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투표권 잘만 사용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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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투표권 잘만 사용된다면…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1.06.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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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송 / 세인트루인스한인회장, 본지 해외편집위원

이계송 회장
최근 북경과 한국에서 각각 개최된 '해외한민족대표자회의'와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그동안 “뭐하는 단체인가?” 늘 비판적인 입장에만 서서 바라보았던 한인총연합회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한국정부나 정치권이 해외동포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가도 알 수 있었다.

해외동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법이 통과된 이후로 한국 내 각 정당에서도 경쟁적으로 해외동포 문제에 대해서 정책을 개발하고, 해외동포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던 시절에 비해 해외동포들에 대한 국내 정치권과 정부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는 말이다.

각 정당에서 해외동포들을 위해서 내놓은 정책들 가운데 눈여겨볼만한 것들이 있는데, '동포청 창설', '한인회지원' '한글학교 및 문화단체 지원', '동포들의 복지 및 경제활동 지원' '국회의원비례대표' 등을 비롯하여 심지어는 유태인들처럼 준입법기구로서 '전세계재외동포의회'(World Korean Congress) 같은 기구의 창설까지도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되기까지 해외 동포 지도자들의 노력이 컸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는 아프리카 말라위, 서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일본 민단 등 50여개국의 나라에 거주하는 한인회 대표들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상호네트워킹을 만들기 위해서 명함을 교환하고 친목을 다지면서, 재외동포재단에서 주최하는 각종 회의를 통해서 한인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거주지별 한인회 운영 정보를 얻는 기회를 가졌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한국이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정치적 리더국가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음을 자찬하면서, 이렇게 까지 발전하게 된 것은 7백만 해외동포들의 역할이 컸음을 인정했다. 또한 앞으로도 7백만 해외동포들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국제사회의 역할 증대라는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가장 큰 자산임을 확인했다.

아직까지는 해외동포들에 대한 이렇다 할 구체적인 지원정책은 없지만, 나라의 경제규모가 더 커지고, 해외동포 지도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상당히 괄목할만한 복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번 방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해외동포들이 답할 차례인 것 같다. 국가적 자산으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앞으로 어떻게 수행해 갈 것인가? 이를 위해 우선 해외동포사회 운동권에 젊고 유능한 전문가들의 수혈이 필요하다. 각 지역의 한인회는 물론 사회운동단체들이 이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이들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제도적 기회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얻은 한인들의 다양한 전문적 경험과 아이디어들이 제대로 집약되어 한국 정부의 정책 입안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해외동포들에게는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은 60-80년대 군사독재시절에 이민 온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국도 민주화가 확실히 이루어졌고 정치권의 수준도 예전과는 다르다. 더구나 모든 정책과 법이 정치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해외동포사회에서도 한인회나 한인총연과 같은 단체를 사시로 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참여를 통해서 해외동포의 권익을 찾는 아주 중요한 통로로 여길 필요가 있다. 재외동포에 대한 투표권 부여가 부정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기왕 주어진 투표권이므로 글로발 코리아에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잘만 사용된다면 조국과 해외동포간 협력관계가 보다 증진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