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반가운 우리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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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반가운 우리 태극기
  • 최미자 (재미 수필가
  • 승인 2011.06.2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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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자/ 재미 수필가

미국 남가주 샌디에고에서 살고 있는 재미수필가 최미자씨가 미국 생활의 소박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레몬향기처럼>(2007) <샌디에고 암탉>(2010) 등의 수필집을 발간한 그는 재미동포들이 일상에서 겪는 삶을 그려낼 예정이다.[편집자주]

최미자 씨
보더(Border)라는 서점에 종종 들른다. 지난해 일부 지점들이 문을 닫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 인터넷과 전자신문에 밀려 우리가 종이책을 멀리한 탓이 아닌가. 전자책은 편리 하겠지만 눈과 몸의 자세를 해치기에 때론 뒹굴뒹굴 쉬면서 종이책장을 넘겨보는 재미를 아직도 난 즐긴다.

어린 시절 한국전쟁의 후유증으로 살기도 어려웠던 우리는 책을 사는 일은 상상도 못했다. 교과서만 가지고 학교에 다녔다. 중간고사와 학기말 시험이면 참고서가 있는 친구 집에 가서 밤을 새우며 공부했다. 고생하는 부모님을 괴롭게 해 드리고 싶지 않았던 마음으로 우린 효자 효녀였다.

공부하고 싶어 하는 나의 모습에 5-6 학년이 되어서야 부모님은 수련장을 두어권 사주셨다. 요즈음 아이들은 좋은 환경에서 너무 넘치게 가르치려는 잘난 부모들 때문에 오히려 반항하고 불효도 하는 것 같다.

결혼한 후에도 남편의 근무지 따라 잦은 이사 때문에 나는 책을 사지 못했다. 딸은 친구집에 가면 동화책 전집이 꽂혀 있는 걸 부러워하며 자랐다.

좋은 책은 스승이라는 옛말처럼 책 속에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길이 있다. 훌륭한 스승이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또한 이득이 많이 남지 않아도 누군가 출판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종종 서점에 들러 내가 필요한 책도 사지만 꼬마들에게 줄 선물용 책도 산다. 지난번에는 영어로 된 자그마한 한국어 사전이 두 권 꽂혀 있어 반가워 모두 사왔다. 사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책이지만 늘 꽂혀 있는 일본어와 중국어 사전처럼 우리 사전도 계속 꽂혀 있도록 사준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교수인 내 친구가 미국사람들과 한국어 문법이 포함된 영어 사전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민 초기에 책을 좋아하는 어린 딸과 서점에 들릴 때마다 한국에 대한 책들이 없어 가슴 아팠다.

사람들도 중국과 일본은 알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지식은 거의 몰랐다. 딸의 대학 도서관인 아시아 학문 관계서적들 속에서도 한국도서의 빈약한 현실을 보고 잠을 못 잘 정도로 우린 안타까운 현실을 토론했었다.

그런데 이처럼 서점에서 만난 어린이용 지도책 표지 위에는 우리나라 태극기가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반가움으로 얼굴이 상기된 나는 가슴까지 벌렁벌렁 뛰었다.

하얀 백색 바탕 위에 독특하고 예쁜 우리 태극기. 당장 책을 펼치어 우리나라 지도를 찾았다. 41쪽에 코리아 지도가 있다. 괄호 안에 들어 있지만 일본해와 나란히 동해(East Sea)라고 표기되어 있고 곁의 설명에는 북한과 남한에 대하여 몇자 적혀있다.

누가 이런 고마운 지도책을 만들었을까! 다시 앞표지로 돌아갔다. 저자는 브라이언 델프(Brian Delf). 출판사가 궁금하여진 나는 뒤표지로 눈을 돌렸다. 책이 펼쳐진 모양의 그림 속에 대문자로 DK 라는 마크가 들어있다. 출판사 이름은 웹사이트 주소로 www.dk.com. 인쇄는 홍콩에서.

당장 나는 저자인 브리이언 델프에게 고맙다는 편지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책을 여러권 구매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책을 만들어 국내의 아동들에게는 물론, 세계로 보급하지 못할까. 집안 형편도 아랑곳 하지않고 기러기 아빠 엄마를 만들면서 무엇을 얻겠다고 너도나도 자녀를 유학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극기를 마음속에 담고 묵묵히 일하는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을 생각하며 희망도 품어본다. 미국서점에서 눈물겹도록 반가운 태극기를 보면서 기쁨과 씁쓸함이 오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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