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막아서는 안될 재외국민선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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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막아서는 안될 재외국민선거권
  • 한겨레
  • 승인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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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2일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제시했다. 그 내용을 보면 한국에 거처를 둔 재외거주 공무원이나 유학생에게 부재자투표를 원용하여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비례대표선거를 인정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주민등록자에 한정시킨 것은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고 거주국에서 납세하는 장기체류자(주재원, 스포츠선수 등)나 식민지 희생자로서 애초부터 주민등록이 불가능했던 재일한국인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차별적 조처로 볼 수 있다. 단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에서 최종 합의된 내용 중에 투표방법을, 입후보자가 결정되어야 기호를 주는 원래의 기호투표방식에서 입후보자가 결정되기 전에 투표용지를 미리 발송하고 기명투표를 함으로써 한정된 선거기간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이는 1999년에 헌법재판소가 우리의 주장을 기각한 이유 중의 하나인 선거기술상의 장벽이 무너진 것을 의미한다.
나는 11월24일에 중앙선관위와 정치개혁협의회 등에 다음과 같이 요망서를 보내고 그 내용의 시정을 촉구하였다. ① 헌법상의 평등권을 무시하고 선거권이 있는 국민과 없는 국민으로 차별하여서는 안됨. ② 재일한국인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식민지배 이전의 국민의 ‘원(原)’권리로서의 선거권을 회복시킬 것. ③ 본국에 유학 또는 취업하고 있는 재일한국인은 주민등록법상 ‘국내에 일정기간 이상 거주하는 국민인 주민’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주민등록을 거부하여 투표를 못 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등등의 내용이다.
또한 나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구제의 진정을 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독립성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설사 권고기능에 강제성이 없다손 치더라도 그 판단이 기대될 만큼 갖는 의미 또한 무겁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당이다. 과거 대통령 입후보자들은 선거공약에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약속했다. 현실을 보면 여야의 당을 대표한다는 그들의 공약은 종잇조각이나 다름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표면상 정당이 반대 혹은 주저하는 이유는 공정성 확보 등이 어렵다는 것이나 속마음은 적지 않은 재외국민의 표가 선거를 좌우할지 모르고 그 표를 관리하기도, 대책 세우기도 만무하다는 내부사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야기는 역설하면 우리나라의 어느 정당도 이때까지 재외동포정책을 진실하게 다루지 않고 방치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정당은 대세에 영향이 없도록 재외 유권자수를 제한하거나 귀국투표에 한정시키는 제한론, 단계론에 집착하게 된다.
이번 중앙선관위의 개정의견도 말하자면 그런 사정들에 의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정당이란 국민의 편에 서야지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정당이기주의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건우/헌법소원단대표·재일동포
   [] 2003-12-08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18면 01판 1361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