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담론의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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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담론의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 조항록
  • 승인 2012.02.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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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본지 편집위원 / 상명대 국제언어문화교육원장

▲ 조항록 편집위원
최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급속히 늘면서 한국이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였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듯이 다문화가정, 다문화가족, 다문화교육이라는 용어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국가정책의 차원에서도 2006년 4월 26일 정부가 결혼이민자가족의 사회통합 지원 대책과 혼혈인 및 이주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곧 이어 외국인정책 기본방향 및 추진체계를 발표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담론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였는가에 대한 논의는 정부 정책 차원에서나 학계 차원에서 진지하게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과 속성을 가장 기본적이고 단적으로 나타내는 국가의 법령과 제도에서 ‘다문화’를 찾기는 매우 어렵고 정부의 정책 역시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다문화’를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문화 관련 영역에 대한 국가의 법령과 제도, 정책의 대부분은 외국인이나 출입국이라는 개념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학계의 논의 역시 일부 학자가 다문화사회를 공식화할 뿐 우리 사회의 다문화를 기정사실화하는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

현시점 우리 사회에 130만이 넘는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은 몇 가지 측면에서 국가 정책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공동체 구성원인 우리 국민에 대한 함의도 크다.

첫째, 체류 외국인의 수가 우리 사회 거주자의 2% 남짓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대다수가 불과 10여 년 사이에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되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체류 외국인의 변인별 특성을 볼 때 정주 외국인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체류 외국인이 국내에 영구 정착을 하든 하지 않든 그들에 대하여 국가가 베풀어야 하는 책무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사회의 외국인의 증가는 다층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며 국가로 하여금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를 제기한다. 바로 그 과정에서 다문화 담론의 중요성이 제기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체류 외국인에 대한 정책은 주로 출입국 관리, 체류 관리/지원, 귀화와 같은 외국인 정책의 차원에서 전개되었다. 그러나 정주 외국인의 수가 늘고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이제 이주민 개념이 도입되고 이민 정책의 중요성까지도 대두되고 있다.

‘다문화’는 바로 이주민에 대한 기본 정책과 이민 정책의 기본 방향 설정 및 주요 내용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다문화의 기본 개념 및 본질이 (좁은 범위에서 볼 때) 동일한 공동체 내에서 다양한 문화적 자질을 갖춘 구성원이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면서 공존하여 각자 문화적 자질을 발휘함으로써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문화 다양성의 존중 및 상호 조화를 전제로 하는 다문화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당연히 그 사회는 다문화 정책을 채택하여 주류가 아닌 소수자가 동등한 지위와 역량을 지니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더 나아가 소수자 문화의 유지 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지원도 펼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차별 배제 정책을 취하거나 정주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기존 사회에 동화되도록 강요하는 동화주의 정책을 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수용 정도에 따라 유연한 동화나 선별적 다원화와 같이 스펙트럼상 중간 위치에 존재하는 정책적 입장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결정에는 당연히 국민과의 소통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국민의 합의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담론이 좀 더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문화 담론은 향후 진행될 우리 사회의 다문화화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 담론이 적용될 수 있는 현실적 영역이 무엇인지를 짚어줌으로써 국민의 합의 도출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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