에 비하면 현재의 마카오는 거의 천지개벽의 수준이다”며, “카지노산업이 부흥하면서 1인당 GNP도 급격히 상승했고, 사회복지도 월등한 수준으로 높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록 고속질주로 도시 곳곳을 개발했지만, 100년 이상 된 건물을 손도 대지 못하게 할 정도로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마인드는 확고하다. 서울 강남구 인구와 비슷한 52만명에 면적은 서울 마포구와 비슷한 마카오에는 30여개의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건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이동섭 회장은 “마카오 음식은 다른 곳과 달리 한국인의 입맛에도 아주 잘 맞는다”고 말하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오랫동안 포르투갈 영향을 받은 마카오에서는 다채로운 지중해 요리뿐만 아니라 중국의 4대 요리로 뽑히는 광둥요리를 현대식으로 변형한 퓨전 요리들도 맛볼 수 있다. 특히, 매케니즈푸드(Macanese Food)는 현지의 재료와 요리법이 포르투갈 요리에 가미된 마카오만의 특화된 요리다.

마카오에 진출한 1세대 한국인, 이동섭 회장은 복잡다단한 마카오에서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교량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해외자산 중의 한 명이다.

[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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