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의 소개] 화제도서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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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소개] 화제도서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8.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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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을 번역한 정호영 씨는 인도 콜카타에 있는 자다푸르대학(Jadavpur University) 사회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한인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라마 크리슈나미션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편, 인터내셔널 밴드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인도에 공부하러 가기 전에는 그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방송 및 전산 관련 회사에 다녔다. 한국 최초의 인디음악 사이트 ‘아름나라 음악마을’을 동시에 운영하기도 했다. ‘인도는 울퉁불퉁하다’를 비롯해 다수의 작품을 집필한 그는 최근 EMS 남부디리파드가 간디를 파헤친 책을 번역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음은 그가 본지에 보내온 이책에 대한 소개.

EMS 남부디리파드의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질실'

“옥수수를 줄 테니 다이아몬드를 내놔라”  인기를 끌고 있는 컴퓨터게임 ‘문명’이란 게임 속에서 간디가 한 말이다.

EMS 남부디리파드가 저술한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는 이런 간디 이야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또 이 책은 간디가 양성애자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면서 간디 개인에 대해 흠집을 내기 위해 나온 책도 아니다.(사실을 떠나서 개인의 성적 취향일 뿐인 문제를 가지고 센세이션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은 아주 불쾌한 일이다.)

EMS 남부디리파드의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은 “사람은 다 구린데가 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도인’ 행세를 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사회과학도인 내가 그런 류의 책을 대중에게 소개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 책은 인도의 민족해방운동에 뛰어든 후 감옥, 지하생활을 거친 후 주 총리까지 했던 독립투사이자 인도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인 EMS 남부디리파드가 간디를 비판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개인 간디’와 ‘부르주아 정치인 간디’를 동시에 보고 있다. 간디주의자로 민족해방 운동에 뛰어들었던 EMS 남부디리파드는 독립운동의 과정에서 간디와 결별하고 마르크스주의자로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EMS 남부디리파드는 일부 유치한 좌파들처럼 간디를 ‘민족운동에서 방해가 되는 반혁명 분자’로 그리지 않는다.

남부디리파드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간디 개인에 대한 존경심을 끝까지 잃지 않은 정치인으로 전 인도인들은 간디의 유지를 받들어 인도의 종교 갈등을 막아야한다는 정치적 유언까지 남겼다.  ‘공산주의 = 폭력’ ‘간디주의 = 비폭력’이라는 편견을 남부디리파드는 이 책을 통해 깨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의 삶을 통해서 이런 편견을 깨는데 실제적인 사례를 제공했다. 남부디리파가 속한 남부디리파드 가문은 케랄라 최고의 브라만 가문이었지만 그는 어릴 적부터 봉건적인 집안과 싸웠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해 평생을 살았다.

남부디리파드는 인도 독립 후에 공산당을 이끌고 폭력이 아닌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공산당 정권을 수립했다. 케랄라는 인도 다른 주들에 비해서 가난하지만 복지와 교육, 사회 안전망에서는 인도에서는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마티아 센은 개발경제의 모범으로 케랄라를 지정했다.

이제 우리가 가진 기본 편견에서 하나의 질문이 바로 나올 법하다. 그러면 아마티아 센은 공산주의를 지지했단 말인가? 그러나 이런 질문을 한다는 자체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엄청난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부디리파드는 좌, 우를 떠나서 인도인 모두의 존경을 받는 정치가이다.  이 책은 간디를 ‘비폭력 사상의 성자’로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정치가인 간디’를 동시에 보고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한국의 안중근, 윤봉길에 해당되는 인도의 독립투사들인 당그라, 바가트 싱 등을 비폭력의 이름으로 비판하고 심지어 서둘러 처형시켜줄 것을 요청하는 정치인 간디의 모습을 보게 된다.

간디는 제국주의 전쟁에 징병관으로 나서서 인도의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보낼 만큼 충분히 폭력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간디가 원했던 독립 인도는 자신이 속한 계급이 원한 사회였다.  카스트 제도가 서슬 퍼렇게 다시 살아나는 거대한 봉건국가로 하층 카스트와 불가촉천민들은 절대 원하지 않을 국가였다. 간디는 대중들의 봉기와 혼란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방조하기도 했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집권한 자신의 반대세력인 수바스 찬드라 보세를 자신이 가진 모든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해서 숙청한 정치인이었다.
그렇다면 남부디리파드가 왜 간디에게 계속 존경심을 유지했는가에 대해서 의심이 들 것이다.

간디는 문제적인, 논쟁적인 인물이었지만 ‘부르주아 정치인’ 간디는 위대한 인물이었다. 최초로 인도 민중을 하나로 모은 것에서 그의 위대함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독립 이후 권력을 잡은 국민회의의 다수는 부패에 물들어갔지만 간디만큼은 끝까지 청렴한 생활을 유지했다. 간디는 부패해가는 국민회의를 비판하고 정당으로서의 국민회의를 해산하고 봉사단체로 민중 속으로 들어오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사냥이 끝난 후 사냥개를 잡아먹듯이’ 간디를 버렸다. 그러나 국민회의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력을 거의 상실한 간디였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인도의 문제 중의 문제인 종교 갈등을 막기 위해서 죽을 것을 알고서도 헌신적으로 활동하다 결국 힌두 극우의 손에 죽는 위대한 순교를 했다.

간디가 죽기 직전 그렇게 비판했던 국민회의 정치인들로 대변되는 인도의 기득권 세력들이 지금의 인도를 만들었다. 자신들이 지주였던 인도의 기득권 세력들은 제국주의에서 독립한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해방 후 토지개혁도 하지 않았다. 남부디리파드는 자신이 케랄라에서 가장 기득권을 가진 가문 출신이었지만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한 길을 걸었다. 케랄라가 개발경제의 모범이 된 그 출발점은 토지개혁이었고 이 토지개혁을 시작으로 카스트 타파와 문맹 타파를 진행할 수 있었다.

지금의 인도는 ‘가난하지만 종교로 인해 대다수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신비한 영혼의 나라’가 아니다. 이 번역서 이전에 내가 적은 책 ‘인도는 울퉁불퉁하다’에서 밝히고 싶었던 것은 인도에서 고통 받는 대다수 사람들의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신비의 나라 인도’는 여행을 다니던 이들이 순진하게 바라보는 관념적인 인도의 모습이거나 혹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인도의 현실을 가공해서 이득을 보고자 했던 이들의 머리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다. 현재 인도의 1/3의 지역에서는 마오이스트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게 신비한 영혼의 나라 인도의 현실이다. 인도의 지배 세력들이 토지개혁 등의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조차 70년간 억누른 인도의 현실을 우리는 보아야 한다.

인도는 공산당이 집권한 주를 제외하고는 반공정권들인 한국의 이승만 정권이나 대만의 장제스 정권이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서 진행한 토지 개혁도 하지 않았다.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토지개혁을 했던 반공주의자 이승만이 윤회를 통해 다시 살아나 인도에서 토지개혁을 하자고 외치면 인도에서는 공산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인도의 지배세력들은 인도를 통치하기 위해 지금까지 ‘위대한 간디’의 이미지를 이용해왔다. 심지어 그를 살해한 힌두 극우세력의 후손들은 이제는 간디의 이름으로 폭력과 테러를 일삼고 있다. 이 책이 과거의 인도와 현재의 인도를 알기 위한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사회과학도서이다. ‘옥수수를 줄 테니 다이아몬드를 내놔라’ ‘양성애자 간디’를 통해서 센세이션을 원하는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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