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추위녹인 '이웃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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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추위녹인 '이웃 사랑'
  • 미주 한국일보
  • 승인 200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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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추위녹인 '이웃 사랑'
  
입력시간 : 2004-02-17
  
뉴욕중부교회. LG전자 부인회. 연예인 박경림 밀알홈 위문

주위와 사랑을 나누는 밸런타인스 데이를 맞아 한인들이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14일 리틀넥에 위치한 뉴욕중부교회(담임목사 김재열)에서는 가족과 헤어져 마땅히 돌보아줄 사람이 없는 김경삼씨의 100회 생일 잔치를 마련, LA에서 날아온 아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또한 이날 플러싱 밀알 복지홈에서는 LG전자 주재원 부인회가 직접 만든 음식을 가져와 장애인들을 위로하는 뜻깊은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이들 두 단체는 특별한 날에만 반짝하는 일과성 행사가 아니라 100세를 맞은 한인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해 평소 꾸준한 봉사활동을 해와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에서 인기 개그맨으로 활동하다 현재 뉴욕에 유학온 박경림씨도 밀알 복지홈을 방문해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아름다움 마음을 보여줬다.

"아버님의 100회 생신을 마련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여러분들의 고마움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밸런타인스 데이인 14일 뉴욕중부교회(담임목사 김재열)에서 열린 김경삼씨의 100회 생일잔치에서 외아들 영건(65·LA 거주)씨는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평양이 고향으로 1·4후퇴 때 아버지와 함께 둘이 남으로 내려온 김영건씨는 68년 유학을 왔다가 미국에 정착했는데 현재 LA에서 건축업을 하고 있다.

더구나 개인 사업과 청력 이상으로 뉴욕에 살고 있는 아버지를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송구스러움에 몸둘 바를 몰라하던 김씨는 뉴욕중부교회 교인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아버지의 100세 생일 잔치에서 그 동안의 회한을 참지 못한 것이다.

80년 아들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온 김경삼씨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다 일반적인 대화조차 어려운 가운데 참석자들이 겨우 알아들을 정도의 발음으로 "감사합니다"를 거듭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내와 딸 셋을 모두 평양에 남기고 남으로 내려왔다가 뒤늦게 황해도 출신의 같은 실향민인 김춘임(84)씨와 재혼한 김경삼씨는 97년 노인상조회에서 장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4년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를 타는 등 건강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10월 노환으로 쓰러지면서 크게 몸이 약해졌다.

특히 뉴욕에 특별한 일가친척이 없는 관계로 최근 몇 년간은 뉴욕중부교회에서 노부부를 정성껏 보살펴주고 있다. 행사 진행도 여러 가지 의미 있게 진행됐다. 한국에서 중학생 때부터 '할아버지'하며 따랐던 김준남 장로가 김경삼씨를 소개했고 유년부의 고전무용, 소망회의 축하찬양 등이 이어졌다.

특히 권태조씨가 준비한 100송이 장미 다발을 박영희씨가 전달하면서 장수와 쾌유를 빌자 감동의 박수가 잇따랐다. 김영건씨는 "뉴욕중부교회가 저희 부모님께 베푼 사랑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며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못할 겁니다"고 울먹였다.


장애우 복지단체인 밀알 복지홈에는 이날 뉴저지 소재 LG전자 주재원 부인들이 방문, 직접 만든 맛난 음식을 장애우들과 함께 나누며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비를 들여 직접 장을 보고 음식까지 손수 장만해 방문한 LG전자 주재원 부인회는 이미 1년 전부터 매월 둘째주 토요일마다 이곳을 정기 방문해 오고 있다. 매번 점심식사는 물론, 화장실과 부엌 청소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숨어서 봉사해온 일꾼들이다.

부인회는 이날도 닭조림과 감자 고로케, 각종 나물 등 5~6가지 메뉴와 직접 담근 김치까지 푸짐한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하며 숨어서 봉사하길 원한다는 부인회 회원들은 "매달 장애우들을 찾을 때마다 자신들이 오히려 더 큰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밀알 복지홈에는 현재 뉴욕에 유학 중인 한국 연예인 박경림씨가 푸짐한 선물을 안고 방문, 장애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박씨는 알록달록 종류별로 직접 준비한 초콜릿을 봉지에 하나 가득 담고 친필 서명까지 새겨 장애우들에게 일일이 직접 선물을 나눠주며 가슴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밀알 복지홈과는 뉴욕에 오면서부터 인연을 맺게 됐다는 박씨는 "밸런타인스 데이를 맞아 평소 언니오빠, 누나동생으로 친분을 맺어 온 복지홈 장애우들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선사하고 싶어 직접 장만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장애우 관련 행사 뿐 아니라 틈날 때마다 이곳을 방문, 장애우들과 사랑을 나눠오고 있다.

<장래준.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