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일본의 ‘적’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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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일본의 ‘적’ 될 수 있다”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09.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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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제1회 세계한인문화예술포럼 열려


첫 번째 연사 재일조선인 서경식 교수

세계 각국의 재외동포 문화·예술인을 초청해 광주광역시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소개하는 세계한인문화·예술포럼이 재일동포 문인 서경식 교수와 함께 그 첫문을 열었다.

제1차 세계한인문화·예술포럼이 지난 15일 오후 전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것이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서경식 교수는 ‘동일본대지진과 재일조선인’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들고 연단에 섰다. 일본 교토시에서 출생해 와세다대학교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 도쿄 케이자이대학교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서경식 교수는 경계를 넘어서는 개인의 인식을 깊이 있게 녹여낸 다수의 저서로 한·일 양국에서 모두 사랑받고 있는 문학인이다.

이날 연단에 나선 서 교수는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지역의 생생한 영상을 곁들여 포럼 참가자들에게 아직도 가시지 않은 재해의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으로부터 재일조선인이 사회적 분노의 희생양이 됐던 동일본대지진의 기억을 불러내며 자칫 국가적 재난이 소수자에 대한 박해로 이어지는 상황이 재현될 것을 우려했다.

1923년 9월 1일 간토대지진 당시 6,000명 이상의 조선인, 200명 이상의 중국인, 무정부주의자 등 수십명의 일본인이 학살당했다. 주지하다시피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재일조선인은 “조선인이 방화를 하고 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집어넣고 있다”는 유언비어로 인해 희생양이 됐다.

“‘적’으로 간주돼 버릴 가능성이 높은 존재가 재일조선인”이라고 언급한 서 교수는 “재일조선인이 단지 소수자일 뿐 아니라 ‘북조선 때리기’에 함께 포함될 대상이며 ‘언제까지고 과거 식민지 지배를 문제 삼을 성가신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불안의 근거를 보충하기도 했다.

실제로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 절도단이 재난지역에 들어갔다’ 따위의 근거없는 선동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대량 유포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서 교수는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재일조선인 중 상당수가 식민지 지배의 유산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피폭을 당한 것은 일본인 뿐이 아니다. 수만명의 조선인들이 죽고 다쳤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피폭자 중 조선인들만 차별해 오랜 세월 동안 보상이나 원호를 외면한 채 방치했다”고 성토했다.

이날 “저는 후쿠시마에서 약 2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도쿄에서 살고 있다”는 말로 입을 연 서 교수는 “동일본대지진과 원전사고가 ‘일본’의 재해로만 언급되고 인식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서 교수는 이어 “이러한 문제를 국가나 다수자의 시점에서가 아니라 다른 시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고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한편,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계한인문화예술포럼은 총6회(전남대학교 5회, 아시아문화마루 1회)에 걸쳐 세계 각국의 저명 재외동포 문화·예술인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재외동포 문화·예술인을 초청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소개하고 세계 속에 한국문화의 위상을 알리는 한편 문화 간 소통채널을 마련해 세계각지의 재외동포 문화·예술인과 광주의 교류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하는 이 포럼은 전남대학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이 주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