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미디어시대의 선거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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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미디어시대의 선거 비법
  • 김민환 고려대 명예교수
  • 승인 2012.04.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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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자미디어시대다. 사람들은 기존의 언론 매체를 제쳐두고 전자미디어를 통해 정보에 접근하고 정보를 퍼 나른다.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생산자가 되어 메시지를 만들어 유포한다. 사람들은 전에는 신문이나 라디오 또는 텔레비전 앞에서 수동적으로 정보를 얻는 소비적 수용자였으나, 이제는 다양한 미디어에서 정보를 얻고 조합하는 생산적 사용자로 탈바꿈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선진국이다. 

전자미디어는 정치영역에서도 기존 매체를 뛰어넘어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전자미디어는 평상시에는 일상적인 정치정보의 유통에 기여하다가, 선거판과 같은 중요한 국면에서는 풍향을 바꾸는 바람개비가 되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제기되면 집단항의나 시위를 매개(媒介)하는 선전선동가, 조직자가 된다. 최근 들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가세하여 전자매체가 매개하는 전자민주주의의 위세는 도도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이런 전자민주주의가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Sunstein이라는 학자가 지적한 바 있지만 사람들은 자기 입맛에 따라 매체를 선별하고 정보나 지식을 가린다. 자연스런 결과겠지만 사람들은 자기와 생각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끼리 교감한다. 그래서 전자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은 끼리끼리 커뮤니케이션의 울타리에 갇히기 십상이다.

최근에 조선대의 박선희 교수는 우리 정치판의 전자 마당(electronic agora)에서도 이런 끼리끼리 풍속이 다양한 차원에서 일반화하고 있다고 정리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첫째, 정치인 상호간의 소통도 끼리끼리다. 많은 정치인이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네트워크 구조는 동일 정당 소속 정치인끼리 유유상종의 연결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인의 블로그 네트워크 역시 소속 정당이나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둘째, 정치인과 시민 사이의 소통 역시 끼리끼리의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보이고 있다. 시민의 정치인 블로그 공간 이용에도 오프라인상의 권력구조가 그대로 투영된다. 정치인의 트위터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정치인의 퍼스널 커뮤니티는 정치인 개인의 트위터에 대한 태도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따라 정서적 커뮤니티가 되기도 하고 네트워크 공론장으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이용자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정치인과 동질적인 호모필리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현상은 수평적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시민끼리의 정치소통에서도 나타난다. 고려대의 김성태 교수 연구결과가 이를 거증한다. 그가 시민간 소통이 활발한 정치웹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치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지만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들과는 소통이 단절되는 편향적이고 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 특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올해는 선거의 해다.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고 연말이면 대통령선거도 해야 한다. 올해 정치인 사이에, 정치인과 시민 사이에, 그리고 시민과 시민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만개해 좋은 후보를 대표로 뽑아야한다. 중요한 의제가 산재한 마당에 대표를 잘 못 뽑았다가는 나라의 밑바탕이 흔들릴 수도 있다.

선거판은 모름지기 커뮤니케이션 판이다. 이 판에서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자연스레 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된다. 그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면 영광을 얻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낙오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커뮤니케이션을 잘 했다고 할 수 있는가? 전자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그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견해나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여 최대다수가 공감하는 대안을 내는 그런 이종상통(異種相通)의 커뮤니케이션이라야 한다. 전자미디어는 속으로 지금 이렇게 외치고 있다 ; 나의 한계를 깨라. 끼리끼리의 울타리를 넘어라. 거기에 승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