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싱가포르 동포사회의 저력은 '배려하는 마음'
상태바
[기고]싱가포르 동포사회의 저력은 '배려하는 마음'
  • 봉세종 한인회장
  • 승인 2010.08.03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싱가포르한인회 봉세종 한인회장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울시만한 면적(704㎢)에 상주인구 5백만명의 작은 도시국가이다.

작은 나라 싱가포르이지만, 중국계 75%, 말레이계 15%, 인도계 7.5% 기타 2.5%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민족간의 큰 갈등 없이 화합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싱가포르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살기 편하게 갖추어져 있다.

싱가포르는 2000년초부터 이민정책을 완화해서 한 해에 태어나는 싱가포르 아기보다 이민으로 유입되는 새로운 시민의 숫자가 더 많을 정도로 아시아의 대표적인 이민국가이다.

싱가포르는 국가에 도움이 될 만한 인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이민을 수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취업비자, 영주권을 얻기 쉬워 취업, 투자 및 사업 이민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싱가포르에 한국인이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였다. 건설 붐을 타고 주재원들이 대거 유입되어 5,000~6,000명의 한인사회가 형성되었고,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3년 드라마 <대장금> 방영 이후로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2만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필자는 싱가포르에서 24년을 거주하고 있어, 싱가포르 한인사회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싱가포르 한인사회의 성장이 특별히 기쁜 것은 표면적으로 교민 수가 증가한 것 뿐만이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의 결집력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사회에서 당당히 제 몫을 해내고 있으며, 모국인 대한민국의 중요한 사안에도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질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는 것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몇 가지 사례들은 모국과, 다른 동포사회에 소개하고 싶을 만큼 뜻깊은 성과여서 이 자리를 빌어 알리고자 한다.

그동안 싱가포르 한인 사회는 한인들끼리의 친목 집단 정도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코리아 페스티벌 등 여러행사를 연례적으로 개최하여 우리의 문화를 알려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또한 자선골프대회와 자선만찬 등을 통하여 2008년부터 매년 상당액을 싱가포르 비영리 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현지 지역사회행사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폐쇄적이고 고립된 집단이 아닌 싱가포르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같이하는데 동참하는 당당한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 정부, 주요 단체 등에서 다른 나라 커뮤니티보다도 더 활동적이며 잘 조직화되었다는 인정을 받으면서 한인들 스스로도 당당하게 자신감과 긍지를 갖고 생활하고 있다..

2010년 1월 6.25 동란 때 우리를 도왔던 아이티에서 강진(7.0 리히터)으로 국가 전체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데 이어 2월에는 칠레에서 역시 대규모의 지진(8.8 리히터)으로 우리 동포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비록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지진과 기상이변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닌 듯 하여 1월21일 소집된 한인회 1분기 대의원회에서 재해민들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을 결의하였다.

3월말까지 각계각층에서 성금이 답지하여 SGD 1만7,479.00을 모금, 이 가운데 SGD 12,479은 4월23일 싱가포르 적십자사를 통해 아이티에 전달했다. SGD 5,000은 6월16일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칠레 한인회 박세익 회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박세익 회장은 “지진 피해로 동포들도 큰 상처를 받았지만 이번 지진을 통해 2세들에게 세계 각국에 있는 동포들이 하나로 연결된 한민족임을 가르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필자 역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선의와 사랑으로 성금 모금에 선뜻 동참해준 싱가포르 한인들의 성숙한 의식과 따뜻한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아이티와 칠레의 재난은 멀리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았지만, 3월말에는 고국에서 우리 해군 천안함이 침몰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실종자 수색 작업에 나섰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해군 UDT 한주호 준위의 비보를 접하자, 아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故 한주호 준위는 대한민국 최초로 원양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의 소말리아 파병에 참가하러 아덴만으로 향하는 중 2009년 3월 싱가포르에 기항하여 한인회에서 마련한 격려만찬 중 만남을 가진 바 있고, 작전을 성공리에 마치고 기항하는 9월 다시 환영만찬을 하면서 반갑게 만났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참 군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좋은 인상이 생생한데 구조작전 수행 도중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깝고도 슬픈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었다.

4월14일 개최된 2분기 대의원회에서 故 한주호 준위와의 특별한 인연과 고귀한 정신을 이야기하자 대의원단이 앞장서서 현장에서 즉석 모금을 시작하여 5월말까지 상당액을 모금해 동상건립 및 추모기금으로 해군본부에 전달했다.

현재 우리사회는 많은 영웅이 필요하다. 한주호 준위는 고 강재구 소령에 버금가는 솔선수범과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준 우리의 진정한 영웅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야 하며 해외 동포들이 모금에 적극 동참하여 故 한주호 준위의 살신성인과 솔선수범을 많은 이들이 본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0년 8월 싱가포르 한국학교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이전을 하게 되었다. 싱가포르 한국학교는 1993년 당시 한인사회의 자녀 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국가관을 심어주기 위해서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계획을 세우고 성금을 모금하여 설립했다.

전 세계에 30여개의 한국학교가 있지만, 정부 주도가 아닌 한인사회 주도로 설립된 한국학교는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거주 교민이 1만명 미만인 국가에서 한국학교를 개설한 것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처럼 뜨거운 교육열과 국가관을 바탕으로 SGD 300만(한화 당시 환율 약 20억원)을 모금하여 학교를 설립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인사회가 성장함에 따라 현재 초등과정 뿐인 한국학교만으로는 연계성의 부족으로 내실있는 교육과정을 실행하기에 한계가 따르는 상황이어서 2007년 학교 이전을 결의하여 현 캠퍼스보다 5배 이상 넓은 새 캠퍼스로 이전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 현지 교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한국학교 발전 기부금 상당액을 모금했고, 지금도 모금이 진행중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추면서도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싱가포르 명문학교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루빨리 전세계 한인사회, 우리정부와 재외동포재단 등 유관단체들은 지금부터 최우선과제로 해외에서의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초중등교육만이라도 의무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기금을 모으고 정부예산을 확충하여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의 교육에 대한 투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Global citizen으로 거듭나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 한인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서 전문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고 또한 세계 최고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위와 같은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여유보다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가 더욱 돋보이는 것이 싱가포르 한인들의 아름다운 성품이며,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크고 넓은 시야로 세상을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씨가 그 어느 나라의 한인사회보다 뛰어난 조화를 이루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동안 한인회를 이끌면서 개인적인 이익과 욕심보다는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한인사회를 돕는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터득한 이치이다. 이러한 분들과 함께하는 싱가포르 한인사회는 운이 좋고 복이 많은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동포 사회에는 생업에 종사하느라, 한인회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럴수록 한인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도울 일을 찾아 함께 하면 큰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될 거라 확신한다.

아직 우리사회는 지도층에 있는 사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더욱더 많이 베풀어서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싱가포르 한인회에는 금전적인 도움을 주시는 분들 뿐 아니라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며, 그런 분들의 노고를 항상 기억하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인회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성심껏 돕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달러 약 300만 불을 들여서 2009년 4월에 개관한 한인회관은 도서관 및 각종 동아리 모임 등의 장소로써 한인사회 구심점 역할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베풀고 봉사하면서 느끼는 기쁨이 최고라고 한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따뜻한 한인사회발전을 위해서 힘을 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