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이후 희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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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이후 희망이 온다”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10.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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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불 한인 영화감독 우니 르콩트 방한

우니 르 콩트 감독.
2일 종로서 '감독과의 대화' 행사 실시

“아버지와는 8살까지 지내다 헤어졌습니다.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지는 못해요. 길에서 만나더라도 알아보지 못하겠죠. 기억에 남아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찾다가 착안하게 됐어요.”

세계한인의 날 부대행사로 마련된 재외동포영화제를 위해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인감독 우니 르콩트가 방한했다. 8세에 프랑스로 입양된 르 콩트 감독은 자전적 내용을 다룬 영화 ‘여행자’를 통해서 국내 관객과 만났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여행자’ 특별상연과 함께 르콩트 감독이 함께하는 감독관의 대화가 마련돼 호응을 얻었다.

2일 종로 미로스페이스 특별상영관에서 열린 르콩트 감독의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는 영화를 관람한 30여명의 관객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한인의 날을 통해 이렇게 다시 한국의 관객을 만날 수 있어 주최측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소감으로 입을 연 르콩트 감독은 “이 영화는 주인공에게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며 “입양인 뿐 아니라 모든 인생에 존재하고 있는 새로운 인생 직전의 설렘과 모험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작품의 제작 동기를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 배우 설경구 등 국내 영화계의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함께한 영화 ‘여행자’는 최근 영화 ‘아저씨’의 히로인으로서 눈도장을 단단히 찍은 아역배우 김새론 양이 전면에 등장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은 소녀가 해외로 입양되기 직전까지 머물던 천주교 부설 고아원을 무대로 소녀가 갖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 믿을 수 없는 현실과 그에 대한 체념 등이 복잡하게 어우러지며 마침내 해외입양이라는 결말까지 단호하게 달려가는 내용을 진솔하고도 담담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관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우니 르 콩트 감독

르콩트 감독은 “입양이라는 것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혼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먼저 버려짐이 있어야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또한 아픔이 먼저 있은 후에야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입양이 갖고 있는 ‘모험’적인 면을 부각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생을 남겼다. 이날 프로그램에 함께 배석한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엔딩씬이 매우 슬프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침내 비행기로 프랑스 공항에 도착해 공항의 인파들 속에 얼핏 보이는 양부모들을 이리저리 찾으며 불안한 듯 흔들리는 소녀의 얼굴이 화면 한 가득 클로즈업 되는 이 장면은 이제 곧 새로운 세상을 맞닥뜨리게 될 어린 소녀의 심경에 관객들이 극적으로 몰입하는 절정의 순간을 펼쳐보인다.

르콩트 감독은 “이전의 인생을 정리해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전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고 해도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들로부터 새로운 창작적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의 작업과 이 작품을 들고 한국 관객을 만나는 일이 무척 흥미롭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차기작 제작에 돌입한 르콩트 감독은 이후 또 다시 한국에서 작품을 제작하고자 하는 소망을 밝히며 관객과의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재외동포영화제는 총 7편의 재외동포 관련 영화를 1일부터 7일까지 특별상영했으며, 르콩트 감독 외에도 재중동포 감독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률 감독 등을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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