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한국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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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한국사람입니다"
  • 한국일보
  • 승인 200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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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명문 구단인 한신(阪神)타이거스 4번 타자이자 지난 시즌까
지 3년간 선수회장을 맡았던 히야마 신지로(檜山進次郞ㆍ34) 선수가 자신
이 한국 국적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혀 일본 야구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재일동포 2세로 한국명이 황진환(黃進煥)인 그는 최근 교포신문인 ‘통일
일보’와의 첫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야구인생을 털어놓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오래 현역으로 뛰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한국인 혼 같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 야구계는 귀화한 선수를 포함해 한국인이 많다”면서 “일
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한국
계의 활약상을 소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식생활의 차이가 있어 신
체가 원래 강건한 데다 지지 않는다는 마음가짐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한신에서만 프로생활 13년째인 그는 입단서류 국적란에 ‘한국’이라고 썼
고 평소 한국인임을 숨기지도 않아 구단 안팎에서는 대개 알고 있었지만
언론에 공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간 겐다이(現
代)’ 19일자는 이를 ‘일종의 커밍아웃’으로 표현한 뒤 “재일한국인 혼
으로 한신을 두 번째 우승으로 이끌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도쿄(東京)를 근거지로 하는 요미우리교진군(讀賣巨人軍)의 맞수인 오사카
(大阪)의 한신타이거스는 지난해 18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해 일본 국민
에게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오랜 불황 극복의 상징처럼 투영되면
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히야마는 이 때 선수회장으로 팀을 이끌며 타율

2.89, 타점 77, 홈런 19의 맹활약으로 우승에 기여했다.

그는 새해 들어 체력강화를 위해 WBC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인 북한 국적 재
일동포3세 도쿠야마 마사모리(德山昌守ㆍ29ㆍ한국명 洪昌守) 선수의 트레
이너와 개인전속 계약을 맺은 것을 인연으로 도쿠야마와도 친교를 갖기 시
작했다.

일본 야구계는 올해 사상 최강팀을 구성해 아테네 올림픽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정상급 프로선수들이 빠져 진짜 최강
팀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도쿄=신윤석  특파원 ysshi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