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의 피도 진짜 한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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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의 피도 진짜 한민족”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1.07.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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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연수 온 혼혈 고려인 김유리씨

“한국 와 한국어 배우고 싶어”

김유리 씨
“저에게는 25%의 한민족 피가 흐리고 있어요, 한민족의 일부라고 생각하죠.”

노랑머리, 파란 눈, 하얀 피부. 전형적인 유럽 청년으로 보이는 김유리 교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을 때 그가 같은 한민족 동포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한양대학교 문화원에서 진행되는 ‘독립국가연합 한국어 교사 연수’ 참가자 중 유일한 벨라루스 출신 김유리씨는 고려인협회 산하 민스크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젊었을 때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한 뒤 현지인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룬 고려인 1세대가 김유리씨의 친할아버지이다. 이후 학업을 위해 벨라루스로 이주한 김유리씨의 아버지 역시 현지인 아내를 맞았다. 이주의 이주를 거듭한 고려인 3세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그의 몸속에 아로새겨져 있는 셈이다.

“제가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면 제 몸에 한민족 피가 흐른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한국어를 접하기 전까지 (제게 한민족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죠.”

놀랄 만큼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김유리씨는 대학 2학년 때 처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러가지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잘 맞지 않아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웠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현지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죠.”

김유리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어 교사 업무에 들어갔다.

현재 600여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는 벨라루스. 전체 인구가 1,000만명 정도 밖에는 안 되는 점을 감안할 때 고려인 숫자가 적은 편은 아니다.

“고려인 인구 비중이 꽤 높은 편이예요. 비교적 많은 한국인 유학생과 선교사들이 벨라루스에서 생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한국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김유리씨는 고려인의 분포도를 기반으로 현지에서의 한국어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록 남들과 비교하면 한민족의 피가 조금 밖에 흐르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워 벨라루스에 있는 고려인이나 현지인들에게 전수하고 싶어요.”

외국인으로서 또한 한민족으로서 한국어의 본고장 한국에 건너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