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동포가 쓴 연변 고구려 유적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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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동포가 쓴 연변 고구려 유적 답사기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03.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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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림 씨 ‘간도의 용두레 우물에 묻힌 고구려 성곽’ 출간

중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 동포가 직접 발로 밟아 쓴 고구려 유적 답사기가 출간됐다.  중국동포 김호림 씨가 쓴 ‘간도의 용두레 우물에 묻힌 고구려 성곽’(고구려 성곽)이 그것.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50여개의 고구려 유적지를 일일이 찾아내 복원하고야 만 이 원대한 프로젝트는 428쪽 올 컬러 출판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처음 공개되는 고구려 유적의 사진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동안 역사의 유물로서만 존재했던 고구려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연변지역 고구려 성곽 50여개


연변지역 고구려 성곽이 몇 개나 될까. 지금껏 연변지역에 알려진 크고 작은 고대 성곽은 12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고구려 성곽이 정확히 몇 개나 되는지는 한국, 북한, 일본 등 주변국은 물론 소재국인 중국에서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형편.

저자는 자료수집은커녕 답사 자체가 어려운 연변지역의 성곽들로 곧장 뛰어든다. 3년 반 동안 스무 차례나 오간 거리가 저자 본인이 살고 있는 북경에서 무려 약 1,500km나 떨어져 있다고 한다. “일부 성곽은 국경지역 혹은 유적 발굴 현장이어서 중앙언론사의 기자 신분으로도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는 설명은 이 저서가 얼마나 귀중하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

동아시아 역사에서 고구려의 존재 자체가 민감한 문제로 비화되기 시작한 시기. 연변 현지에서 ‘고구려’의 역사를 훑어내는 일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됐다. “현지의 일부 학자는 고구려 성곽을 답사한다고 하자 아예 만나는 것조차 기피했다”는 저자의 하소연은 심금을 울린다. 여태껏 연변지역 고구려 유적과 관련한 전문적인 글을 만나볼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저자는 끈질긴 현장 답사를 토대로 고대유적의 현주소를 확인한 한편, 그동안 문헌기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일부 성곽을 찾아내는 성과까지 거두게 된다. “성곽에 숨은 옛 기억을 찾을 수 있었으며, 일부 특이한 유적이나 유물을 발견해 처음으로 기록할 수 있었던 점이 이 책이 거둔 주요한 성과”라는 것이 출판을 맡은 출판사 글누림의 설명이다.

‘문화대혁명’이 일어난 시기 중국에서 태어난 저자 김호림은 시골대학을 나온 후 북경의 중앙언론에 재직하던 중 마냥 산타기를 즐겼던 어린 시절의 습속을 떼 내어 버리지 못한 것인지 또 다시 백두산 등 주요명산을 두루 돌아다니는 신세다.

평양 중앙방송에서 반 년 동안 연수를 하며 판문점에서 백두산까지를 훑었는가 하면 서울에 살면서 땅끝마을부터 도라산까지를 답사하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중국이고 한국이고 할 거 없이 한민족의 역사가 스며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길을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저자에게 살아 있는 고구려의 역사를 들어볼 수 있는 책.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조선족 동포들의 역사가 면면히 살아 있는 연변이 어떻게 고구려로까지 이어지고 있는가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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