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문화 보급 위해 노력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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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문화 보급 위해 노력하렵니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1.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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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총영사로 부임하는 신연성 기후변화대사
“요르단 대사로 일할 때였죠. 한 여성이 살려달라면서 대사관 문을 두드렸지요. 동포인 그는 이슬람인과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었는데, 정숙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었어요. 현지인들은 이런 것을 ‘명예살인’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이슬람의 관습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동포를 보호해야 했지요.”

LA는 100만 동포들이 살고 있고, 40여개의 동포언론이 있는 또 다른 한국.

때문에 이곳 총영사로 부임한다는 것은 잘하면 ‘영웅’으로 대우 받지만, 잘못하면 ‘역적’으로 몰릴 수 있는 위태로운 길이다.

신연성 외교부 기후변화대사(사진)가 지난 10일 이곳 총영사로 내정, 벌써부터 동포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공직에서 한 우물을 팠던 그가 ‘LA한인회’, ‘새LA한인회’ 등으로 꼬여 있는 복잡한 한인사회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을까? 동포출신으로 인기를 모은 김재수 총영사의 뒤를 잇는 부담감은 없을까?

빠르면 3월에 LA로 입성한다는 그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진다. 지난 18일, 종로구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실에서 이를 다시 물었다.

“LA로 간다니까 걱정도, 질문도 많아요. 저는 LA총영사로 부임하는 것에 큰 부담이 없다고 대답해요. 사람 사는 곳이니 시비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해외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경험한 바 있어요. 싱가포르 영사 때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는 것을 보았고, 이들의 시신을 책임지는 일까지 했으니까요.”

재외국민선거가 처음 실시되는 해, 한미FTA의 문이 열릴 수 있는 시기 가장 많은 동포가 사는 곳으로의 부임. 3년 임기의 LA총영사가 갖는 포부에 관심이 큰 것은 당연할 터.

“(기자들이) 실망할 수 있겠지만 선거투표율을 높이겠다고 말하지 않아요. 총영사로 가장 큰 임무는 동포들의 권익을 높이는 것이지요. 투표율보다 선거에서 소외받을 수 있는 동포들을 먼저 챙겨야되죠.”

그는 내정이 일주일밖에 안된 지금, 포부를 밝히기에 이르다고 했다. 현장에서 토론하겠다고 했다. 요르단에서 동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사업을 추진한 경험을 살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문화와 관련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그는 중국어학과, 일본어학과도 없던 요르단대학교에 한국어학과를 설립한 바 있다. 요르단대는 이제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류를 전파하는 문화공연장으로도 거듭나고 있단다. 요르단대학교 한국어학과 설립은 그가 대사로 있었던 2005~2007년 지상사들에게 시청각실 설립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한국문화가 잘 보급된 LA지만 분명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거예요.”

그는 고려대 법대 학사, 미국 하버드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받았고, 이후 국제경제국심의관, OECD 공사, 요르단 대사,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등 30여년을 외교관으로 일해 온 경력을 갖고 있다.

“김재수 총영사가 동포들을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민간 출신 총영사는 LA 한인 역사에도 커다란 자산이 될 겁니다. 동포들이 그분의 이임을 아쉬워 하겠지만, 동포들을 위해 섬기는 자세로 일한다면 저 또한 신뢰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