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KAGRO “월마트가 지역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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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KAGRO “월마트가 지역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1.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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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워싱턴 진출로 한인소매상들 생존권 위협당해
“월마트에 공급하는 바지 뒷주머니의 덮개를 재봉했던 16살 방글라데시 소녀 액터는 시간당 13센트를 받고 하루 14시간씩 일했다. 휴일은 1년에 10일이고 작업대에서는 물조차 못 마신다. ‘전 재를 묻혀 손가락으로 이를 닦아요. 칫솔이나 치약을 살 돈이 없거든요’라고 액터가 말했다.”

이는 찰스 피시먼이라는 전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최근 펴낸 <월마트 이펙트>의 한 대목.(219∼220쪽) 월마트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희생으로 얻은 값싼 가격정책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는 게 저자가 성토하는 부분이다.

이같은 책의 증언은 또한 워싱턴DC한인식품협회(KAGRO)가 펼치는 성명과 일치하고 있다. 최근 월마트가 미국 워싱턴DC, 뉴욕 진출을 공언, 지역한인업체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KAGRO가 “거대 기업이 워싱턴 소매상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월마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월마트 직원 한 명이 인근 지역 일자리 1.5~2개를 빼앗아 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문제는 월마트의 직원 절반이 복지와 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가장 많은 중국 소비재를 들여오는 월마트로 인해 타겟, 시어스 등 다른 경쟁업체도 앞 다투어 (품질이 낮은) 중국 상품을 들여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난 28일 차명학 워싱턴KAGRO 회장(사진)은 이같은 메일을 본지에 보내왔다.

그는 “월마트가 문을 열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매장 최소 75%가 타격을 받고, 첫해 안에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 번째 해에는 첫해 보다도 훨씬 더 엄청난 영향(great impact)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 회장의 말처럼 <미주중앙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뉴저지 노스버겐에 입성한 월마트와 인근 한인마켓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양파나 상추 브로컬리 등 한인들이 찾는 품목과 10% 가격 차이를 보였으며, 육류도 한인마켓이 15~20%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월마트의 진출을 소매상인 한인업체들이 상대하기에 역부족인 것이 자명한 사실.

때문에 워싱턴KAGRO는 월마트 진입을 반대하는 다른 지역단체(DC Coalition, Empower DC organization, UFCW 등)와 연대하고 있다. 또한 ‘Be Aware DC Residents’라는 제목으로 10만장의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교회나 많은 시민 단체들에게 이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펼치고, 월마트DC 저지를 위해 홈페이지(walmartfreedc.com)을 개설하는 등 주민들과 단체들에게 이를 호소하고 있다.

월마트에 대해 호의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불룸버그 뉴욕시장 때문에 뉴욕시 한인상인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한인소상공인들은 다음달 3일 대규모 반대 집회를 통해 월마트의 진입을 막을 계획이다.

<미주한국일보>에 따르면, 뉴욕한인소기업센터를 비롯, 지역 노조, 종업원 이익 단체 등은 “월마트가 계획대로 뉴욕시 5개 보로에 들어설 경우 기존 지역 상점의 25%가 문을 닫는 결과를 초래할”이라고 경고했다.

김성수 소기업센터 소장도 “월마트가 들어서면 인근의 소상인 상권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뉴욕에서도 월마트 진입에 따른 커다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최대 유통회사 중 하나인 롯데마트가 지난 20일 중국 장쑤성 난통시에 신규 점포인 난퉁카이파취점을 여는 등 해외진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롯데마트의 해외 점포수는 중국 83개, 인도네시아 22개, 베트남 등 총 107개. 세계 한편에서는 공룡기업이 한인 소매상인들의 일자리를 침식하고 있고, 반대쪽에서는 국내 대기업이 해외시장 개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통큰 치킨’, ‘통큰 갈비’ 논란 등에서 나타났듯 '소비자를 위한 가격할인이 먼저냐, 소매상과 지역노동자의 생존권이 우선이냐'라는 딜레마가 동포사회의 이슈로 부각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