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달러의 기적', 한영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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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달러의 기적', 한영숙 목사
  • 뉴스로(Newsroh.com)
  • 승인 2012.11.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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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 2천만 달러 교회, 10달러에 인수 기적
▲ 10달러 의기적, 뉴욕의 한인교회. [사진제공=Newsroh.com]

10달러의 기적인가! 뉴욕 맨해튼의 금싸라기땅에 지어진 시가 2,000만 달러(약 210억원)에 달하는 교회를 한인 여성목사가 단돈 10달러에 인수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메트로폴리탄한인연합감리교회(MKUMC, 이하 메트로폴리탄교회)의 한영숙 담임목사. 한 목사는 최근 미국연합감리회 교단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고 성전인수 감사예배인수를 드렸다. 인수금액 10달러는 상징적인 액수일뿐 한인교회가 사실상 무상으로 기증받은 셈.

교회건물은 맨해튼 62가 렉싱턴애버뉴와 3애버뉴 사이에 있다. 이곳은 백만장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맨해튼의 부촌으로 미국에서 정치헌금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지역이다. 현 시세는 2,000만 달러이지만 재개발을 할 경우 부르는게 값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교회의 모태는 130여년전 스웨덴 이민자들이 세운 렉싱턴연합감리교회(LUMC)다. 수십년간 허드슨강에 정박한 배에서 예배를 드리다 1937년 한 여성이 건물 두채가 있던 현 부지를 10달러에 기증, 신축하게 됐다.

한영숙 목사가 한인교인들을 위한 성전을 ‘10달러’에 인수한 것도 75년 전의 뜻깊은 기증이 시사하는 상징적인 금액인 셈이다.

고풍스런 외관에 300명을 수용하는 본당과 아름다운 발코니를 갖추고, 특히 3층 높이의 천정이 과학적으로 설계돼 최상의 자연음향효과를 자랑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교회를 한인여성목사가 어떻게 인수할 수 있었을까.

▲ 뉴욕 맨해튼의 금싸라기 땅에 지어진 시가 2,000만 달러(약 210억원) 상당의 교회를 한인 여성목사가 단돈 10달러에 인수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한인연합감리교회의 한영숙(사진 오른쪽) 담임목사는 최근 미국연합감리회 교단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고 성전인수 감사예배 인수를 드렸다.[사진제공=Newsroh.com]

맨해튼에 교회건물을 소유한 한인교회는 순복음 교회 등 두곳이 있지만 지은지 75년 된 역사와 교회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는 메트로폴리탄교회가 유일하다.

한영숙 목사가 미국에 온 것은 1979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생들을 4년간 가르치다 뉴욕에서 신학교를 다니게 됐다. 82년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로 활동하던 당시 미국연합감리회의 리차드 라이스 감리사가 한인교회를 개척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으로 본격적인 사역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한영숙 목사는 16일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와의 인터뷰에서 “82년 5월부터 빌릴 수 있는 교회건물을 3개월이나 알아보고 다녔다. 어렵게 입주할 교회를 찾은 뒤 첫 예배를 8월 15일 광복절에 길에서 전도한 청년 3명과 함께 집에서 드렸다”고 회고했다.

교회건물에 정식 입주한 것은 일주일 뒤인 8월 22일, 13가 7애버뉴에 있는 곳이었다. 같은 감리교단 소속이기도 했거니와 개척교회의 어려움을 고려해 렌트비도 받지 않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4년 후 미국교회의 담임목사가 바뀌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인(Landlord)과 세입자(Tenant)의 관계로 계약서를 쓸 것을 요구한 것이다. “돈도 돈이었지만 같은 교단의 교회 입장에서 세입자로 관계 설정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그것이 신학적으로 온당한지 수년간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어요. 결국은 교단의 감독님이 ‘우리 교회가 옳다’는 판단을 내려주었습니다”

뜻은 이뤘지만 교단 내의 싸움 자체가 옳지 않았다고 자성한 한 목사는 모든 조건을 포기하고 91년 지금의 렉싱턴연합감리교회 건물로 예배처소를 이전했다. 이번엔 교단 선교국의 도움을 받아 주인과 세입자의 관계가 아닌 건물을 나눠 쓰는 ‘공동사용자’의 개념으로 정식 계약서를 쓰게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뉴욕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많은 이민자 교회들이 미국의 교회건물을 일정시간 빌려 예배를 보고 있다. 메트로폴리탄교회의 이같은 ‘계약서’는 전례없는 파격적인 배려였다. 사실상 세입자였지만 교회건물 운영에 관한 결정을 공동으로 하게 된 것이다.

