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걸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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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걸리거든~”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10.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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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한민족이 산다] 제2회 한국인의 날 준비하는 재마한인회

청소년 예능 한마당에서는 무대는 물론 행사장 곳곳에 청사초롱이 내걸렸다.

“청사초롱은 한인의 상징” 캠페인 나서


지난 달 24일 말레이시아 UCSI대학에서 열린 청소년 예능 한마당. 재마한인회가 자랑하는 이 행사는 어느덧 8년을 맞이하고 있고, 그만큼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현지에 일고 있는 한류열풍을 반영하듯 화려하고도 성숙한 청소년들의 무대가 펼쳐지는 가운데 참석자들의 눈길을 끄는 무대장식이 있었다. 바로 무대는 물론 행사장 곳곳에 내걸린 청사초롱이었다.



내달 4일부터 6일까지 ‘한국인의 날’

한인회의 가장 큰 행사인 청소년 예능 한마당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한인회는 또 다시 ‘한국인의 날’ 행사맞이에 들어가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한-마수교 50주년을 맞아 처음 선보인 ‘한국인의 날’ 행사. 30년이 넘은 재마한인회의 역사를 고려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일고 있는 한류열풍과 더불어 ‘한국인의 날’ 행사는 현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번화가에 한식 시식코너나 체험코너 부스를 세워요. 물론 한인업체 소개 부스도 있고요. 주말에 행사를 하는 거다보니까 참여하시는 한인회 회원들께는 죄송한 감이 있어요. 하지만 다들 열심히 참여해 주시니 감사하죠. 다행히 반응은 아주 좋아요. 지난해에도 행사를 치른 후 그 일대 한인 업체들의 매출이 많이 증가했거든요”

2회를 맞이하는 ‘한국인의 날’은 한인회와 대사관의 공조 속에 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내달 4일부터 6일까지 쿠알라룸푸르 번화가 암팡 에비뉴(Ampang Avenue)에서 열리게 될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부스와 볼거리가 한인들은 물론 현지인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을 예정이다. 그리고 최근 잇달아 한인회 행사에 내걸리고 있는 청사초롱이 행사장 곳곳에 걸려 참석하는 이들을 맞을 것이다.

청사초롱이 걸려있는 재마대한민국 대사관저


“청사초롱을 한인 상징으로”

20일 만난 이광선 재마한인회 회장과 최정숙 부회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최근 대사관에서 가졌던 교민행사 사진을 보여주었다. 기와를 얹은 지붕과 넓은 뜰이 인상적인 재말레이시아대한민국대사관. 특히 뒤뜰의 넓은 풀과 정원은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왁자하게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한인들의 모습 속 처마를 따라 죽 내어 걸린 청사초롱이 눈길을 끈다.

“청사초롱을 한인들의 상징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한인회는 최근 청주의 한 성당 노인회원들에게 청사초롱 200쌍을 주문했다. 앞서 중국산을 주문해보기도 했지만 품질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 실망했다고.

“초롱을 한인들에게 배포해 업소나 가정에 늘 걸어둘 수 있게 하려고요. 틀이 튼튼해야 하는데 먼저 주문했던 것은 품질이 좋지 않았어요”

최정숙 부회장의 설명이다. 인연이 닿은 노인들이 모여 수공 제작한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사회적기업이었다. 수공예인만큼 품질을 기대할 수 있고, 본국의 노인들에게 수입을 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것.

청사에 홍사로 위아래를 두른 초롱을 일컫는 청사초롱은 본래 혼례식에 사용하는 것으로 청사초롱에 불이 밝혀진 것은 곧 경사에 손님을 초대한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한인회는 이 청사초롱을 한인들의 상징으로 만들어 청사초롱이 내걸린 곳에는 한국인이 있다는 인식을 각인시키고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현지의 한인들과 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운반비 정도만 받고 청사초롱을 한인업소에 나눠드리고 있어요. 벌써 많은 분들이 뜻을 같이 해 주셔서 힘이 돼요. 문밖에 걸어주시면 좋겠지만, 가게나 집안에 걸어주셔도 감사해요”

한인회는 3년에서 5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 정도 기간이면 “한인이 있는 곳에는 청사초롱”이라는 인식이 정착한다는 것이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많은 한인들이 한인회의 뜻을 이해해주기 바란다는 것이 한인회의 간곡한 호소다.

“다른 지역도 함께해요”

‘한국인의 날’ 행사를 앞두고 이같은 캠페인에는 더욱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번화가 일대를 온통 청사초롱으로 장식하겠다는 것. 이는 말레이시아에 높은 인구비율을 보이고 있는 중국인 화상들이 그네들의 행사에 홍등을 걸어 외부에 알리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세계 어디서나 홍등이 걸리면 중국인이 행사를 한다고 생각하죠.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청사초롱이 걸리면 거기 한국인이 있다는 것, 멋있지 않나요?”

재마한인회의 청사초롱 프로젝트는 비단 재마한인회 뿐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도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짙게 깔려 있다.

제33대 재마한인회는 올해로 임기를 마친다. 새로운 한인회가 이같은 프로젝트를 연속성 있게 꾸려갈 수 있을까 조심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최정숙 부회장은 “그렇기를 기대한다”며 본인은 임기 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한인회를 찾아가 ‘청사초롱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11월 3일 쿠알라룸푸르 암팡 애비뉴에는 또 한번 청사초롱이 내걸릴 것이다. 거기, 한민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