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한국인’ 일레인 미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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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한국인’ 일레인 미 판사
  • 김길남 /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12.05.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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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한국인 일레인 버클(Elaine E. Buckle) 판사는 미합중국 연방법원 판사이다. 그녀가 명예 한국인이 된 것은 1987년 1월 노엘리(Noelle Marie Eichenold)로 이름 지어진 최 씨 성을 가진 여자 아이와 이 씨 성을 가진 알렉스(Alexander Charles Eichenold)를 한국에서 입양하여 법률적으로 한국인 부모가 된 후 미합중국 연방법원 판사임용을 위한 추천과정에 시카고 한인회로부터 명예 한국인증서를 받고 명예한국인이 됐다.

1994년 봄 시카고 한인회 사무국에 미연방법원 판사임용을 위하여 빌 클린턴 대통령에 보낼  추천서를 의뢰하는 팩스가 한 장 들어왔다. 추천의뢰서에는 한인회의 추천이 필요한 이유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지난 1987년 한국에서 입양한 아들과 딸을 가진 그녀는 연방법원 판사직을 희망하여 응시원서를 제출하였고 자기는 한국인의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한인회의 추천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카고 한인회가 미국 대통령에게 일레인 판사 임용추천서를 백악관으로 발송하고 나서, 곧바로 대통령은 훌륭한 법조인을 추천해주어서 고맙다는 감사회신을 보내왔고 캐럴 브라운(Carol M, Brown) 상원의원, 알렉 딕슨(Alen Dixon) 상원의원도 한인회에 감사서한을 보내왔다. 그 후 일레인 여사는 대통령의 임명을 받고, 의회에서도 압도적으로 인준을 받아 그해 12월 법원청사에서 미연방법원 판사 취임식을 가졌다.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의 취임식장에 참석한 1,500법조인들은 주인공 일레인 판사가 입장할 때 우뢰와 같은 박수로 그녀의 입장을 축하했다. 연방법원 판사취임 선서 후에 그녀는 취임사를 시작했다.

“존경하는 법원장님…<중략>…, 인종과 피부색, 그리고 종교와 국적에 차별받지 아니하는 미국의 정의를 지키는 법조인으로 나의 일생을 살아가면서 편견을 극복하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우리 가문을 이어갈 아들과 딸을 저 멀리 한국에서 입양하여 이들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특히 나의 아들 알렉스를 한국에서 입양해 올 때는 선천성 기형심장으로 생후 1주일  만에 예후가 보장되지도 아니하는 심장절개 수술을 받고 병상에 있었습니다.

병상에 있는 알렉스를 미국으로 데려 올 때는 산소호홉기에 의존하며 중간 기착지 일본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미국에 왔습니다. 알렉스는 미국에서 또 2차례에 걸친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도 선천성 언청이 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건강을 회복한 우리아이들이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일레인 판사가 그렇게 말하고 딸 노엘레와 아들 알렉스를 안고 축하객 앞에 소개하자 또 다시 격려의 박수가 한참동안 계속 되었다.
입양이란 친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능력이 없거나 양육하려 하지 않을 때, 그 아이에게 영원한 대체가정을 제공하는 행위이다. 입양은 생물학적으로 관계가 없는 성인과 아이의 법적 사회적 과정 안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설정하며 입양된 아이는 생물학적 자녀와 동등한 혜택과 자격을 부여받는다.

입양시기를 기점으로 아이의 친부모가 지닌 현재나 미래의 권리의무가 종식되며 입양부모에게 이 모든 권리와 의무가 행정적 법적으로 이전되는 것이다.
입양의 목적은 불임부모들이 자녀양육의 기회를 가진다는 것, 가문을 계승하게 하는 것, 유산을 물려주는 대상을 가진다는 것 등의 목적을 나열할 수가 있는데 일레인 판사의 경우는 일반론적 이론으로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입양아 대기소에서 선천성 기형심장수술을 받고 병상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알렉스를 한국에서 입양해 왔고, 미국에 와서도 아슬아슬한 심장수술을 5차례 받을 때 마다 보호자로서의 가슴조이는 긴장이나, 언청이 수술이 예쁘게 되지 않아 2차례나 정형수술을 시키면서 그녀에게 양육은 기쁨보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일레인 판사는 20여년 법조인 활동으로 받은 많은 증서 가운데 시카고 한인회에서 받은 ‘명예 한국인 증서’를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와 전통문화에 놀라면서 명예 한국인임을 정말 자랑스러워한다. 판사의 근엄한 모습을 연상하던 사람들은 금발미녀인 그녀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생명을 사랑하는 희생적인 박애정신에 또 놀란다. 피 흘려 쟁취한 정의와 자유는 아름다운 여인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지켜지는가?

뉴욕 엘리스 섬에 서서 피부 색깔은 물론 국적과 국경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자유의 여신상 아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새겨져 있다.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숨쉬기를 갈망하는 무리들
해안에 지처 쓰러진 가엾은 사람들
머물 곳 없어 비바람에 시달리는 사람들
모두 나에게 보내다오
나는 금빛 문에 서서
그들을 위해 횃불을 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