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정화흠
고향땅 시골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할미꽃동산에 할미꽃 피었다고
잊지 못할 고향의
할미꽃 동산
올해도 피였다는 할미꽃소식
눈감으면 삼삼히 떠오르는
슬픔이 웃음보다 많았던 시절에도
해마다 피여나던 그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허리가 굽어서 그 이름이런지
허리는 굽어서도
굽히지 않는
조선의 할머님의 그 마음이런지
반만년 기구한 세월속에서도
열두치마폭에 고이 감싸온
먹은 마음 변치 않는 그 절개여
그 절개 지니고 피였습니다
오곡이 열매지는 자지빛 옥토
그 빛깔 품고서 피였습니다
할미꽃 할미꽃
내 고향 할미꽃
너를 반겨 나비도 춤을 출테지
사람도 변하고
세월도 변했건만
변함을 모는 너 할미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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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시문집 '종소리'(2000.1) 창간호에 게재
'재일디아스포라 시문학의 역사적 이해'(하상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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