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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공무원, 내부 통신망에 '고해성 비판' 파문 "공금으로 밥먹고 술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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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공무원, 내부 통신망에 '고해성 비판' 파문 "공금으로 밥먹고 술마시고..."
  • 문화일보
  • 승인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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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2003-12-18 (종합) 01면 03판 1428자    
  
    
정부 부처별로 조직 개편 및 기능 혁신 논의가 활발히 진행중인 가운데 외교통상부의 한 직원이 최근 내부 전산망을 통해 해외주재 공관장들의 도덕적 해이를 진솔하게 비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타 부처 공무원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받아온 외교부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기혁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개혁의 촉매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직원은 “그동안 여러 과장·국장·대사·총영사 밑에서 일하면서 그 상사들 중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가져본 대상이 극소수였다는 점에 슬픔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꺼낸 뒤 “사적으로 친구들과 만나 저녁 먹고 술 한잔 하고는 법인카드 전표를 총무에게 내미는 상사들. 우리 부하 직원들도 ‘당신이 하는데 우리는 못할 게 있느냐’고 작당하여 공금으로 밥을 먹습니다. 나도 같이 더러워졌습니다”라고 울분과 자책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1박2일 출장 예정인데 2박3일로 출장비 끊어가서는 차액을 챙기는 상사’, ‘겸임국 신임장 제정을 위해 동부인 출장시 딸을 동반하기 위해 출장계획서와 지불결의서에 총무직원 이름을 함께 올려 출장비를 타서는 직원 대신 사랑하는 딸을 동반하는 대사’ 등의 사례를 열거한 뒤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그래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예, 예’하며 면종복배하지만 속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아실 겁니다”라며 ‘철면피하고 부도덕한 상사’의 비행에 어쩔 수 없이 동조해야 하는 하급 직원의 심리적 갈등을 털어 놓았다.
이 직원은 “외교부 직원은 타 부처 직원에 비해 해외근무라는 금전상의 메리트가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외교부 고위 관리들이 상위에 랭크되는 것만 봐도 형편이 괜찮은 것 아닌가요”라고 자문했다. 그는 “관저에서 만찬을 하면서 사람 수 몇 명 부풀려 챙긴 몇백달러가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지요. 아래 직원들이 그 추잡함을 모르겠습니까. 공관 부하직원은 물론이고 업무 보조원, 교민회 직원, 민간상사 직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겠습니까”라고, 이른바 ‘밥장사’로 푼돈을 챙기는 상사를 원망했다.
마지막으로 이 직원은 “고급 음식점에서 직원들을 외국인으로 둔갑시켜 기름진 음식을 대접하는 상사보다는 우동이나마 자기 주머니에서 낸 돈으로 먹으면서 직원들과 웃으며 담소하는 그런 상사가 좋습니다. 향기나는 상사들을 뵙고 싶습니다”라면서 “이런 와중에 개혁이니 위상정립이니 하는 구호들은 공허하게만 들리는군요”라고 허탈해했다.
이 직원의 글을 소개해준 한 외교부 직원은 “치부가 바깥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긴 하지만 이번에 자기혁신을 하지 못하면 외교부는 영원히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외부기관에 조직 진단을 의뢰하는 등 종합적인 기능 재점검을 진행중이다.
한종호기자 idhan@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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