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한국어교육의 획기적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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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한국어교육의 획기적 전환을
  • 조항록
  • 승인 2012.07.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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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록 (본지 편집위원/상명대 국제언어문화교육원장)

재외동포 자녀에 대한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답답하게 느껴지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 정부의 돈으로 개발된 교재가 재외동포 자녀 교육 현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일이었다. 혹자는 그 동안 개발된 교재가 현장에서 얼마나 유용했는데 그런 말을 하느냐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와 필자 주변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투입하는 예산만큼 현장 반향이 안 일어나는 것이 재외동포 자녀 교육용 교재였던 것 같다. 재외동포 교육용 교재의 개발 및 보급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어 교재 개발의 최고 전문가라는 평을 듣는 이들도 재외동포 자녀 교육용 교재 개발에 참여하였다. 그런데도 결과가 시원치 않으니 모두가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장 특성과 현장 요구를 반영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제한된 예산을 가지고 시간에 쫓기면서 전 세계에서 두루 사용될 수 있는 교재를 만들고자  했으니 세계 어느 곳에서도 딱히 자기들의 특성을 반영한 교재라고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현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였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현장에 따라 환영도 크게 받고 쓰임이 컸던 곳도 적지 않았으리라는 생각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 재외동포 자녀 교육용 교재 개발의 획기적 전환이 목격되고 있다. 기본 방향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 핵심은 ‘맞춤형 교재’ 개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맞춤형 교재를 지향하다 보니 개발진도 국내 전문가와 현지 전문가로 구성이 된다.
교재 개발 과정에서도 교육과정의 개발과 교수요목의 개발에서 현지 사정이 고려되고 현지 학습자 요구조사가 선행된다. 당연히 현지의 재외동포 자녀가 이미 습득한 제1언어(현지어)와의 대조언어학적 접근도 적용된다. 투입되는 예산도 적지 않으니 연구진 구성이니 교재 개발의 모든 절차니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이루어질 것이다.

사실 우리 정부(교육과학기술부)가 맞춤형 교재 개발로의 방향을 바꾼 것은 이미 몇 해가 지났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러시아어권 학습자를 위한 교재를 개발한 후에 2010년부터 본격화 되었다. 2010년에 영어권 현지 맞춤형 교재를 개발한 정부 지난해에 프랑스와 베트남에서 사용될 교재를 개발하였고 올해에는 태국과 중국에서 사용될 교재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어 교재 개발의 역사에서 보면 초기에는 개인의 열정에서 탄생한 교재가 주를 이루었고 1980년대 이후에는 국내의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자체 교육 목적으로 개발한 교재가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면서 전 세계에서 고루 활용할 목적의 범용의 교재가 출현하였다. 그러나 범용의 교재라는 것이 교재의 질 향상과 표준화에는 기여했지만 현지 적용에서 한계가 노출되는 것은 당연하였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현지 특성을 반영한 일종의 ‘현지 맞춤형 교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재외동포 자녀를 위한 한국어 교육용 교재의 개발 방향도 이러한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내외 한국어 교육의 발전 과정에서 재외동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큼에도 불구하고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 전문가의 층이 매우 얇다는 것이다. 대체로 성인 대상의 교육이 주를 이루고 대학 내 정규 학과 내지는 전문 교육기관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재외동포 자녀 한국어 교육 전문성을 많이 키워오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어 교육계는 재외동포 자녀 한국어 교육을 위해 에너지를 결집하여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진행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맞춤형 교재인 만큼 국외 현지 전문가를 폭넓게, 비중있게 활용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재외동포 자녀에 대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추진하는 재외동포 자녀를 위한 한국어 교재 개발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 발전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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