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국땅에서 축구의 아버지 된 사연
상태바
낯선 이국땅에서 축구의 아버지 된 사연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0.05.31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티모르서 온 한인 축구감독의 감동실화


“영화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납니다.”

21세기 첫 신생독립국 동티모르에서 유소년 축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김신환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제작된 영화 <맨발의 꿈>을 관람한 후 이같이 말했다.

지난 26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가진 <맨발의 꿈> 시사회에는 김신환 감독의 역할을 맡은 영화배우 박희순, 고창석 씨와 동티모르 한인이 이뤄낸 실화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긴 김태균 감독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2002년 사업차 동티모르를 방문했다가 맨발에 공을 차고 있는 그곳의 아이들에게 무보수로 축구를 가르치기 시작한 김신환 감독은 동티모르에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쓴 기적의 한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를 제작한 김태균 감독은 김신환 감독을 처음 만났을 당시를 회상하며 “아이들에게 고깃국물 먹이고 싶다던 말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신환 감독에게 전해 듣는 아이들의 실상을 더욱 참혹하다.

“이 아이들은 하루 두 끼 밖에 못 먹는다”고 설명한 김 감독은 “처음에는 왜 운동하다 말고 퍽퍽 쓰러지는지 몰랐다. 영양소가 부족해서 그런다더라”고 설명했다.

운동화도 없이 모래바람이 날리는 맨바닥에서 축구를 하던 동티모르 소년들로 축구단을 꾸린 김 감독은 2003년 히로시마 제 30회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출사표를 냈다. 국제무대에 처음 얼굴을 알린 이 대회에서 동티모르 소년들은 6전 전승이라는 기적 같은 전적을 남겼다.

이들의 우승 뒤에는 피부색도 언어도 다르지만 오로지 축구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희망을 전하려 한 한국인 김신환 감독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어떤 장면이 특히 좋았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천신만고 끝에 한국기업의 후원을 받아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의 히로시마행이 결정된 장면을 꼽았다.

“비행기 티켓이 결정된 장면을 보니 다시 눈물이 난다”는 김 감독은 “아이들 골 넣고 좋아하는 모습 또한 그렇다”며 회한에 잠겼다.

이번에 개봉된 영화에서는 현지 언어와 한국어를 반반씩 섞어서 쓰는 박희순의 연기가 의외의 재미를 던지며 관심을 모았다. 또한 현지인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야 가능할 수 없었던 다양한 장면들이 풍만한 생동감을 연출했다.

600여 명의 현지 엑스트라가 동원된 ‘돼지내기 축구시합’ 장면이나 티모르 전 대통령인 구스마오 총리의 출연은 김 감독이 현지에 불러일으킨 친한감정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이) 정직하고 축구 잘하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김 감독은 “우리에게도 6·25며 식민통치 시대가 있었다”고 상기시키며 “어떻게하면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될까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다.

700만 재외동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모국과 가깝거나 혹은 아주 먼 어딘가에서 현지인들과 부딪치며 성공의 신화를 일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같은 신화들 중 하나로서 김 감독의 기적적인 실화가 얼마나 대중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