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배 적게 날지만 항공료는 ‘똑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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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배 적게 날지만 항공료는 ‘똑 같네’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1.06.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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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블라디보스토크, 울란바토르 항공료 같을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는 이경종 연해주한인회 회장은 1달에 한번 꼴로 인천행 비행기를 탄다. 무역업을 하는 그는 한국에서 파트너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야 한다.

그가 애용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 러시아에 블라디보스토크 항공이 있지만, 이경종 회장은 “조금 비싸지만 애국심 때문에 귀찮아도 우리나라 항공사를 꼭 이용한다”고 말한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에 진출한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대한항공사 항공료 정책을 생각하면 화를 참을 수 없다.

“블라디보스토크와 한국은 773킬로밖에 안되는데 1,974킬로나 되는 몽골 울란바토르와 항공요금이 거의 비슷해요. 2.5배가 넘는 거리차가 있는데 똑같은 돈을 주고 다니는 것도 억울한데다가 마일리지도 적게 쌓이고 기내식도 좋지 않죠. 비행기를 탈 때마다 항상 기분 상해요.”

이경종 회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한인들이 수차례 대한항공사 현지 지사장과 국회의원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중국 연길 역시 블라디보스토크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2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항공료가 비싼 지역에 속한다.

현재 연변에는 100여만 동포들이 있고 한국에도 40만 중국동포들이 있다. 잠재 수요자가 많은데 항공료가 비싸니 불만이 여러 동포언론에서 터진다.

한국에서 노무자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 L씨는 최근 “중국에 있는 친척과 가족들을 만나 보고 싶지만 연변으로 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연변행 비행기 편은 자주 있지만 비싼 항공료가 그를 망설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변-인천 왕복항공료는 70~80만원 수준. 국내 에서 3D업종에 근무하는 중국동포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고향에 가려해도 망설여져요. 그나마 할인하는 기간이 있는 아시아나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에요.” L씨는 많은 중국동포들이 청도까지 비행기를 탄 후 기차로 옮겨 연변으로 간다고 귀띔한다. 청도까지의 항공료는 40만원이 조금 넘는다. 중국내 기차나 항공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비용만큼 아낄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료 거리에 따라 계산되는 걸까?>

본지가 대한항공 기준(6월 최저가, 세금포함)으로 항공료를 조사한 결과, 블라디보스토크-인천 왕공항공료는 80만원대, 연길-인천은 70만원대. 시간은 각각 2시간 40분과 2시간 30분이다.

이에 반해 몽골 울란바토르는 3시간 30분이나 걸리지만 똑같은 80만원정도를 받는다. 심지어 3시간 50분이 걸리는 중국 광주는 블라디보스토크보다 10만원이 싼 70만원이다. 7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우즈베키스탄은 100만원으로 블라디보스토크보다 5시간이나 더 걸리지만 비용은 20~30만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

이는 항공료가 단순히 거리 하나만으로 비례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그렇다면 항공료는 어떻게 계산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한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8일 “항공료는 기본적으로 수요공급의 법칙을 따르는데 그 외에도 통관료,공항사용료 등 기타 복잡한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고 밝혔다.

서울에 있는 한 여행사 대표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항공료 가격이 거리 비례로 증가되지 않은 것은 공급과 수요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경우에는 공급(비행운항 수)이 많지만 수요(비행기 이용자 수)가 적기에 비싸고, 연길의 경우에는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블라디보스토크보다 145km 먼(918km, 2시간) 북경의 항공료는 블라디보스토크보다 20만원 저렴하다. 도쿄도 1,224km로 블라디보스토크보다 훨씬 멀지만 오히려 20만원 더 싸다.

북경, 도쿄는 세계 최대 도시인만큼 이용자가 많고 항공료도 따라 내려간다는 해석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국내항공으로는 대한항공만이 일주일에 7회 운항을 하고 있고, 연길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5회, 이스타항공이 주 4회로 총 14회의 국내 항공사들이 운항하고 있다.

반면 북경과 도쿄에는 대항항공, 아시아나 등 국내 항공사들이 하루에도 5~6회씩 운항하고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이용자도 많아 운항요금이 저렴하다는 분석이다.

연길,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동포들은 “재외동포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이 지역 항공료를 인하하게 되면 더 많은 동포들이 국내항공사를 자주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경종 회장은 “한인들은 단순 여행객이 아니기 때문에 항공료를 낮추면 1년에 1회 한국을 찾을 것을 2,3회로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연변에는 100여만명이 되는 중국동포들이 거주하고 있고,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한인이 350여명뿐이지만 4만 고려인동포가 있다.

<항공료 인하된 사례 있어>

국내 항공사들이 반드시 수요-공급의 법칙만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4~5년 전 몽골은 전형적인 고가항공료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곳 한 한인회 인사는 “2,500여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는 몽골에서는 한국으로 오가는 항공요금이 지나치게 비싸 대한항공에 이의를 제출한 바 있다. 그 결과 대한항공이 일정한 가격조정을 단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도 항공료 가격이 인하된 적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몇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진출하면서 경쟁관계가 생겼고 항공료도 인하됐다. 우즈베키스탄 한 한인은 “경쟁사가 진출하면서 가격이 많이 인하되어 지금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따라서 동포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모국을 자주 왕래하기 위해서는 항공사의 경쟁관계가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저가항공사가 해외 각지로 진출하는 데에 제약이 따른다.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들이 이런 지역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나라의 항공허가를 받기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항공사가 다양한 서비스 정책을 통해 보다 많은 동포 이용객을 유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방문취업동포(중국동포- H-2 체류자격 소지자)들에 대해서 지난 5월 특별 할인가를 시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주* 6월 기준 대한항공 왕복요금(세금, 유료할증료 포함)에 기초한 가격. (오차 +_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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