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사무총장의 연임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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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UN사무총장의 연임을 축하하며
  • 김봉섭
  • 승인 2011.06.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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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봉섭 / 문학박사, 前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

김봉섭 전 전문위원
지구촌 조그마한 나라의 직업외교관에서 국제연합(UN) 192개 회원국의 심부름꾼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반기문(潘基文, 67세). 반듯하고 기품 있는 문화민족의 후예답게 ‘조화와 균형’, ‘타협과 중재’를 통한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한 한국인 특유의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그의 활약상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아낌없는 박수와 경의를 표한다.

필자와 반 총장은 일면식(一面識)도 없었다. 2006년 9월 경, 현지 대사관과 재외동포사회가 ‘반기문 총장 후보 지지’ 활동에 나설 때, 당시 재외동포재단의 이사장이었던 이광규(李光奎) 교수를 모시고 유럽 5개국(독일, 덴마크, 스웨덴, 영국, 프랑스)을 순방한 것이 작은 인연이라면 인연일까.

그때만 해도 반 총장이 이처럼 국민의 사랑과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으며 재임에 성공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전, 총장 연임 출사표(6.6)와 함께 중국·프랑스·미국·영국·러시아 순으로 나온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지 성명, UN안보리 차기 총장 추천결의안(6.17) 제출, 북한·쿠바까지 동참한 유엔총회 만장일치 가결(6.21) 소식은 UN한국임시위원단 감시 하에 치러진 1948년 5·10총선거와 제헌의회 구성, 대한민국정부 수립에 못지않은 경사였다.

이는 유엔의 깃발 아래 미국을 비롯한 자유우방 16개국의 참전으로 김일성의 무력남침을 막아낸 6·25전쟁(1950) 61주년을 나흘 앞두고 거둔 쾌거라는 점에서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 6월의 의미를 더욱 뜻 깊게 하고 있다. 또한 지난 5년 간 지구촌 방방곡곡에 남긴 그의 족적(足跡)은 고구려유민으로 서역(西域)을 개척했던 고선지(高仙之),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인도까지 불법(佛法)을 구했던 신라승 혜초(慧超), 1천2백 년 전 동북아의 바다를 주름잡았던 해상왕 장보고(張保皐)의 행보에 비견할 만하다.

그러나 “나무가 크면 그늘도 크다” 했다. “오직 유엔의 이익만을 위해 사무총장의 임무를 이행하고 나의 행동을 단속할 것을 선서한다. 나의 의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어떤 정부나 유엔 외부기관으로부터 지시를 구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엄숙히 선서한다”는 두 번의 다짐이 언제나 그의 말과 행동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때론 대한민국정부나 대한국민, 재외동포사회를 향해 쓴 소리 할 지도 모른다. 북한비핵화를 비롯한 빈곤·기아·인권·기후변화·질병문제로 국가이익과 UN이익이 부딪히거나 평화·안정·개발·인권·민주화 관련 현안들로 제2기 임기 내내 ‘표류하는 UN’ 이미지에서 못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 열강들 간의 영토·문화 충돌과 세력다툼은 여전할 것이고,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불신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 모든 것이 제2기 임기의 반 총장이 짊어져야 할 시대적 난제들이다.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한민국과 외교부 그리고 대한국민이 UN개혁의 든든한 후원자·참여자가 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재외국민 참정권이 실현되는 2012년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대격변의 해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총선과 대선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과 재외동포사회의 미래가 바뀔 것이며,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 간의 주도권경쟁으로 동북아평화·번영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므로 허튼 곳에다 정신을 팔 순 없다.

반 총장 제2기 5년(2012.1.1∼2016.12.31)을 국론통일과 국력결집의 호기(好機)로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원조수혜국’에서 ‘원조지원국’으로 탈바꿈한 최초의 국가답게 8·15해방 이후 50년간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은 127억 달러 그 이상을 국제사회에 되돌려줘야 하며, G-20서울대회 의장국답게 국가비전을 재설정해야 한다. 민족미래의 교두보인 재외동포사회 역시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반기문 총장의 연임을 축하하며, 그의 성공적 하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