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25년 미국인, 배희철 대표 한국국적 신청하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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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25년 미국인, 배희철 대표 한국국적 신청하러 가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01.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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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서류 줄줄이, 서약 전 6개월 한국 있어야

마음이 급한 배희철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대표를 따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별관을 찾은 때는 지난 12일. 해를 넘기자마자 복수국적을 신청하겠다고 야단인 그의 발길을 다행히 1주일 만류한 날이었다. 시민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길이 열렸기 때문일까. 배 대표는 들떠 보였다. 배희철 대표는 여러 해 동안 재외국민 참정권 운동에 몰두해왔다.

그는 이날 약속과 달리 “이미 한 차례 사무소를 몰래(?) 찾았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한국국적을 빨리 갖고 싶었기 때문.

하지만 한차례 상담을 했음에도 그에게 국적회복 신청과정은 헛갈려 보였다. 다음 달 LA를 방문하는데 지금 복수국적을 신청해도 되는지 아닌지도 아리송했다. 그는 안전을 위해 “신청을 연기 해야겠다”고 말하면서도, 취재협조를 위해 상담창구에 다시 앉았다.<편집자 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오후 1시, 번호표는 87번. 약 40분을 기다리자, 국적회복과 관련한 3개의 창구 중 한 곳에서 그를 위한 호출음이 울렸다.

직원은 신분을 밝힐 증명을 요구했고, 배 대표는 여권과 ‘거소증’을 건넸다.

“65세 이후에 거소증을 신청하셨네요. 가능하십니다.”(직원)

“그럼 제가 거소증을 65세 이전에 만들었다면 복수국적을 받지 못하는 겁니까?”(배 대표)

“네, 이전이었다면 미국으로 일단 출국했다가 다시 돌아오셔야 합니다. 떠나기 전에 거소증명을 포기해야 하고요.”(직원)

배 대표가 한국에서 거소증을 취득한 것은 65세를 넘겨서. 이전에는 한국 왕래가 잦지 않았다. 그는 재외국민 참정권 회복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거소증이 필요했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두고, 서울 주소지도 이때 마련했다.

잠시 뒤 직원이 ‘안내서’를 포함 총 7장의 서류를 건넨다.

요구하는 증명자료가 상당했다. △국적회복허가 신청서 △국적회복진술서, △여권사본(원본지참) △외국인 등록증 사본(또는 외국국적동포 거소증 사본) △신청인 기본증명서 제적등본 △외국국적 취득 관련 서류(귀화허가서, 시민권증서, 출생증명서) △신원진술서 2부 △가족관계입증서.

진술서는 외국국적을 취득하게 된 경위와 외국에서의 생활과정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묻고 있다. 배 대표는 자신만의 이민사를 짧게 써야할 상황이었다.

경상도 대구 ‘사나이’인 배 대표가 미국으로 건너 간 것은 40대 초반, 30년이 넘었다. 시민권을 획득한 지도 25년이나 됐다. 한국에서 젊었을 때 공무원을 잠깐 했고, 사업을 했다. 미국으로 간 이유는 사업을 제대로 해보기 위해서. 미국 체류 기간 대부분을 그는 LA 인근 임페리얼 카운티에서 전자제품 관련 사업을 하며 보냈다고 쓸 것이다.

그러나 진술서는 이외에도 한국국적을 회복하려는 사유, 앞으로의 생활 계획 등을 꼼꼼히 묻고 있다.

신청순서를 기다리는 배희철 대표(맨 오른쪽).

서류를 상담원 앞에서 기록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은 뒷사람들을 의식한 듯 “출입국관리소의 ‘통보’이후 외국적불이행 서약서를 1년 안에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최소 6개월 간 한국에 거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배 대표는 직원에게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부탁했다. 참정권 운동을 펼치는 그에게 오늘이 아주 중요하다.

시민권자들도 복수국적을 갖게 되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통보받고 난 이후를 말하나요? 아니면 서약 전인가요?”(배 대표)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기준으로 이전의 기간을 말합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를 떠난 기록이 있어서는 안돼요. 짧은 여행도 안 돼죠.”(직원)

“6개월이라는 기준은 어떻게 정한 것입니까?”(배대표)

“영주의사를 심사하는 기준인 것 같습니다. 내부 규율입니다.”(직원)

“동포들 중에는 거주국 시민권을 획득하고도 한국 국적취소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적취소를 먼저 해야 합니까?”(배 대표)

“취소 등 복잡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도록 이곳에서 일괄 처리해 줍니다.”(직원)

이날 직원이 준 정보를 요약하면, 국적회복신청절차는 크게 ‘신청(동포)→허가통보(정부)→외국국적불행사서약(동포)→최종 확인통보(정부)’ 순으로 진행된다.

신청과 허가통보시간은 6개월 이내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행 첫 해여서 확실하지 않다. 허가통보 후 동포들이 불행사 서약을 하면 약 2주내로 확인통보가 올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도 확실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확인통보를 받은 동포들은 거소지에 위치한 주민자치센터를 방문, 주민번호를 받을 수 있다.

예상했던 것처럼, 두 번째로 출입국관리소를 찾은 이날도 배 대표는 한국국적 신청을 하지는 않았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서약 전 6개월을 한국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걸렸다. LA에서 중요한 약속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허가통보가 6개월 후일지, 1달 후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청을 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날 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배 대표 이외에도 여러 명의 복수국적 신청자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독일 등 하루 평균 10여명의 동포들이 복수국적을 문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80세가 넘어 보이는 한 LA동포는 “미국 생활은 불편한 점이 많다. 노인들이 운전면허를 받기 어렵다”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고대하고 있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온 동포는 “한국국적을 다시 갖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수십년 동안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온 동포는 “나는 복수국적이 불필요하다고 보는 데, 친구들은 관심이 많다. 복수국적이 도대체 뭔지 알아보려고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