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특집보도 (3) [기자일기]재외국민과 참정권 /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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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특집보도 (3) [기자일기]재외국민과 참정권 /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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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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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부/
2002/11/22 009면 09:58:57

대한민국 성인은 누구나 선거권을 가진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보통선거'의 원칙에 따라 만 20세가 되면 당연히 제 손으로 대표를 뽑을 권리를 갖게 된다.
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어도 아는 상식이다. 선거권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한 회사원이 오는 12월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외국 출장을 나가 대선 이후에나 돌아올 예정이라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을까? 물론 선거권이 있으므로 부재자투표를 통해 외국에서 투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아쉽지만 오답이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권자를 '국내 거주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부재자투표를 제한하고 있다. 아무리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라도 일단 나라 밖으로 나간다면 제대로 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의 명령으로 해외에 파견돼 근무하는 재외 공관원이나 군인 등 해외체류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아예 외국에서 거주하는 재외국민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엄연히 우리나라 국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상 투표를 할 수 없는 '반쪽 국민'은 현재 26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이들 '반쪽 국민'은 매번 각종 선거철만 되면 모국의 무관심 속에 기본권을 박탈당한 채 설움을 삭이고 있다.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때마침 지난 18일부터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재외동포 기자대회'에 참석한 13개국 30여명의 교포 기자들이 천부인권에 해당하는 선거권을 되돌려달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재외국민들은 멀리 이국땅에서도 끝까지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부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국가로부터는 기본적인 것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개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뭐든 내세우기 좋아하는 우리지만 적어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서만은 예외인 것이다. '재외국민들이 더 이상 나라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철마다 차별을 겪도록 방치해선 안된다'는 참정권 요구의 목소리에 정부당국이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hooree@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