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0년된 모스크바 한국학교, 새 둥지서 새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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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0년된 모스크바 한국학교, 새 둥지서 새출발
  • 최승현 기자(모스크바 뉴스 프레스)
  • 승인 2012.04.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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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지역 유일의 교육과학기술부 초등교육 기관인 모스크바 한국학교(교장 이희권)가 지난달 12일 톨부히나 돔 8 코르푸스 3에 새 둥지를 틀고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신입생 환영식을 겸해 방문한 새 모스크바 한국학교는 외부 공사가 채 마무리 되지 않은 관계로 시공 자제들이 다수 눈에 띄었지만 정갈하고 단아한 멋을 품고 있어 언뜻 시골의 관공서를 연상케 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듯 붉은 색 바탕의 교사는 면적 약1000㎡로 지상 2층에 지하 1층의 'ㄷ'자 형태로 각 학년 교실을 비롯해 멀티미디어실 등 25개의 교육 공간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건물 입구로 들어서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제작한 환영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실내는 노란색과 베이지색이 교차해 화사한 느낌을 주었다. 또 좁은 면적을 고려해 각 교실이 훤히 들여다 보일 수 있도록 내부 사이 사이를 유리로 처리한 점이 보통 학교와 달랐다.

복도를 따라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서실이었다. 도서실은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가장 많이 눈길을 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아이들이 언제나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결과다. 도서관 맞은편에는 멀티미디어실을 비롯해 어학실, 과학실 등 학습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쪽 복도를 따라 가자 접견실이 나왔다.

2월에 새로 부임한 이희권 교장은 학부모들과의 원만한 교류와 소통을 위해 교장실을 없애고 대신 상담실을 마련했다. 이 교장의 책상은 행정실에 있었다.

이희권 교장은 “오랫동안 교육 행정직에서 종사하면서 조기 교육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독서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됐다”며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내부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도서실에는 어린이 수준에 맞는 위인 전기부터 인문, 문학 서적까지 1만5,000여 권이 책장에 빼곡이 자리잡고 있었다.

모스크바 한국학교는 1992년에 개교했다. 최근까지 러시아의 초중등 교육기관인 1086 학교에서 더부살이를 하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천신만고 끝에 새 보금자리 찾게 됐다.

작년 8월 학교 이전과 관련해 새 교사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런 학교측의 퇴교 통보로 폐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원우 총영사는 “퇴교 통보를 당하고 아이들이 거리로 나 앉을 형국까지 갔었다”며 “천신만고 끝에 교사를 매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인들의 염원인 한국학교 교사 매입이 난항을 겪었던 것이다. 한국국제학교는 전세계적으로 3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나마 대부분은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후진국에 상당히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경우 여타 한국국제학교와는 다른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공 행진하는 물가와 이에 비례하는 건물 임대료, 적은 학생 수 때문에 관련 부처인 교과부 역시 난처한 상황이었다. 이원우 총영사의 말에 따르면 한인 사회 규모가 큰 중국의 경우 학생 수가 1000명 이상이지만 건물 임차료는 10만불 미만이다.

그러나 모스크바는 한인 규모(현재 학생 수 93명)에 비해 건물 임대료가 중국의 열배를 웃돈다. 타산이 안 맞는다는 예기다. 모스크바 한국학교 건물 매입은 전 문진철 교장 재직시 추진이 시작됐다가 이원우 총영사가 원만하게 러시아 교육부와 시청, 우뻬데까와 타협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원우 총영사와 대사관 교육부 직원 및 교직원들은 교민 사회와 한국계 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시작했고 모금액 5억원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금 95억원을 합쳐 학교를 매입할 수 있었다. 이날 학부모들은 새 교사를 둘러보며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산석 씨는 “안정된 공간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뛰어놀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관계자들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바른 심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관심과 애정으로 지도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한국학교는 정규 교직원 9명을 비롯해 영어, 러시아, 댄스, 미술 등 강사 5명이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이날은 새 교사에서의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있는 교실 유리벽을 통해 아이의 학습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영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5학년 교실에서는 외국인 선생님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간단한 생활 영어를 주고 받고 있었다. 2학년 김연희 양은 “새 학교로 이사하게 돼 기쁘다”며 “친구들과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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