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건 사진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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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건 사진뿐이죠”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11.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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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상에 빛나는 강형원 로이터통신 사진기자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콜라를 천천히 마시고 있던 강형원씨가 아무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주변을 돌며 벽 색깔과 햇빛 방향 등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정했어요. 이곳에서 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저널리즘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쳐 상을 2번이나 탄 그가 코치한 사진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를 만난 때는 28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아리랑TV 사옥 내 커피숍이었다.

“좋은 사진기가 반드시 멋진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지요.”

그는 27년 동안 사진기자로만 일을 했다고 본인을 소개한다.

“LA타임즈 사진 팀을 이끌며 퓰리처상을 받았어요. 99년 AP통신사에 일할 땐 클린턴 르윈스키 사건과 관련한 사진으로 퓰리쳐 ‘feature photograph’ 상을 탔지요.”

이날 오전에 그는 아리랑TV의 한 방송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었다.

5박 6일간 미국 지나 킴 NBC LA특파원, 뉴욕 FOX5의 앵커 줄리 장, 카자흐스탄 Channel 7의 최 블라디슬라브 기자 등 한국계 언론인 13명과 함께 하는 행사 중 하나. 문화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주최한 초청 행사였다.

“LA 폭동당시 사진 편집국장을 맡았어요. 폭동 당시 총탄이 몸에 닿을 수 있는 위치까지 함께 들어갔지요. 덕분에 1,000여명이 있는 LA타임즈에서 올해의 기자 상까지 받을 수 있었지요.”

그는 “이렇게 얻은 사진이 최초로 신문 프론트페이지에 배치되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87년 한국 민주화운동과 88올림픽 때도 현장에 있었어요. 그리고 'From the streets to the olympic'이라는 사진집에 제 사진이 실리게 됐어요. 한국어 영어 그리고 사진이라는 세 가지 언어로 구성된 책이지요.”

그는 “미주한국일보 장재민 회장이 코리언-아메리칸 들에게 한국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LA폭동과 마찬가지로 투석이 머리위로 뿌려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그는 이날 오전에 진행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사진집을 방청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외부인의 눈으로 급격하게 민주화되고 산업화된 우리나라를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한국은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세대차이가 큰 것 같아요. 젊은 세대들은 행복하게 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기존 세대는 성공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아요.”

1.5세인 그는 “UCLA가 발행하는 일간 신문 등에서 평생을 사진기자로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는 워싱턴, 싱가포르, 영국 3곳에 지사를 둔 로이터통신 ‘senior staff photographer’로 일하고 있었다.

“한 장의 컷으로 감춰진 스토리를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사진기자의 삶이 결코 쉽지가 않지요. 하지만 사진은 유일하게 우주의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짧은 순간이지만 가장 오랜 시간을 담고 있는 게 사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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