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모자는 한국어로 수업한다는 신호죠"
상태바
"파란색 모자는 한국어로 수업한다는 신호죠"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08.06 1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개국어로 수업하는 신금주 뉴욕 PS32 교사
"제가 파란색 모자를 쓴 날은 한국어로, 빨간색 모자를 쓴 날은 영어로 수업을 한다는 신호이지요. 1학년 우리반 학생들은 모자만 보고도 알아서 대화를 척척해요."

신금주 씨는 뉴욕 퀸즈 베이사이드에 있는 PS(public school)32 초등학교 이원언어 교사. 이곳에서 그는 "하루하루 바꿔가며 한국어와 영어로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를 만난 곳은 100여명의 해외 정규학교 한국어교사대상으로 학술대회를 하는 인천 라마다송도호텔. 한국외국어대,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주최한 행사장이었다.

"많은 분들이 수학, 물리, 미술, 음악 등 모든 과목에서 2개국어로 수업을 한다는 말에 놀라시더라고요. 그분들한테 4학년 과정까지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을 설명해주어요."

이원언어 프로그램은 두나라어로 정규수업을 하는 제도. 중국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선진국들의 언어로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교육방식이다.

그러나 미 동부지역 전체에서 한국어를 이원언어로 수업을 하는 학교는 PS32학교가 유일하다. 신 교사가 동부에서 이원언어의 개척자가 된 셈.

"이원언어(dual-language)와 이중언어(bi-language)를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한인학생들이 영어수업을 따라가도록 서포트해주는 제도인 반면, 이원언어 프로그램은 두나라 언어를 완벽히 구사하도록 만들어진 것이지요."

그러나 신 교사는 "4년 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가 그를 전폭적으로 밀어줬지만 수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학부모들 마음 속에 있었던 것이다.

"처음 open house를 했을 때 2명만이 모여 창피를 당한 적이 있어요. 많은 기자, 미국 교육원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였지요. 그러나 총영사관, 동포언론 등에 이원언어와 관련한 교육사례들이 알려지면서 25명의 지원자를 모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3대 1의 경쟁률을 자랑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지요."

현재 프로그램에는 4학년 까지 있는 과정을 통틀어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동포자녀들이 대부분이지만 유태인, 콜럼비아인, 이탈리아인 등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 부모의 신청도 늘고 있다.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를 동시에 하는 딸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간 것을 보고 자신감을 가졌어요. 딸은 항상 엄마는 훈민정음을 만든 신숙주의 후예라고 격려해 주었죠."

이제 그는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이원언어 전도사.

"중국어로 프로그램을 하는 '상원사'라는 곳이 뉴욕에 있어요. 이곳 졸업생들이 하늘에 별따기라고 여겨지는 특수학교에 75%이상 합격한다는 통계가 있지요. 어려서 두개의 언어에 능숙해지면 사고력과 이해력이 높아진다는 방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