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직원 내부통신망에 고해성사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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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직원 내부통신망에 고해성사 파문
  • 경향신문
  • 승인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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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03-12-19 (종합) 03면 45판 1073자    
  
    
정부 부처별 조직개편 및 기능혁신이 추진중인 가운데 외교부 내부통신망에 일부 외교공무원들의 부패상에 대한 '고해성' 글이 올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외교부의 한 직원이 지난 10월 내부통신망의 '함께 하는 우리부 혁신'이란 토론방에 각종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글을 올린 후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외교부는 지난 5월 윤영관 장관의 지시에 따라 내부 업무혁신팀을 운영하면서 문제가 된 토론방을 개설했다.
이 직원은 "그동안 여러 과장.국장.대사.총영사 밑에서 일하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가져본 대상이 극소수였다는 점에서 슬프다"는 토로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사적으로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먹고 술 한잔 하고는 법인카드 전표를 총무에게 내미는 상사들 때문에 나도 같이 더러워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1박2일 출장 예정인데 2박3일로 출장비를 끊어 가서는 차액을 챙기는 상사' '동부인 출장시 출장계획서 등에 총무과 직원 이름을 함께 올려 출장비를 타고는 직원 대신 딸을 동반하는 대사' 등의 사례를 적나라하게 소개했다. 이어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예, 예' 하며 면종복배하지만 속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아실 겁니다"라며 상사의 비리를 눈 감아야 하는 하급직원의 갈등을 털어놨다.
이 직원은 또 "관저에서 만찬을 하면서 사람 수 몇명 부풀려 챙긴 몇백달러가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지요. 공관 부하직원은 물론이고 업무보조원, 민간상사 직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겠습니까"라며 이른바 '밥장사'로 푼돈을 챙기는 상사를 원망했다.
글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자 외교부는 내부혁신을 위한 과정에서 드러난 '부끄러운 과거'라며 해명에 나섰다. 조영재 기획관리실장은 "문제 개선을 위한 내부 노력이 진행중인데 과거의 문제되는 사례들만 중심으로 외부에 알려져 곤혹스럽다"면서 "외교부는 공관장의 공사 불분명, 출장경비 문제, 관저의 행사경비 문제 등에 대해 올초부터 감사 강화 등의 내부조치를 취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파문의 대상자들을 조사해 비리사실이 드러나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박영환 기자yh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