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 그냥 ‘선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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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선거, 그냥 ‘선거’가 아니다
  • 김귀옥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12.04.1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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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대 교수

4월초에 일본에 살고 있는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해외에 살면서 재외국민으로서 총선 투표를 하게 된 것이 감격스러워, 하루 일을 공치면서 오사카 총영사관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평소 대의제보다 시민의 직접 참여가 민주주의 발전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온 사람이었다. 일본 이주 후 국내 정치에 선거로서나마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선거 민주주의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실시된 재외국민선거치고 실투표율 2.5%는 말하기도 창피할지도 모른다. 이는 지난 2월 재외국민 선거의 선거인 등록율이 5.6%를 보일 때부터 예견한 상황이었다.
최초 실시라는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많았다. 우선 비용 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이번 재외국민선거에 293억원의 예산이 들었다고 하니, 1표당 비용만 해도 52만원이 쓰인 셈이다. 국내 유권자 1인당 1만2,000원에 비하면 43배가 넘는다.
또한 재외국민선거를 실시하는 가장 중요한 의의에 하나인 재외국민의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고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면에서 기대 미달이었다. 이탈리아의 2008년 총선 재외선거 투표율 41.8%, 프랑스 대선 24.7%, 2010년 일본 상원 투표율 3.3%와 비교해도 현격하게 떨어진다.
실투표율 2.5%라는 숫자만 보면 재외국민 97.5%가 무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정치인들이나 언론 측에서는 재외국민선거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권을 재외국민에게 줘도 되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를 차분히 들여다보자. 우선 비용 면에서 보면, 앞에서 말한 선배는 하루 일을 거른 채, 자기비용을 들여 투표장을 다녀와야 했으니, 최소한 30만원 상당을 허비한 셈이다.
국내 유권자의 경우 대부분의 투표장이 집 근처에 있으니, 직접적인 자기비용은 ‘0’원에 가깝다. 산술적으로 그 재외 유권자는 한 번의 투표를 위해 국내 유권자에 비해 30만배에 가까운 돈을 썼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유권자와 달리 재외국민의 경우에는 본인이 직접 관할 공관에 나와 신고해야 투표권이 부여된다.
등록일, 투표일 최소한 이틀 이상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일도 발생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처럼 213억원의 선거 홍보예산을 쓰더라도 등록율과 투표율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으로 등록 및 투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는 평소 국내문제에 관심이 높다고 인식했던 미국이나 동아시아의 재외국민 선거 등록인의 투표율이 유럽이나 중동, 아프리카에 비해 낮았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선거 등록 및 투표에 어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우편등록제도나 우편 투표제도가 거론되고 있다. 또한 기존 한인 지역커뮤니티로서의 한인회, 향우회, 동문회, 각종 단체 네트워크를 활용하자는 주장도 높다. 심지어 재외 유권자에게 교통편의나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자는 말도 있다. 정보통신혁명의 시대, 인증절차를 확실히 하도록 한다면, 인터넷을 통한 등록 및 투표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재외국민선거는 선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돌아보면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재외국민이나 재외동포 사회에 무관심했다.
정부의 무관심이 재외국민의 국내 정치 무관심을 낳았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교류가 계속된다면, 재외국민선거의 투표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확장되고 있는 재외국민, 나아가 재외동포사회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나아가 지구촌 한민족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장차 통일되는 과정에도 재외국민이나 동포들 역시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재외국민선거의 한계를 뚜렷이 보여줬다. 이제 이 한계를 뛰어넘을 때 비로소 글로벌시대 한민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한민족 공동체의 비전을 펼쳐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