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식당탐방] 워싱턴지역 한인식당가 '먹구름'
상태바
[한인식당탐방] 워싱턴지역 한인식당가 '먹구름'
  • 홍진우 재외기자
  • 승인 2011.06.01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 침체 탓… '반짝' 아이디어로 대박난 한식당도 있어

워싱턴DC와 맞닿아 있는 애난데일은 버지니아에서 한인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와 맞닿아 있는 버지니아에서 한인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애난데일.

지난 5월 31일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곳 중 하나인 A식당을 찾았다.

저녁손님으로 한창 바빠야 할 오후 7시가 넘었지만 식당의 20여개 테이블 가운데 3곳에서만 식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처럼 한인식당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줄면서 경영상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10년 넘게 한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는 한 업주는 지난해 인근에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스포츠 바를 열었다가 계속되는 불경기에 손님이 끊기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그나마 현재 장사를 계속하고 있는 한식당도 손님이 부쩍 줄어 울상이다.

업주 B씨는 “언제나 다시 손님들이 몰려들지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 가게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전쯤에는 애난데일 중심가에 위치해 있던 대형 갈비집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업소를 찾는 손님이 줄고 현금이 돌지 않자 종업원 월급은 물론 가게 렌트비도 10개월이나 밀렸다. 종업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업주는 망연자실한 상태.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식당은 벌써 3번째 업종을 바꿨다. 처음에는 한식뷔페 집이었는데 가게 세를 내지 못해 업주가 바뀌면서 같은 자리에 한식당이 들어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하고 고기 뷔페 집으로 간판을 고쳐 달아야만 했다.

워싱턴DC의 유일한 한식당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던 E식당도 불경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간판만 걸리고 텅 빈 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DC 인근지역인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 있는 한인 식당은 어림잡아 200여곳. 부동산 침체로 전체적인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홍일송 버지니아 한인회장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동산은 물론 융자, 그리고 건축업 분야가 무너지면서 주요 소비층이었던 이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식당들이 힘들게 됐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전반적인 경기가 살아나야 소비자들의 주머니와 지갑이 열리면서 한인지역 경기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든 한인식당이 다 힘든 건 아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불경기를 뚫고 승승장구하는 한식당도 있다.

애난데일에서 24시간 운영되는 B식당은 미국인들도 자주 찾는 이 지역 명소가 된지 오래다. 워싱턴DC에서 술을 마시고 이곳으로 해장국을 먹으러 오는 미국인들이 있을 정도다. 영업시간에 제한이 없다보니 종업원은 힘들어도 손님은 끊이지 않는다.

연탄구이용 식탁을 설치하고 한국식 실내포장마차 분위기를 연출한 C식당도 큰 인기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로 북적이고 소란스럽지만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분위기에 맛있는 한국식 바비큐 요리 덕분에 또 다른 한인 밀집지역인 센터 빌에 2호점까지 여는 등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튀김가루를 입힌 기존의 통닭과 차별화를 두고 간장소스를 이용한 튀김 닭을 선보이는 D통닭집도 독특한 맛으로 한인들은 물론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한식당 업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호황을 누리던 한인상가 밀집지역의 많은 한식당들이 생존을 위해 언제 끝날지 모를 불경기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