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한국어 교사들, "난 차세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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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한국어 교사들, "난 차세대 교사"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1.07.0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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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첫 한양대학교 독립연합국가 한국어 교사 연수 시작돼


7월 6일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인재원 304호.

“한국이든지 러시아든지 다 좋아요. ” 박소연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 강사가 10여명 학생들 앞에서 ‘-(이)던지-(이)던지’를 이용해 문장을 만든다.

초등학교 수준의 기초적인 한국어 교육. 그러나 수업을 받는 사람들 중 아이들은 한명도 없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독립연합국가(CIS)에서 온 고려인 동포들이 이날의 학생들이다.

“총각김치든지 배추김치든지 다 맛있어요. ”선생님이 다시 문장을 만들자 한 학생이 손을 든다.  “총각이 좋아서 총각김치라고 이름 지었나요?” 교실은 금세 웃음바다.

모두가 자국에서는 한글학교, 한국어교육원 등 교사로 활동을 하는 사람들. 그러나 지금은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이 됐다.

“솔직히 강사님 말을 전부 알아듣지는 못해요,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갈 수 있어요.” 러시아에서 온 남 스베틀라나 쁘로훌라드니 한글학교 교사는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속삭이듯 얘기한다.

맞은 편 교실 308호 B반은 A반에 비해 조금 진지한 분위기. A반에 비해 수준 높은 한국어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인들도 오해하기 쉬운 ‘감정적’과 ‘감성적’의 차이를 고려인동포들이 정학하게 알고 있자 강사도 조금은 놀라는 눈치.

“저는 한국어사범학교를 졸업했어요. 기본적인 한국어는 다 이해하고 있죠.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러시아 콜샤코프 제2중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김길수 교사는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지난해 교사연수에 참가한 학생들은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들의 격차가 컸지만 이번에 참가한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수준이 높은 것 같아요.” B반 강의를 진행한 신진용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 강사의 말.

지난 7월 5일 한양대학교에서 개최된 ' 2011 CIS지역 한국어 교사 연수' 입소식 단체사진.

CIS고려인 동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2011 CIS지역 한국어교사 집중 연수’가 올해도 진행된다. 4주 동안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로 나뉘어 진행되는 교육이 이날 시작된 것.

독립연합국가 한국어교사 집중연수는 2000년부터 매년 개최해, 지금까지 12번 진행됐다. 올해는 러시아,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등 7개국 35명 고려인 한국어 교사들이 참가했다.

이채로운 점은 차세대 교사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것.

20대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80년생이 전체 35명 학생 중 12명이나 된다. 2009년 25명 참가자 중 80년생이 4명밖에 안 된 점과 비교하면 차이를 알 수 있다. 40, 50대 참가자들이 주를 이뤘던 예년의 모습과 달라진 모습.

재외동포재단은 “한류의 영향 및 한국과의 교류가 잦아져 젊은 한국어 교사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꽃보다 남자’란 드라마를 정말 좋아했어요.”, “‘천국의 계단’은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요”, “‘미남이시네요’란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어요.”

한류가 러시아뿐만 아니라 독립연합국가을 강타하고 있고, 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국어 교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젊은 교사들의 설명.

참가자 중 가장 나이 어린 타지키스탄에서 온 23세 고나제즈다 교사와 25살인 벨라루스에서 온 김유리 교사 등 젊은 교사들은 “한류와 한국어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어 교사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한양대학교 한국문화원 김정수 원장은 “한양대학교 문화원이 지난해 5월 개원한 이후 처음으로 독립연합국가 한국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주관하게 됐다”면서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과 함께 교사들이 불편함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