당시 교회건물에는 한 목사의 교회이외에 에스토니아 교회와 그리스교회가 함께 입주하고 있었다. 메트로폴리탄교회가 입주하면서 예배시간 안배의 어려움으로 기존 교회들을 내보내려 했지만 한 목사는 “우리 때문에 다른 소수계 교회가 지장을 받아선 안된다”며 한사코 말렸단다.

맨해튼의 소수계 교회들은 대체로 재정이 극도로 열악하다. 90년이나 되었던 그리스 교회는 얼마 안가 문을 닫았단다. 메트로폴리탄교회도 주일에 모이는 교인들은 40여명으로 대부분 유학생이었다. 한 목사는 “(신도들이) 보통 3년 머물면 오래 있는다 소리를 한다”며 웃는다.

2000년대 들어 또 한번의 큰 위기가 닥쳤다. 주인격인 렉싱턴교회가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교회건물을 개발업자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2005년이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스웨덴계 신도들보다는 흑인과 이민자들로 물갈이되면서 신도들의 헌금만으로 큰 교회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워낙 금싸라기땅에 위치했기 때문에 재개발을 할 경우 엄청난 시세차익이 기대됐다. 하지만 역사적 가치를 지닌 성전을 허물고 아파트 건물을 지어 교회는 지하로 들어간다는 프로젝트를 한 목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계약서에 따라 공동결정의 권한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교단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며 2년간 버텼지만 미국교회도 현실적으로 버틸 재원이 없던 게 사실이었다. 결국 2007년 9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 건물을 짓게 되면 미리 알려달라. 그때까지만 예배를 드리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대반전이 일어났다. 걸림돌이 사라진 렉싱턴교회가 다른 세입자 교회들을 내보내고 수중에 있던 1만 달러를 털어 변호사에 지급했지만 조사결과 교회부지가 암반으로 되어 지하 3층 이상 파고 들어갈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인근 지하에 LIRR(롱아일랜드 철도)까지 지나가 만약 공사를 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야 했다.

마지막 남은 돈도 다 써버리고 그나마 입주한 교회 렌트비로 간신히 유지했던 렉싱턴교회로선 최악의 자충수가 된 것이다. 재개발이 논의된 2005년부터 건물보수도 전혀 하지 않아 여름에 지하실은 물이 찼고 겨울에 보일러는 터지는 등 엉망이어서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렉싱턴교회는 2008년을 끝으로 두 손을 들었다. 문을 닫은 것이다. 교회를 지킨 것은 한목사와 한인연합감리교회 교인들이었다. 교회를 대신 운영하겠다고 교단의 허락을 받고 얼마간 모아둔 예산으로 건물을 보수했다.

“렉싱턴교회가 문을 닫으면서 소유권은 법적으로 교단에 넘어갔어요. 내가 책임지기로 하고 일단 건물을 물려받았습니다. 130년전 스웨덴 이민자들이 만든 예배처소가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어요. 모두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요. 2007년부터 특별헌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언젠가는 건물 수리에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예비펀드를 조성했거든요. 제법 많은 돈을 들여 건물을 수리하니까 일부에선 왜 우리 교회도 아닌데 그러냐는 반대도 있었어요. 하지만 교회는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난 수년간 한영숙 목사와 교인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교회가 안정을 찾자 감리교단은 지난 6월 이 건물을 메트로폴리탄 한인연합감리교회 소유로 인정하는 법적 절차를 마무리했고, 창립 30주년을 맞은 지난달 성전인수 감사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이날 예배엔 롱아일랜드 서부지역감리사 이강 목사와 김영식 목사(뉴욕 베델교회), 윤국진 목사(시어링-로즐린 연합감리교회), 김성찬 목사(만백성교회), 조영철 목사(뉴하이드팍 한인연합감리교회), 김정국 목사(미주한인장로회 뉴욕노회 공로목사), 신재영 목사(포트리 한사랑교회), 안순국 목사, 그리고 남편 김종환 목사와 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누가에게 나타난 기적이 맨하탄 한 복판 한인교회에 나타났다”며 감격했다.

감리사 이강 목사는 설교를 통해 “여러분의 꿈이 이루어져 성전을 인수했다. 여기서 멈출지, 앞으로 계속 이어져 나갈지는 여러분이 선택해야 한다”며 축복했다.

교회건물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본 운영비도 상당하고 보험료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재원은 필요한 상황이지만 한 목사는 세입자를 들이지 않고 있다. 좀 어렵더라도 한인 교인들을 위한 예배공동처로 삼고 한인사회를 위한 예술문화공간으로 가꿀 생각도 하기 때문이다.

한영숙 목사는 “저희가 흙을 쌓은 적도 없고 벽돌 한장 올리지 않았지만 130년 전의 스웨덴교회가 세우고 75년 전에 지은 맨하탄 성전을 우리교회가 인수한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며 “앞으로 맨하탄에서 한인들을 위한 예배를 드리는 교회와 문화센터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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